| 그녀들의 불, 아직 꺼지지 않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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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로변 대부분 폐업…뒤쪽 돌아가자 '홍등가'
불야성 "오빠, 나 아직 개시도 못했어" 취재진에 애타는 구애 |
지난 17일 찾은 경기 파주시 파주읍 연풍리에 위치한 집창촌, 일명 '용주골'은 이런 문구를 담은 색바랜 플래카드가 여전히 걸려 있는 가운데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마저 감돌았다.
한 때 350여개 업소가 불야성을 이뤘고 특별법 시행 직전인 2004년 9월까지도 230여개 업소에서 440여명의 성매매 여성이 근무했던 수도권 최대 집창촌으로서의 '명성'은 이미 온데간데 없고, 현재는 60~70여개 업소에서 160여명의 여성들만이 상주하고 있다.
밤 9시30분이 넘은 시각, 골목으로 들어서자 반라의 여성들이 웃음을 흘리며 "오빠! 돈 아깝지 않게 서비스 해줄테니 놀다가요"라고 유혹한다. 전성기 때에 비해 3분의 1에서 4분의 1정도 규모로 줄어든 것을 반영하는 듯, 평균 3~4집 건너로 '홍등'이 켜져 있다.
하지만 대로변의 업소들이 대부분 문을 닫은 것에 비해 뒤쪽으로 돌아가자 다시 예전으로 돌아간 착각이 들만큼 많은 업소들이 불을 밝히고 있었다. 물론 성매수 남성들은 거의 눈에 띄지 않는다. 밤 10시 가까이가 됐지만 "오빠 아직 개시도 못했어"라며 애타게 취재진을 부르는 목소리가 처연하다. 예전에는 빽빽하게 들어찼던 주차장도 한가하다. 걸어다니는 사람들 대신 차를 타고 다니며 여성을 고르는 일종의 '사파리'를 하며 차 안에서 흥정을 하는 남성들이 간혹 눈에 띌 뿐이다. 차가 다닐 수 없는 좁은 골목길은 아예 폐업 상태일 정도. 문을 닫은 업소에서 나오는 한 여성에게 이유를 묻자 "그 놈의 성매매특별법 때문에 우린 다 망했다. 금요일이나 휴일 전날, 휴가 등 남성들이 일시적으로 증가할 때만 잠시 영업할 뿐 대부분 문을 닫을 수 밖에 없다"고 볼멘 소리를 한다.
그나마 이 정도도 많이 회복된 상태라는 것이 주변 사람들의 증언. 파주경찰서의 한 관계자는 "'특별법 폭탄'에 가장 피해를 많이 받았다던 용주골은 법 시행 1년 정도가 지난 후 조금씩 회복, 현재 수준까지 오른 후 답보 상태"라고 밝혔다.
지난 4월 파주시청은 건물 외부에 창틀을 설치하고 유리창을 달아 그 안에서 여성들이 호객행위를 하는 이른바 '유리방'을 불법 건축물로 판단, 강제 철거를 했다. 많은 사람들은 이 소식을 '용주골의 소멸'로 받아들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 곳에 있는 대부분의 건축물은 합법적으로 지어진 개인 건축물. 파주시청의 관계자는 "차라리 서울 미아리나 청량리처럼 도심에 있어 재개발 계획이라도 발표됐으면 좋겠지만, 나대지가 대부분인 파주에서 용주골만을 재개발 대상으로 삼을 수도 없고…"라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이 곳을 관할하고 있는 파주지구대의 한 관계자는 "한 달 단속 건수는 10건에 그칠만큼 성매매 순간을 포착해야만 단속이 가능한 어려움이 있다"며 "신고와 불시단속 등을 병행하고 있지만 성매매 업소 건물 자체가 없어지지 않는 이상 성매매는 끊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밤 11시쯤 서울 영등포 집창촌으로 이동했다. 이 곳 역시 현재 10여개 업소만 불을 밝힌 상태. 늦은 시각과 도심에 위치한 특성상, 흥정을 하는 남성들이 용주골에 비해 많이 눈에 띈다. 30분여를 관찰했지만, 경찰차는 지나가지 않았다.
성매매특별법을 시행하는 관계 당국과 휴폐업을 반복하는 성매매 업소의 숨바꼭질 속에 당분간 '홍등'은 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 파주=남정석 기자 scblog.chosun.com/jungsukn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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