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6일 오전 10시 네이버 웹툰 메인화면 캡처…강건마의 천하통일
지난 6일 오전 10시 기준 '쇼미더 럭키짱'은 월~금요일 모두 네이버 웹툰 인기순 1위에 올라있었다. 전무후무한 '주5일 연재'에 '학원 액션+힙합+유머' 코드까지 더한 '쇼미더 럭키짱'이 웹툰을 제패했다고 봐도 무방한 상황. 이 웹툰 36회차 댓글에는 "난 주말이 싫다. 럭키짱을 볼 수가 없다"는 푸념이 올라있다.
누리꾼들은 이런 작품세계 뿐만 아니라 '진심과 드립 사이의 모호한 경계'에 위치한 김성모 작가 특유의 대사 및 상황 연출들을 주목했다. 진지한데 개그가 있고, 개그가 나오는데 진지하다. 언뜻보면 시적이고 멋진 말이지만, 다시보면 유머 코드다. 그냥보면 흘러가는 '장면1'에 지나지 않는데, 자세히 보면 '읭?'하게 된다.
더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해도 되는 전설의 레전드, '대털 2.0' 中
예컨대 '럭키짱'에서는 등장인물 풍호가 상대방을 공략할 때 갑자기 "깊은 산 속 옹달샘 누가와서 먹나요" 동요를 부른다. 김 작가는 최근 유튜브 방송에서 이를 두고 "동요를 부르면서도 너는 제압할 수 있다"는 풍호의 여유를 보여주기 위한 취지의 장면이라고 설명했다.
'대털 2.0'에서는 등장인물 볼트맨이 무릎을 꿇었다가 갑자기 발 끝의 탄력을 이용해 튀어올라 상대방을 가격한다. 그리고 나온 불후의 명대사. "바보야! 내가 무릎을 꿇었던 건 추진력을 얻기 위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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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식의 '진지함'과 '드립' 사이에 놓인 개그코드를 '쇼미더 럭키짱'은 마음껏 활용한다. 이미 누리꾼 사이에서 밈으로 확실히 자리매김해 각종 패러디물을 양산하고 있는 "여자가…말대꾸?!" 대사가 대표적이다. 심지어 여학생이 어깨를 친 것에 대해 '사과'를 했는데도 강건마는 충격적인 표정으로 '말대꾸'라고 반응한다. 이후 '나를 이렇게 대한 건 네가 처음이야'는 식의 4차원 전개가 이뤄진다.
이밖에도 "드래곤주먹", "해골 원위치", "우와아아앙", "난 상대가 초등학생이라도 최선을 다한다", "육체는 단명이고 근성은 영원한 것", "호옹이" 등 '김성모 유니버스'의 명대사들이 적재적소에 나오고 있다. '럭키짱'에서 격투신 중 "깊은 산속 옹달샘"을 불렀던 풍호는 '쇼미더 럭키짱'에서 강건마와 싸울 때 "아기상어 뚜루루뚜루"를 흥얼거린다.
'김성모 키즈'로 유명한 박태준 작가(1984년생)가 스토리를 쓰고 있는 게 주효했다는 평가다. 박태준 작가는 김성모 작가(1969년생)의 광팬으로 유명하다. 김성모 작가는 "태준이가 말로만 내 팬이라고 하는 게 아니다. 진짜 내 전 작품을 다 본 거다. 이게 느껴진다"고 설명했다. 우상과 작업을 하는 성덕(성공한 덕후)이 자신의 역량을 마음껏 발휘하고 있는 것.
'쇼미더 럭키짱' 中…말대꾸 따위 하지 말고 보기만 하면 된다.
김 작가는 그림을 그리는 것에 있어서도 "기본 극화 작화에 웹툰식 접근도 섞어 넣었다"고 밝혔다. 선굵은 전통 극화 그림체를 다소 부드럽게 풀어 독자들에 대한 '허들'을 낮췄다. 그리고 '쇼미더 럭키짱'의 경악스러운 연재속도를 위해 "근성을 불태웠다"고 설명했다. 그만큼 칼을 갈고 나왔다는 뜻이다. 그는 2012년 '돌아온 럭키짱'의 실패, 2018년 '고교생활기록부'의 '슬램덩크 트레이싱(tracing, 베끼기)' 논란으로 웹툰 도전에 고배를 마셨던 바 있다.
김 작가는 '쇼미더 럭키짱'의 성공에 있어 박태준 작가의 '공' 역시 컸다고 강조하며 후배를 배려하는 모습을 보였다. 김 작가는 이번 만화 스토리에 대해 "철저하게 박 작가의 구상"이라고 언급했다. 또 "박 작가는 항상 열심히하고 인성도 좋다. 내가 볼 때 천재다"라며 "차후 우리나라 만화는 박태준의 시대가 될 것"이라고 힘을 줬다.
김성모 만화가 인터뷰 /사진=안양(경기)=이기범 기자 leek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