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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거 앞둔 '파주 용주골' 긴장감 팽팽…"결국 폐쇄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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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여곳 영업 중이지만…사실상 폐쇄 직전
강경한 파주시와 성매매 종사자 간 갈등
"사업시행인가 승인부터 3개월 내 이주 적절"

지난 20일 오전 경기 파주시 파주읍 연풍리. 노인들은 우산을 쓴 채 빗속을 뚫으며 걷고 있었고, 우체국 집배원들은 오토바이를 타고 소포와 우편을 전하는 등 평범한 시골의 모습이었다. 하지만 오전 10시가 되자 파주시를 가로지르는 갈곡천 옆 붙어있는 건물들에 분홍빛 조명이 켜지기 시작했다. 일명 '용주골' 집창촌의 하루가 시작된 것이다.


철거 앞둔 '파주 용주골' 긴장감 팽팽…"결국 폐쇄될 것" 20일 파주시 연풍리 용주골 성매매 집결지에 '성구매, 알선은 범죄'라는 현수막이 붙어있다.[사진=공병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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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일대 재개발을 추진 중인 파주 1-3구역 재개발조합에 따르면 성매매 업소 50여곳이 여전히 용주골에서 영업을 이어가고 있다. 용주골 앞엔 '성매매는 불법입니다'라는 경찰의 경고문이 붙어있지만, 일부 성매매여성은 이른 시간부터 호객행위를 했다. 기자가 지나가자 작은 의자에 앉아있던 여성은 계속 눈을 마주치려 하며 손을 흔들었다. 성매매하러 온 사람도 있었다. 시내버스에서 내린 한 남성은 용주골 안을 누비며 성매매 종사자들을 구경하다가 업소 안으로 들어갔다.


1950년대 후반 형성된 것으로 알려진 용주골은 현재 폐쇄 직전 상태다. 과거 전국 최대 규모의 집창촌이었지만, 지금은 넓은 주차장 단지가 텅텅 빌 정도다. 영업을 이어가기 어려워지자 각 업소는 문 앞에 '임대'를 붙여놨다. 아예 고추를 널어놓고 말리는 곳도 있었다. 쌀집을 운영하는 장모씨(82·여)는 "여기에는 늙은 사람밖에 없다"며 "옛날에야 사람들이 용주골을 많이 찾아줬지만 이젠 외지인도 없다. 지역 주민들의 관심도도 떨어진 상태"라고 말했다.


사실상 폐쇄 직전 용주골 집창촌…파주시 "완전 폐쇄 이뤄낼 것"
철거 앞둔 '파주 용주골' 긴장감 팽팽…"결국 폐쇄될 것" 20일 파주시 연풍리 용주골 성매매 집결지에 오전부터 불을 켜고 영업을 하는 업소가 있었다.[사진=공병선 기자]

용주골은 팽팽한 긴장감 속에 있다. 지난 2월 파주시는 용주골 완전 폐쇄를 내세우며 무허가 등 위반건축물 100여개의 건물주 등에 위반건축물 자진시정 명령을 통보했다. 하지만 6개동만 자진 철거를 이행하자 행정처분에 나섰다. 지난 5월 건물주가 확인된 70개동에 3억200만원의 이행강제금을 부과하는 한편, 1단계 정비 대상 32개 위반건축물에 대한 행정대집행 영장을 발부하고 이달 중 강제 철거에 나서려고 했다. 다만 이에 반발한 건물주들이 의정부지법에 위반건축물 자진시정 명령 취소 가처분 신청을 내면서 법원은 가처분 결정이 내려지는 다음 달 12일까지 행정대집행을 멈추라고 파주시에 명령했다.


파주시는 용주골을 조속히 철거하겠다는 입장이다. 2004년 성매매처벌법 시행에 따라 엄연한 불법 영업인데다 지역 주민들이 집창촌을 매우 부정적으로 보고 있는 만큼 정비에 속도를 내겠다는 의지다. 이미 '성매매피해자 등의 자활지원 조례'를 제정하는 등 성매매여성의 자활을 돕는 로드맵도 마련했다. 파주시 관계자는 "지금까지 파주시는 용주골을 철거하겠다는 의지는 있었지만 지속적이지 못했다"며 "완전 폐쇄를 이뤄낼 것"이라고 말했다.


성매매 종사자들 반발하지만…지자체 의지 앞에 집창촌은 '속수무책'

실제로 유명 집창촌들은 지자체의 의지 앞에 모두 사라지는 추세다. 1960년대부터 수원역 일대는 99개 업소가 모여있는 등 대표적 집창촌이었다. 수원시는 2017년부터 이곳에 대한 본격적인 정비 작업에 착수했고, 2019년 '수원시 성매매 피해자 등의 자활지원 조례'를 제정해 성매매여성의 퇴로를 마련하는 한편 업주와 토지·건물주들을 계속 설득했다. 경찰도 2021년 2월 '성매매 집결지 폐쇄 세부추진계획'을 수립, 수원시와 함께 점검하며 자진 폐쇄를 유도했다. 결국 수원역 집창촌은 2021년 5월 완전히 폐쇄됐고, 이후 정비 공사를 진행해 현재는 전시를 볼 수 있는 문화거리로 탈바꿈했다.


철거 앞둔 '파주 용주골' 긴장감 팽팽…"결국 폐쇄될 것" 20일 파주시 연풍리 용주골 성매매 집결지에 위치한 한 건물에 매매·임대를 알리는 종이가 붙어 있다.[사진=공병선 기자]

서울 지하철 4호선 길음역 10번 출구 앞에 위치한 '미아리 텍사스'도 대표적 집창촌이었지만 역사 속으로 사라질 예정이다. 2015년 미아리 텍사스의 성매매여성 100여명은 폐쇄를 압박하는 경찰에 반발하며 서울 종암경찰서 앞에서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지만 이젠 대부분의 성매매여성이 사라졌다. 2009년부터 시작된 재개발 절차는 다음 달 주민 이주 절차를 시작으로 2025년 하반기 착공될 예정이다. 미아리 텍사스의 성매매여성 A씨는 "그냥 조합이 하자는 대로 이주할 것"이라며 "용주골도 미아리처럼 더 이상 버티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일부 용주골 성매매 종사자들이 반발하고 있는 점은 변수다. 이들은 숙식을 이곳에서 해결하고 있고 당장 일자리를 구하기 어렵다며 2년의 유예기간을 요구하고 있다. 이들과 연대하고 있는 시민단체 '주홍빛연대 차차' 측은 "파주시는 설령 강제폐쇄를 하더라도 당사자들과 이야기하고 합당한 이주보상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신순 파주 1-3구역 재개발 조합장은 "갈등이 심화되면 정비 추진이 어렵게 진행될 수 있다는 우려도 생긴다"며 "유예기간을 2년을 못박는 것은 무리라는 입장을 전달했다. 사업시행인가가 승인되는 시점으로부터 3개월 안에 이주를 완료하는 방식이 적절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공병선 기자 mydill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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