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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Aug 27. 2022

짜파게티 어디까지 먹어봤니

쿵푸허슬 보면서 먹는 맛


일요일은 짜파게티 먹는 날,라고 한 광고는 정말 문구를 잘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짜파게티는 참 맛있지만 이상하게도 라면만큼 자주 먹지는 않는다. 라면 같은 국물이 없어서 보통 끓일 때 3개 정도 먹는데 먹다 보면 아마도 물리게 되어서 그렇지 않나 싶다. 라면은 매일 하나씩 끓여 먹어라면 넵! 하며 먹겠지만 짜파게티는 글쎄다. 하지만 일요일마다 먹는다면 달라진다.


학창 시절에 토요일에 일찍 마치면 집으로 달려와 끓여 먹는 짜파게티는 정말 맛있었다. 짜파게티도 먹다 보면 스킬이 늘어난다. 집된장을 조금 넣어서 같이 끓이면 묘하게도 중국집 짜장면과 맛이 비슷하다. 나는 위가 좋지 않아서 짜파게티는 라면보다 소화를 잘 못 시킨다. 그래서 물을 다 버리지 않고 반쯤 버리고 아주 팔팔 조리듯이 끓인 다음에 아주 천천히 먹는다. 3개를 끓여서 집구석에서 좋아하는 영화를 보며 거의 영화 한 편이 끝날 때까지 먹는다. 천천히 먹다 보면 식지만, 짜파게티는 그렇게 먹어도 맛있다.


또 이상하지만 라면은 친구들과 여러 개 끓여서 같이 먹으면 맛있지만 짜파게티는 혼자서 먹는 게 더 맛있다. 뭐 나만 그렇겠지만 왜 그런지 참 알 수 없다. 강가에 가서도 라면은 여러 개 끓여서 다 같이 모여 앉아서 호로록 먹었지만 짜파게티는 그게 잘 안 된다. 알 수 없는 건 여전히 알 수 없다.


짜파게티를 혼자서 끓여 먹는다 해서 외롭구나, 같은 생각도 들지 않는다. 냄비째 잡고 호로록 먹는다. 짜파게티에는 그냥 김치도 좋지만 파김치가 잘 어울린다. 왜 그런지 생각해보면 간단하다. 파김치 역시 짜파게티처럼 매일 먹지는 않기 때문이다. 김치는 매일 먹을 수 있는데 또 파김치는 매일 먹지 않는다. 역시 알 수 없다. 일요일에 끓여 먹으면 맛있다는 짜파게티는 정말 딱 그러했다. 광고라는 건 늘 느끼는 거지만 사람의 마음을 파고든다. 그래서 칩 키드가 좋아.


짜파게티를 먹으며 보는 영화는 늘 ‘쿵푸허슬’이다. 이 영화만큼 짜파게티와 어울리는 영화가 없다. 쿵푸허슬은 2005년에 나왔는데 아직도 이토록 눈물이 쏙 나올 만큼 강렬하고 통쾌하고 기가 막힌 후속작이 나오지 않고 있다. 주성치만 빠지고 나머지 멤버들로 후속작 비슷한 영화를 만들었지만 정말 형편없었다.


그래서 영화는 어떤 감독이 만드느냐에 따라 완전히 달라진다. 이번 ‘헤어질 결심’에서 박찬욱이 감독을 하지 않았다면 그런 영화가 나왔을까.


쿵푸허슬에는 아주 많은 권법이 나온다. 곤륜파의 함마공이나 시후공 대나팔 초식 같은 권법을 단지 대사로 말하는 것만으로 권법을 만들어 낸 원작자에게 엄청난 돈을 지불해야 하는데 주성치는 그걸 과감하게 다 해버렸다. 레디 플레이어 원에서 아주 쪼그마해서 잘 보이지도 않지만 영화 속에 등장한 원작 캐릭터들의 저작권료를 어마어마하게 지불한 스티븐 스필버그도 그랬다.


쿵푸허슬은 웃긴데 엄청 웃긴데 주성치가 화운사신에게 맞아서 경동맥이 다 끊어지고 죽어갈 때 땅바닥에 사탕을 그리는 장면은 또 울컥한다. 쿵푸허슬에는 그런 타이밍이 존재한다. 그렇다고 해서 주성치가 다시 주연으로 등장하는 후속작을 꼭 바라는 건 아니다. 더 안 나와도 된다. 왜냐하면 쿵푸허슬은 계속 봐도 재미있기 때문이다.


이상하지만, 역시 알 수 없지만 쿵푸허슬은 짜파게티를 먹으며 보는 게 재미있다. 돼지촌의 초반 결투 장면은 정말 명장면 아님. 봐도 봐도 재미있네. 호로록. https://youtu.be/C0LjdGXaADY

영상출처: 유튜브 Kealize


키득키득 거리며 짜파게티를 먹다 보니 어느새 밥까지 비벼서 야무지게 먹었다. 짜파게티는 도시락과 비슷하다. 도시락은 혼자서 먹는다. 하지만 도시락을 싸주는 누군가가 있다면 도시락에 마음을 담아서 싸준다.


그 사람의 마음을 도시락을 통해 전달받는다. 짜파게티도 혼자서 먹는 맛이 좋지만 사랑하는 이가 끓여 주는 짜파게티를 같이 앉아서 먹는다면 더 맛있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그 사람과 함께 쿵푸허슬을 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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