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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재계 전설' 울산 지천우 화백 "50년간 작품 500여 점 키워"

송고시간2021-04-21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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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줄 요약

울산은 70, 80년대 전국 최고 수준의 수석과 분재의 도시로 이름을 날렸다.

작품성이 탁월해 국내 분재계의 '살아있는 전설'로 통하는 차산 지천우 화백(82)은 울산에서 터를 잡아 50여 년간 분재 외길 인생을 살아왔다.

울산 도심지인 남구 신정동 지 화백의 자택 마당에는 그의 인생이 고스란히 담긴 30∼50년 된 분재 작품 500여 점이 신록의 옷을 갈아입고 자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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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분 속 축경미 연출이 관건…자연과 교감하면 건강해져"

"분재, 한국서 일본에 전래…'숲의 도시' 울산에 상설전시장 필요"

지천우 화백의 미니편백과 향나무 분재 작품
지천우 화백의 미니편백과 향나무 분재 작품

(울산=연합뉴스) 50년 외길 분재인생을 살아온 차산 지천우 화백의 분재 작품. 위는 높이 20cm의 청짜보(청록색 미니 편백)다. 세 종류의 편백을 삽목해 합식하여 만든 작품으로 유람선을 타고 대양문을 지나 태평양으로 향한다는 뜻의 '대양문'(大洋門)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아래는 높이 60cm의 일본 사어천 지역의 향나무다. 가느다란 구름다리를 지나면 신선을 만난다는 뜻으로 '무운선암'(霧雲仙岩)이라고 명명했다. 2021.4.20 [지천우 화백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울산=연합뉴스) 이상현 기자 = 울산은 70, 80년대 전국 최고 수준의 수석과 분재의 도시로 이름을 날렸다.

이 중 '리빙아트'로 불리는 분재는 작가의 심미적 감각과 긴 안목, 수십 년의 세월이 켜켜이 쌓여야만 하나의 작품을 만들 수 있다.

작품성이 탁월해 국내 분재계의 '살아있는 전설'로 통하는 차산 지천우 화백(82)은 울산에서 터를 잡아 50여 년간 분재 외길 인생을 살아왔다.

울산 도심지인 남구 신정동 지 화백의 자택 마당에는 그의 인생이 고스란히 담긴 30∼50년 된 분재 작품 500여 점이 신록의 옷을 갈아입고 자라고 있다.

지 화백은 분재 작품뿐만 아니라 수준 높은 분재도를 그리는 화백으로도 명성이 높다.

지 화백이 그린 한 분재도에는 '애분이양신(愛盆而養身)'이란 글이 적혀 있다.

그는 20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애분이양신'이란 나무를 사랑하는 것은 자기 몸을 돌본다는 뜻"이라며 "자연과 늘 교감하면 몸이 건강해지고 장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울산이란 숲이 울창한 도시라는 의미"라며 "울산시에서 도시에 나무를 많이 심길 바라며, 분재를 늘 감상할 수 있는 상설 전시장도 조성해 주면 좋겠다"는 바람도 피력했다.

지천우 화백의 분재 작품
지천우 화백의 분재 작품

(울산=연합뉴스) 50년 외길 분재 인생을 살아온 차산 지천우 화백의 분재 작품. 위는 높이 80cm의 소사나무, 아래는 40년 넘은 높이 50㎝의 해송. 2021.4.21 [지천우 화백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다음은 지 화백과 일문일답.

-- 분재란 무엇인가.

▲ 한정된 작은 그릇에서 자연의 축경미(縮景美)를 연출시키는 것이 분재다. 자연의 나무를 아름답다고 여기면, 그 나무를 더 아름답게 화분에서 재현해 내는 것이 분재다.

중국에서 시작된 분재는 한국을 거쳐 일본으로 전래했다. 조선시대 이전부터 우리나라 선조들이 분재를 했다는 기록이 있지만, 600년 전 조선시대 강희안 선생이 지은 '양화소록'이 가장 오랜 분재 역사서다.

현재 한국에서는 100만 명 정도가 분재를 즐기는 것으로 알고 있다.

-- 분재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있나.

▲ 30대 초반이던 1960년대에 고미술에 관심이 많았지만, 형편이 어려워 좋은 고미술품은 수집할 수도 없었고 그걸 따로 파는 곳도 거의 없었다.

당시에는 고물상이나 리어카 행상에서 고미술품을 찾는 것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일이었다. 그러다 표지에 분재 한 포기가 그려진 일본 책을 발견했는데 느낌이 확 왔다. 그때 이걸 해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줄곧 분재와 분재도에 인생을 바쳤다. 100년도 더 된 책인데 아직도 소장하고 있다.

외길 분재 인생 50년 지천우 화백
외길 분재 인생 50년 지천우 화백

(울산=연합뉴스) 이상현 기자 = 50년 외길 분재 인생을 살아 온 차산 지천우 화백이 울산시 남구 신정동 자택 마당에서 자신이 키운 분재를 다듬고 있다. 2021.4.21 leeyoo@yna.co.kr

-- 분재를 시작할 당시 어려움이 없었는지.

▲ 아무것도 모르던 시기에 혼자 산에서 채취를 시작했다. 나무 밑동을 캐서 독학으로 분재를 공부했다. 당시에는 화분이 없어서 옹기 뚜껑에 구멍을 뚫어서 화분으로 썼다. 구멍을 뚫다가 옹기가 수도 없이 깨지는 등 시행착오를 많이 겪었다.

그러던 중 우연히 당시 근대 분재의 선구자였던 부산 동래구 사직동에 사는 고 손상현 선생님을 알게 돼 그분을 직접 찾아갔다.

손 선생님을 만나서 나무마다 어떤 흙을 써야 하고 화분을 뭐로 해야 하며 등등 분재에 눈을 뜨게 됐다.

-- 분재의 좋은 점은 무엇인가.

▲ 움직이는, 살아있는 예술품이라고 생각한다. 가정에서 숲의 파노라마를 즐길 수 있는 데다가 쾌적한 산소까지 제공해준다. 그래서 서양에서는 리빙아트라고 부르는 것 같다.

작은 화분 하나에는 4계절마다 다른 색깔을 띠고 있다.

봄에는 연한 빛의 신록, 여름에는 무성한 잎들로 인한 시원한 느낌, 가을에는 단풍과 열매, 겨울에는 자연의 민낯인 뼈대와 설경을 볼 수 있다.

사계절 늘 이렇게 교감하니 욕심이 없어지고 기분이 좋아져 건강해질 수 있는 비결인 셈이다. 그러고 보니 고인이 된 분재인 중에 치매에 걸렸던 분도 여태껏 보질 못했다.

지천우 화백의 분재도
지천우 화백의 분재도

(울산=연합뉴스) 50년 외길 분재 인생을 살아온 차산 지천우 화백이 그린 분재도. 2021.4.21 [지천우 화백 제공.재판매 및 DB 금지]

-- 자연에서 잘 크는 나무를 고생시켜서 만든다는 부정적인 얘기도 있다.

▲ 아니다. 분재에 선택된 나무는 오히려 축복받았다고 생각한다. 질소, 인산, 칼슘 등 영양소를 골고루 먹으며 큰다. 반려견처럼 반려식물인 셈이다.

가지를 묶는 철사 걸이는 나무를 자연스레 유인하는 기술이다. 즉 수형 교육이다. 가지가 처지는 걸 막고 올바로 가도록 유인하는 것이지 고통을 주는 것은 아니다.

-- 분재뿐만 아니라 분재도로도 명성이 자자하다. 스스로를 평가하자면.

▲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 내가 직접 작품이나 그림을 올리지는 않았으나, 여러 다른 작가나 분재인들이 저의 작품들을 올려 놓았다.

분재와 분재도 모두 작품성 측면에서 높은 평가를 받길 원한다. 분재도는 한국과 중국, 일본에서도 높게 평가받는 것 같다.

분재를 배우려면 앞으로 20, 30년 후의 설계, 즉 심미안을 갖춰야 한다. 나무가 어떻게 클 것인가를 예상해야 한다는 말이다. 가지의 굵기조차 앞으로 10년, 20년, 30년 후를 미리 내다봐야 한다.

외길 분재 인생 50년 지천우 화백의 온실
외길 분재 인생 50년 지천우 화백의 온실

(울산=연합뉴스) 이상현 기자 = 50년 외길 분재 인생을 살아 온 차산 지천우 화백의 울산시 남구 신정동 자택 마당 온실. 30∼50년 된 분재 500여 점이 자라고 있다. 2021.4.21 leeyoo@yna.co.kr

-- 일반인 누구나 분재에 취미를 가질 수 있나.

▲ 심미안 있는 설계와 긴 안목이 필요하며, 우선 나무를 키울 공간이 맞아야 한다.

자연의 비와 바람이 생길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하고 분재를 하는 것이 좋다. 공중습도와 일조량 등이 부족한 아파트에서 키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 분재 발전을 위해서 지역 사회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 상설 전시장을 만들어주면 좋겠다. 일본에는 분재 야외전시장이 도시마다 마련돼 있다. 꽃나무와 멋진 열매 맺는 유실수, 고고함을 자랑하는 송백류, 잎과 단풍이 아름다운 단풍나무 등 모든 나무의 형태를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도록 울산대공원이나 문화예술회관에 상설 전시장을 만들어 공개한다면 많은 학생과 시민에게 교육적인 측면으로도 도움이 될 것이다. 그리고 울산시가 나무를 많이 심었으면 좋겠다. 아무리 좋은 건물도 100년 이상 못가지만 나무는 나이를 먹을수록 고풍스럽게 아름다워진다.

leey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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