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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주 갇힌 사도세자의 통곡, 창경궁 회화나무는 들었다"

송고시간2017-04-09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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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경궁서 주말마다 숲 해설…"철쭉 만개하는 4월 말이 봄 풍경 절정"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창경궁 선인문 앞 회화나무. 18세기 초반 그림인 '동궐도'에도 묘사돼 있다.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창경궁 선인문 앞 회화나무. 18세기 초반 그림인 '동궐도'에도 묘사돼 있다.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회화나무는 모양이 창의적이고 자유롭다고 할까요. 예부터 궁궐에 많이 심었고, '학자수'(學者樹)라고도 불렸죠. 그런데 이 나무는 줄기가 휘고 속이 비었습니다. 사도세자가 뒤주에 갇혀 죽은 문정전과 멀지 않아 죽음을 앞둔 그의 통곡 소리를 들었을 겁니다."

19세기 초반 창덕궁과 창경궁의 모습을 묘사한 '동궐도'(東闕圖, 국보 제249호)에는 선인문 앞에 회화나무 한 그루가 그려져 있다.

지난 8일 만난 숲 해설사는 이 나무에 대해 "약 200년 전이나 지금이나 같은 자리를 지키고 있다"며 "창경궁의 비극적 역사를 함께했다"고 설명했다.

선인문 앞 회화나무를 비롯해 창경궁에 있는 나무를 중심으로 궁에 얽힌 이야기를 들려주는 무료 프로그램 '역사와 함께하는 창경궁 왕의 숲 이야기'가 지난 1일부터 주말마다 진행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창경궁 숲 해설사가 나무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창경궁 숲 해설사가 나무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날 창경궁에서는 봄꽃들이 일제히 꽃망울을 터뜨려 화사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정문인 홍화문 너머의 옥천교에는 조선시대 선비들이 사랑한 꽃인 매화가 개화했고, 산수유와 목련, 생강나무도 꽃을 피웠다.

숲 해설사는 창경궁이 성종 15년(1484) 창덕궁 옆에 세워져 530여 년간 명맥을 이어온 궁궐이라고 소개한 뒤 홍화문 주변의 자두나무에 관한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놓았다.

그는 "자두나무는 오얏나무라고도 하는데, 조선 왕조의 이(李)씨를 상징하는 식물"이라면서 "대한제국은 오얏꽃을 황실의 문장으로 사용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창경궁 옥천교에 핀 매화.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창경궁 옥천교에 핀 매화.

홍화문 근처에는 아름드리 느티나무도 있다. 느티나무는 시골에서 정자 옆에 흔하게 심는 수종이다.

"영주 부석사 무량수전 아시죠? 고려시대에 만든 목조건물이죠. 그 무량수전의 기둥이 모두 느티나무입니다. 조선시대에는 느티나무가 많지 않아서 금강송, 즉 소나무를 건물 지을 때 쓴 거죠."

창경궁에서는 우리나라의 국화인 무궁화도 볼 수 있다. 숲 해설사는 "고운 최치원이 신라를 무궁화의 나라라는 뜻의 '근화향'(槿花鄕)이라고 불렀다"며 "피고 지기를 반복해 무궁화(無窮花)라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무궁화에는 진딧물이 많이 모여서 밭에 심으면 농작물에 진딧물 피해가 덜 발생했다"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창경궁 관천대에 핀 산수유꽃.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창경궁 관천대에 핀 산수유꽃.

숲 해설사는 이어 형태가 유사한 향나무와 측백나무의 차이, 느릅나무가 구황식물로 활용됐던 사연, 쉬나무에서 기름을 짜 등불을 밝혔던 기록 등에 대해 재미있게 설명했다.

창경궁의 숲 해설 프로그램은 10월 29일까지 이어진다. 토·일요일 오후 2시 30분 창경궁 정문인 홍화문에서 출발한다.

다만 요일별로 코스는 조금 다르다. 토요일에는 홍화문 금천 부근과 춘당지 위주로 둘러보고, 일요일에는 선인문 앞 회화나무, 통명전 주변 화계(花階, 계단식 화단)를 볼 수 있다.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창경궁 신록 아래에서 봄을 즐기는 사람들.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창경궁 신록 아래에서 봄을 즐기는 사람들.

박정상 문화재청 창경궁관리소장은 "창경궁만큼 나무 종류가 다양한 궁은 없다"며 "철쭉이 만발하는 4월 말부터 5월 초까지가 봄꽃을 감상하기 가장 좋은 시기"라고 말했다.

psh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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