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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취 감춘 '金 송이'…가뭄·늦더위에 '귀한 몸'(종합)

송고시간2016-09-05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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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자 형성 안 되고 늦더위 겹쳐 추석 앞두고 구경도 못해

"송이는커녕 잡버섯도 안 나와"…3년째 흉작 채취 農 울상

(청주=연합뉴스) 박병기 공병설 기자 = "송이요? 이번 추석에는 산삼보다도 귀해요."

'가을 산의 선물'로 불리는 야생버섯 작황이 올해도 신통치 않다. 지난달 기록적인 폭염과 가뭄으로 포자가 제대로 형성되지 않은 데다 늦더위까지 이어져 추석을 앞둔 시점에서도 구경하기 힘들다.

야생 송이버섯 [연합뉴스 자료사진]
야생 송이버섯 [연합뉴스 자료사진]

5일 충북 보은군 속리산 일대에서 버섯 채취 주민들에 따르면 이달 들어 야생버섯 수확에 나서고 있지만, 메마르고 더운 날씨 때문에 가져오는 게 거의 없다.

추석 선물시장에서 귀한 대접을 받는 송이와 능이는 아예 나오지 않고 간혹 눈에 띄는 싸리버섯이나 먹 버섯도 크기나 품질이 예년만 못하다.

속리산산림부산물작목반의 박경화(59) 회장은 "서너 차례 산에 올라가 봤지만, 씨가 마른 상태"라며 "지난주 태풍 영향으로 50㎜ 안팎의 비가 내렸는데도 산림이 바싹 마른 상태여서 표가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송이·능이 같은 가을 버섯은 기온이 20∼25도 안팎이고, 습도가 높을수록 잘 자란다.

생육에 적합한 환경이 되면 땅속에 있던 포자가 발아돼 버섯 자실체(子實體·몸체)로 성장한다.

그러나 올해는 장마 이후 한 달 넘게 불볕더위와 가뭄이 이어진 데다 늦더위까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올해 충북에 내린 비는 724.8㎜로 평년 1천1.8㎜의 72.3%에 불과하다. 이날 기준 아침 최저기온은 21∼23.6도로 떨어졌지만, 낮에는 28∼30도의 늦더위가 이어지고 있다.

야생 송이버섯 [연합뉴스 자료사진]
야생 송이버섯 [연합뉴스 자료사진]

가강현 국립산림과학원 임상공학부 박사는 "버섯의 몸체는 90%가 물이어서 덥거나 가문 환경에서는 잘 나오지 않는다"며 "올해 극심했던 여름 가뭄이 버섯 생육에는 최악의 환경이 된 셈"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앞으로 충분한 비가 내린다면 몰라도 그렇지 않을 경우는 올해 송이 구경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앞으로 한 달가량 강수량과 기온이 버섯 작황을 판가름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내 대표적인 송이 산지로 꼽히는 월악산 주변도 상황이 비슷하다.

주민들이 지난주부터 야생버섯 체취에 나서고 있는데도, 송이를 땄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한 주민은 "산에 올라보면 바싹 마른 낙엽만 수북이 덮여 있고 송이나 능이는 나올 기미조차 없다"며 "올해 추석에는 국내산 송이 맛보는 게 힘들 듯하다"고 말했다.

지독한 흉작이라 송이를 구경하는 것 자체가 힘들고, 귀하게 채취한 송이는 부르는 게 값이다.

이 지역 송이는 3년째 흉작이다. 과거 한해 1천㎏ 넘게 따기도 했지만, 지난 2년 동안은 3분이 1도 건지지 못했다.

추석 선물로 많이 나가 추석 전에 수확해야 목돈을 만질 수 있는데,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열흘 앞으로 다가온 추석 전에 수확 채취가 불가능해 버섯 채취 농민들은 울상이다.

야생 송이버섯 [연합뉴스 자료사진]
야생 송이버섯 [연합뉴스 자료사진]

한 버섯 채취 농민은 "추석 전에 선물 수요가 몰려 가장 비싸게 거래되는데 올해는 헛일"이라며 "추석이 지난 뒤 기상 여건이 좋아져 송이가 나와도 목돈 만지기는 글렀다"고 말했다.

어대영 단양군 산림녹지과장은 "포자가 형성되는 시기에는 사나흘에 한 번 정도 비가 내려야 하는데, 최근 몇 년은 가물 때가 많았다"며 "지구 온난화의 후유증이 야생버섯 생육까지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분석했다.

bgi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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