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버섯' 주의보…재래시장서 버젓이 판매
송고시간2012-09-11 11:52
상인들 "물에 담가두면 무해"…전문가 "완전 해독 안돼 위험" 등산객들 `속설'만 믿고 무분별 채취…중독 사고 잇따라
(청주=연합뉴스) 황정현 기자 = 지난 10일 오후 충북 보은군의 한 재래시장.
6명의 노점상인들이 펼쳐놓은 좌판에 '싸리버섯'이 즐비했다. 인근 속리산에서 직접 채취해 온 버섯이었다.
노점상들은 모두 식용 버섯이라며 손님들을 끌어모았지만 이들이 파는 버섯 가운데 노란색과 붉은색을 띠는 싸리버섯은 독버섯이었다.
한 상인은 식용 싸리버섯을 가리키며 "그냥 먹는 것"이라고 말하더니 노랗고 붉은 독버섯에 대해서는 "물에 삶아 먹으면 된다"고 설명했다.
잘못 먹으면 복통 등 식중독 증세를 일으키는 것은 물론 많이 먹으면 사망에 이를 수도 있지만 그 위험성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독성이 있지 않느냐는 질문에도 이들은 "물에 푹 삶거나 담가두면 독이 빠져나가기 때문에 먹는 데 전혀 지장없다"고 자신 있게 답했다.
버섯 전문가인 충북농업기술센터 장후봉 박사는 이에 대해 "위험한 발상"이라고 손사래를 쳤다.
장 박사는 "흔히 독버섯을 물에 이틀 동안 담가놓으면 독이 빠져 안전하다고 여기지만 독이 100% 빠져나갔는지 알 수 없다"며 "복통이나 설사는 물론 심한 경우 사망에 이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속리산 인근에서 만난 등산객 2명도 독버섯의 위험성에 대해 안일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독성이 있는 '노란다발 버섯'을 캐고 있던 한 등산객은 "누가 독버섯이라고 그러느냐. 물에 담갔다가 찌개에 넣어 먹으면 맛있다"라며 수십여개의 버섯송이를 한 움큼 챙겼다.
식용 가능한 `뽕나무버섯부치', 소위 '참나무 버섯'과 혼동한 것이다.
청원군 농업기술원에 따르면 2004년부터 2010년까지 야생 독버섯을 먹고 문제가 생긴 환자는 159명이며 이 가운데 사망자도 17명에 달했다.
올해도 지난 10일 경기지역에서 야생 버섯을 넣은 라면을 먹고 5명이 심한 식중독 증세를 일으키는 등 독버섯 중독 사고가 잇따랐다.
이들 대부분은 버섯에 대한 정확한 지식 없이 야생 버섯을 채취해 먹었다가 화를 당했다.
속리산에서 만난 등산객 박모(64)씨는 식용 버섯을 구분할 수 있다고 장담했지만 실제로는 독버섯을 제대로 가려내지 못했다.
모양이 비슷한 독우산광대버섯과 야생 양송이을 보여주자 박씨는 "세로로 잘 찢어지는 버섯은 먹어도 된다고 들었다"며 직접 찢어봤다. 그러나 결과는 독버섯과 양송이 둘 다 세로로 잘 갈라졌다.
속설만 믿고 버섯을 구별했다가는 낭패를 볼 수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냄새나 맛이 좋고, 벌레가 생기거나 은수저를 검게 변색시키지 않으면 식용버섯이라는 속설도 있지만 과학적인 근거는 없다.
전문가들은 "대부분의 야생 버섯이 식용 여부가 밝혀지지 않았기 때문에 채취하지 않는 것이 좋다"며 "야생 버섯을 먹고 메스껍거나 두통이 심하면 독버섯 중독일 가능성이 크니 먹은 버섯을 들고 병원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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