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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빈 "도준이는 자유롭고 사랑스러운 인물"

송고시간2009-05-24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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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빈 "도준이는 자유롭고 사랑스러운 인물"

(서울=연합뉴스) 한미희 기자 = 2005년 11월 군 입대. 무릎 인대 파열로 6개월 만에 의병 전역. 그리고 2년 넘게 지속된 공백기.

배우 원빈이 2004년 '우리 형' 이후 5년 만에 봉준호 감독의 '마더'를 통해 엄마의 맹목적인 사랑을 받는 어수룩한 스물여덟 살의 아들 도준으로 돌아왔다.

영화는 '괴물'로 마지막 천만 관객 신화를 쓴 봉준호 감독과 '국민 엄마' 김혜자의 만남부터 화제를 만들었고, 결국 칸 영화제에 초청돼 찬사를 받았다.

24일 칸에서 돌아온 원빈을 만났다. 배우 인생의 2라운드를 시작하게 해줬다는 영화 이야기도, 처음 가본 칸 이야기도 그는 여느 때처럼 조용하고 낮은 목소리로 차분하게 말했다.

"봉 감독님 명성이야 저는 익히 알고 있었죠. 워낙 대 감독님이니까 같이 작품을 하기는 어려울거라고 생각했어요. 못하면 혼나지 않을까, 이런 우려도 있었고요."

오랜 공백기에 대해 그는 "제대 후 재활 치료에 전념할 시간이 필요했고, 몇몇 작품이 들어오긴 했지만 딱히 좋은 작품을 만나지 못했다"고 말했다.

"2008년 겨울쯤 감독님이 아직 대본이 나오진 않았는데 아들 역을 맡기기 위해 한 번 만나보고 싶다는 연락이 왔어요. 그때 제가 도준 역으로 확정이 된 상황은 아니었는데 나중에 대본을 받았을 땐 저에 대한 느낌을 살려서 넣으셨더라고요."

엄마에게 전부인 아들 도준은 순진하고 미련한 바보같지만 결국은 알 수 없는 복합적인 인물.

봉 감독은 "영화에서 가장 어려운 역을 원빈이 참 잘했다"고 칭찬하면서 "원빈은 순하고 착하지만, 소심하고 이상한 집착도 있다"고 농담처럼 말했다. 하지만 그 말 역시 원빈에 대한 칭찬이었다.

원빈이 중요 장면 하나를 4번째 촬영했을 때 감독은 '이거다' 하는 느낌이 왔지만 원빈이 만족해하지 못하고 같은 장면을 8번까지 찍었다.

"감독님과 김혜자 선생님 두 분에게 폐를 끼칠 수 없다는 생각이 컸어요. 두 분의 믿음에 보답해야 한다는 의미에서 더 열심히, 최선을 다해야한다는 생각뿐이었던 거죠."

"감독님이 오케이 하셨을 때 저도 나쁘지 않았다는 느낌은 있었어요. 그래도 더 좋은 표현이 나올 수 있지 않을까 싶은 마음에 다시 하겠다고 했던 거고요."

그는 처음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도준이 그저 '굉장히 사랑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도준이를 어떻게 표현하느냐보다도 도준이라는 캐릭터 자체를 설정하는 일이 가장 어렵고도 재미있는 일이었다고.

"처음엔 특정한 장애가 있었으면 좋겠다 싶기도 했어요. 하지만 겉모습에 치중한 표현은 하고 싶지 않았어요. 도준이의 순수함의 끝은 어디인지 도준이의 내면만 생각하다보니 걸음걸이나 손짓, 눈빛이 자연스럽게 맞아들어가더라고요. 도준이는 굉장히 자유롭기 때문에 틀에 가두지 않아야 된다고 생각하고 머리를 많이 비우려고 노력했어요."

그는 마지막에 엄마에게 침통을 전해주는 장면을 하이라이트로 꼽았다.

"가장 부담스럽고 힘든 장면이었어요. 침통을 전해줄 때 모든 것을 다 알고 있는 듯, 아무것도 모르는 듯 하면서도 지금까지 쌓아 온 모든 것을 정리하고 담아내야 했으니까요."

봉 감독이 끌어 낸 김혜자의 새로운 모습은 원빈도 "상상도 못했다"고 말했다.

"선생님의 신들린 연기를 보면서 저는 더 힘들었죠. 몸을 불사르면서 신인보다 더 열정적으로 연기하는 모습에 놀라고, 한 장면, 한 장면에 모든 에너지를 쏟는데 그래서 국민 어머니가 될 수 있었겠구나 싶었고요. 선생님을 보면서 초심을 잃지 말아야겠다고 다시 한 번 생각했어요."

제대 후 복귀작인데다가 대선배, 최고의 감독과 함께 하는 작업인지라 부담과 긴장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을 터.

"긴장도 되고 두려움도 느꼈지만 현장에서 감독님과 대화를 통해 한 장면, 한 장면 만들어 갈 때 즐거웠어요. 오늘은 현장이 어떻게 펼쳐질까 기대와 설렘도 있었고요. 무엇보다 감독님이 배우의 의견을 묻고 존중해 주셔서 감사해요."

처음 가 본 칸은 신기하고 기분 좋은 일이었고, 칸의 여유를 느낄만한 시간도 없이 귀국 직전까지 인터뷰로 바쁘게 보냈다.

아직 차기작을 결정하지 않은 그는 "영화든 드라마든 진심이 느껴지는 작품이라면 장르도 상관없이 언제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영화 한 편이 완전히 끝나야 다른 일에 집중할 수 있어요. 곧 영화가 개봉하고 무대 인사가 끝난 다음에야 다음 작품을 고민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원빈 "도준이는 자유롭고 사랑스러운 인물" - 2

원빈 "도준이는 자유롭고 사랑스러운 인물" - 3

원빈 "도준이는 자유롭고 사랑스러운 인물" - 4

eoyyi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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