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속에 숨겨진 역사와 문화 .64] 겨우살이와 마법

  • 입력 2006-03-23   |  발행일 2006-03-23 제28면   |  수정 2006-03-23
"불행 막아준다" 신성한 대상으로
[나무속에 숨겨진 역사와 문화 .64] 겨우살이와 마법

모든 생명체는 더부살이다. 그 어떤 생명체든 오로지 혼자서는 살 수 없기에 누군가에 기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겨우살이는 땅에 뿌리를 박고 사는 게 아니라 다른 나무에 기대어 살아간다. 겨우살이는 '겨우산다'는 의미로 붙여진 이름이다. 그러나 겨우살이는 광합성 작용도 하기 때문에 완전히 남에게만 기대는 존재는 아니다.

겨우살이과의 겨우살이의 학명(Viscum album var. coloratum Ohwi) 중 비스쿰(Viscum)은 '새 잡는 풀'을 의미하는 라틴어 비스쿰(viscum)에서 유래했다. 이 나무의 열매에 끈끈한 점성(粘性)이 있다. 알붐(album)은 '희다'는 뜻이다. 이는 겨우살이의 껍질이 흰 데서 붙인 이름이다. 콜로라툼(coloratum)은 녹색 이외에 '물든' 것을 의미한다. 이 나무는 잎 떨어지는 나무에 기생하지만 늘 푸른 키 작은 나무이다. 그래서 중국에서는 겨울에도 푸르다고 동청(冬靑)이라 부르지만, 강동(江東)에서는 동청(凍靑)이라 불렀다.

겨우 남의 둥지를 자신의 집으로 삼아 살아가는 겨우살이지만 숭배의식, 신화, 전설, 설화 등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켈트인(人)의 종교인 드루이드교도들은 참나무를 신성하게 여기면서도 참나무에 기생하는 겨우살이도 신성함을 준다고 믿었다. 이들이 겨우살이를 신성하게 믿었던 것은 목성을 띤 참나무에 살 뿐 아니라 아주 귀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전역에 살고 있는 겨우살이는 주로 참나무류, 버드나무, 밤나무, 자작나무와 같은 일부 활엽수에서 살지만, 로마시대의 경우 배나무에도 흔했다. 서양 겨우살이는 사과나무와 사시나무에도 볼 수 있다. 서양에서는 겨우살이가 신령하기 때문에 쇠로 잘라서도 안 되고, 자른 것이 땅에 떨어지면 마법의 힘이 사라진다고 믿었다. 이들이 겨우살이를 이런 식으로 믿었던 것은 겨우살이가 땅에 뿌리를 박지 않은 데서 착안했다. 그래서 유럽의 중세에는 마녀가 집에 들어오지 못하도록 겨우살이 가지를 문 위에 걸어두었고, 목에 걸면 마법에 걸리지 않는다고 믿기도 했다. 일부 지역에서는 크리스마스 때 겨우살이를 문에 걸어두기도 했다. 그 아래를 걸어가면 좋은 일이 생긴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수북하게 자라는 겨우살이는 다산의 상징이기도 했다. 그래서 다산의 상징인 황소를 겨우살이 밑에서 죽였다. 겨우살이를 약재로 사용한 사례는 서양에서도 확인할 수 있지만, 중국은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자주 볼 수 있다. 경남 합천 해인사 입구에서는 할머니들이 겨우살이를 꺾어 판매하고 있다. 겨우살이는 높은 나뭇가지에 살고 있기에 자세하게 볼 기회가 드물지만, 이곳에서 죽은 모습을 통해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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