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shion

아프리카 음악과 패션

2023.04.09

by 김다혜

  • Ezreen Benissan

아프리카 음악과 패션

버버리 쇼에 참석한 버나 보이. @Getty Images

아프리카 음악이 국제적인 주목을 받으면서 버버리부터 새비지×펜티에 이르는 브랜드에서 버나 보이 같은 대형 아프로비트 뮤지션과 함께 문화적 자취를 남겼다. 이러한 유기적 파트너십은 패션 브랜드의 새로운 시장 개척을 돕는다.

음악 스트리밍 플랫폼에서 아프로비트(Afrobeat) 장르는 그야말로 기하급수적 성장을 보이고 있다. 버나 보이(Burna Boy)부터 템스(Tems)까지 아프리카 대륙의 뮤지션이 새로운 영역에서 인기를 얻으며, 국제 무대에서 아프리카와 디아스포라의 패션 브랜드를 대표한다.

스트리밍 플랫폼 스포티파이에 따르면, 2019년 이후 아프로비트 음악 스트리밍은 283% 증가했다. “아프로비트는 여러 요소가 완벽히 맞아떨어지면서 진정한 황금기에 접어들었습니다.” 스포티파이의 사하라 사막 이남 아프리카 음악 담당자 피오나 오쿠무(Phiona Okumu)가 말했다. “아프리칸 디아스포라, 고향의 어떤 부분과 연결되고자 하는 열망이 이 장르가 퍼지는 데 한몫했습니다.” 스포티파이가 <보그>에 독점 제공한 데이터를 통해 미국, 영국, 나이지리아, 프랑스, 네덜란드가 지난 3개월간 아프로비트의 상위 5개 시장임을 알 수 있었다.

에드 시런과 저스틴 비버는 아프로비트 뮤지션과 협업한 세계 유명 아티스트다. 비슷한 경향이 패션에서도 보이기 시작했다. 지난해 11월 나이지리아 아티스트 버나 보이가 새비지×펜티 Vol. 4 런웨이 쇼에서 공연을 했고, 같은 달 리카르도 티시는 버나 보이와 콜롬비아 가수 샤키라를 버버리의 2022 페스티브 캠페인 ‘더 나이트 비포(The Night Before)’에 등장시켰다.

“세계화와 음악 스트리밍을 통해 아프리카 아티스트는 이제 하나의 기준점이 되었습니다.” 런던 베이스의 스트리트 웨어 브랜드 아바가 벨리(Abaga Velli)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아데미데 우도마(Adémidé Udoma)가 말했다. “나이지리아 가수 아사케(Asake)를 예로 들면, 그는 이미 서구권 유명 아티스트보다 훨씬 트렌디하고, 패션을 선도하고 있어요.”

소규모 아프리카 브랜드, 특히 아직 국내 시장에서 벗어나지 못한 브랜드는 아프로비트 뮤지션에게 의상을 입히는 방식으로 이름을 알린다. 매년 열리는 서아프리카 스트리트 웨어 컨벤션, 스트리트 수크(Street Souk)의 설립자 이레티다요 자코스(Iretidayo Zaccheaus)는 위즈키드(Wizkid)나 템스같이 인기 있는 나이지리아 뮤지션이 국제 무대에서 나이지리아 소규모 브랜드의 옷을 입으면 이들 브랜드도 주목받을 수 있다고 전했다. “이런 파트너십은 큰 차이를 만듭니다. 겨우 티셔츠 20장을 파는 작은 브랜드에서 티셔츠 1,000장을 파는 브랜드가 될 수 있어요. 왜냐하면 이 뮤지션들은 타국에서 살고 있는 나이지리아인, 고향에 있는 나이지리아인을 비롯한 전 세계 많은 사람에게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아프로비트 아티스트에 대해 패션계의 관심이 높아지는 것은 현재 K-팝에서 나타난 현상과 유사하다. 브랜드는 헌신적인 K-팝 팬들 덕분에 새로운 소비자에게 다가가고, 새로운 시장에서 입지를 구축할 기회를 얻고 있다.

“협업, 패션 위크 참석 등 브랜드 홍보를 위해 한국 셀러브리티를 찾는 브랜드가 늘고 있습니다.” 데이터 분석 회사 런치메트릭스(Launchmetrics)의 CMO 앨리슨 브링제(Alison Bringé)가 말했다. “최근 몇 년간 소비자들이 영감을 얻기 위해 국경 너머 다른 문화를 찾아보는 변화가 있었죠. K-팝 스타와 같은 글로벌 아티스트는 브랜드가 문화적 시대정신을 파고들고, 새로운 소비자에게 다가가기 위해 활용할 수 있는 전략적 파트너입니다.”

눈에 띄고 진정성 있게
아프리카 및 디아스포라 소비자와 연결되길 원하는 럭셔리 브랜드는 정확한 타깃을 공략할 좋은 전략이 필요하다. 미국 배우 잇사 레이(Issa Rae)와 모델 에밀리 라타이코프스키가 소속된 캘리포니아 기획사 UTA(United Talent Agency)는 버버리와 협력해 버나 보이가 등장하는 캠페인을 아프리카 및 디아스포라 소비자가 직접 접하도록 했다. 버나 보이×버버리 캠페인은 나이지리아와 가나에서 출발하는 영국항공의 모든 승객이 지나는 런던 히스로 공항 5번 터미널의 수하물 통로 전체를 둘러싸고 있었다.

UTA의 아티스트 브랜드 전략 이사 아이린 아그보탠(Irene Agbontaen)은 브랜드가 이런 캠페인을 실제 소비자가 있는 곳에서 진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한다. “디아스포라가 1년에 한 번 파티, 음악, 예술, 문화 행사 시즌을 위해 라고스와 아크라 같은 서아프리카 도시에 있는 집으로 돌아가는 시기인 ‘데티 디셈버(Detty December)’에 5번 터미널에서 캠페인을 선보인 것이 이번 전략의 핵심이었습니다. 캠페인을 디아스포라에게 보여주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동시에 대중과도 연결되고, 가능한 한 사회적으로 관련성을 갖도록 만들어야 했죠.” 구매력 있는 소비자층에 캠페인을 제공했다는 것도 밝혔다. 성수기에 런던에서 가나까지 가는 항공료는 500~1,800달러를 오가기 때문이다.

암스테르담에 기반을 둔 스트리트 웨어 브랜드 데일리 페이퍼(Daily Paper)의 기원에 아프리카 음악을 빼놓을 수 없다. 2008년 음악과 문화 블로그로 시작한 이 브랜드는 아프로비트와 아프로퓨전, 힙합, 재즈와 아마피아노(Amapiano) 같은 여러 음악 장르에 걸친 협업을 통해 그 문화적 배경을 오마주했다. “음악은 14년에 걸친 우리 여정에서 항상 중요한 기둥이었습니다.” 데일리 페이퍼의 공동 창립자 3인 중 한 명인 제퍼슨 오세이(Jefferson Osei)가 말했다. “그 이면에 숨은 전략 같은 것은 없습니다. 몇몇 아티스트가 음악에 중요한 메시지를 담아내고, 우리는 그것이 아프리카에 대한 특정한 감정을 불러일으킨다고 생각합니다. 즐거운 음악일 수도 있고, 투쟁적인 음악일 수도 있죠. 무엇이 됐든 우리가 늘 뒤에서 지지하고 싶은 것입니다.” 그는 협업의 진정성이 전 세계 데일리 페이퍼 소비자에게 반향을 불러온다고 덧붙였다.

데일리 페이퍼는 협업을 통해 뮤지션과 브랜드를 연결할 수 있는 혁신적인 방법을 찾아냈다. 2019년 위즈키드의 ‘스타보이(Starboy)’를 위한 캡슐 컬렉션을 만들었으며, 암스테르담에서 열린 버나 보이의 ‘아프리칸 자이언트 투어(African Giant Tour)’를 지원하는 팝업 이벤트를 주최했다.

스트리트 웨어 커넥션
스트리트 패션은 언제나 음악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왔다. 다니엘 데이(Daniel Day)로도 알려진 미국 패션 디자이너 대퍼 댄(Dapper Dan)은 제이 지와 LL 쿨 제이의 의상을 담당하며 미국 힙합계에서 중추적 역할을 했다. 최근에는 영국계 자메이카 디자이너 마틴 로즈가 켄드릭 라마의 ‘빅 스테퍼스 투어(The Big Steppers Tour)’ 무대의상을 제작했다. 이와 유사한 음악과 패션의 파트너십이 서아프리카에서 추진력을 얻고 있다.

“나이지리아에서 일어나는 또 다른 움직임은 뮤지션이 자신과 관련된 상품을 훨씬 더 진지하게 받아들인다는 점입니다. 지금까지 이런 규모로 이뤄진 적은 없어요. 단순히 티셔츠뿐 아니라 완벽하게 갖춰진 컬렉션을 볼 수 있죠.” 스트리트 수크의 자코스는 뮤지션이 현지 스트리트 웨어 브랜드와 협력해 양질의 투어 상품을 생산한다고 설명한다. “뮤지션이 자신의 상품이나 착용하는 옷에 신경 쓰면서 다른 브랜드와 관계를 맺으려 노력하고, 상품을 만들기 위해 기존 브랜드와 협력하는 일이 훨씬 더 많아졌습니다.”

아바가 벨리는 버나 보이나 스켑타(Skepta) 같은 뮤지션을 위한 커스텀 룩을 제작했다. <크랙 매거진(Crack Magazine)> 같은 출판물의 아트 디렉션과 스타일링 경력이 있는 우도마는 이 같은 파트너십을 통해 더 많은 사람이 브랜드를 알게 되었고, 아티스트가 착용한 제품도 문의하게 되었다고 전했다. 그는 아프리카와 디아스포라 뮤지션이 루이 비통, 구찌를 비롯한 럭셔리 브랜드와 아바가 벨리 같은 로컬 브랜드를 함께 착용한다고 덧붙였다.

나이지리아의 하이 스트리트 웨어 브랜드 애슐럭스(Ashluxe)의 설립자 잉카 애시(Yinka Ash)는 패션과 음악은 밀접하게 얽혀 있다고 말한다. 애슐럭스 제품은 나이지리아 뮤지션 다비도(Davido)와 콜롬비아 가수 말루마(Maluma)를 비롯한 아티스트가 착용한 적이 있다. 그는 지난여름 음악과 문화 예술 관련 연례 축제를 론칭해 3만여 명의 군중과 30명의 아티스트를 동원하기도 했다. “이런 축제가 잠재 고객을 활용하고 커뮤니티를 하나로 모으는 데 도움이 되는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는 애슐럭스가 주최하는 버티컬 레이브(Vertical Rave) 페스티벌에서 공연하는 대부분의 아티스트를 직접 스타일링하기도 했다. “패션을 사랑하는 사람은 음악도 사랑하죠.”

아프리칸 뮤지션과의 협업은 아프리카의 럭셔리 소비자에게 다가가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는 해외 및 디아스포라 브랜드의 접근성을 높인다. 자코스는 오프화이트, 데일리 페이퍼와 함께 주최한 이벤트를 회상했다. 팬들을 위해 라이브 음악과 DJ 공연으로 구성한 이 행사는 두 브랜드가 지역사회와 연결되는 기회뿐 아니라, 제품을 더 쉽게 판매하는 방법을 제공했다. “나이지리아에서 제품을 받아볼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접근성이 중요했습니다. 온라인으로 주문하고 2주를 기다릴 필요도, 나이지리아로 배송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제품을 받지 못할 일도 없었죠.”

앞서가기 위해 노력하는 데일리 페이퍼는 가나와 나이지리아를 넘어 남아프리카나 모로코, 세네갈 같은 다른 시장을 주목한다. 오세이는 팝업이나 지역 행사 개최 등의 활성화 방안을 통해 지역 인재들과 협업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애슐럭스의 애시는 아프리칸 아티스트와 브랜드가 계속 서로를 지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이야기한다. “아프리카 제품을 사지 않으면서 아프리카가 얼마나 놀라운 곳인지 설명할 수는 없어요. 그렇기 때문에 여러 예술가와 공연가, 디자이너를 비롯한 창의적인 사람들이 아프리카 브랜드를 활용하고 싶어 한다고 봅니다.” (V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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