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현 4번홀 티샷
박성현이 티샷을 날리고 있다. 제공 | KLPGA

[스포츠서울]14번홀(파5). 장타자 박성현(22·넵스)의 힘찬 티샷은 바람을 가르며 힘차게 날아갔다. 하지만 마음먹고 친 샷은 오른쪽으로 밀리면서 둔턱을 맞고 워터 헤저드로 굴러떨어지고 말았다. 1벌타를 받고 때린 샷이 페이웨이로 올라왔지만 네번째 샷이 다시 오른쪽으로 밀리면서 그린 옆 벙커에 쳐박혔다. 바로 옆 워터헤저드에 빠지지 않은 것이 차라리 다행이었다. 하지만 벙커에 빠진 공은 모래에 너무 깊숙히 박혔고 세게 쳐낸 벙커샷은 그린을 넘어 멈췄다. 결국 6타만에 그린에 오른 뒤 2퍼트로 3타를 잃어 스코어는 한순간에 4언더파에서 1언더파로 곤두박질쳤다. 2위인 이정민(23·비씨카드)에 졸지에 2타차로 쫓기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박성현에게는 2주 전 제주 롯데칸타타오픈에서 이정민과 최종 라운드 챔피언조에서 맞대결했다가 3타차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역전패를 당한 악몽이 떠오르는 순간이었다. 당시 18번홀에서 1m 파퍼트를 놓쳐 연장전으로 끌려간 뒤 역전패를 당하는 아픔을 겪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패배의 아픔은 그를 더욱 강하게 했다.

프로 2년차 박성현이 프로 데뷔 첫승을 내셔널 타이틀로 장식했다. 21일 인천 베어즈베스트 청라 골프클럽(파72·6635야드)에서 막을 내린 기아자동차 제29회 한국여자오픈 골프선수권대회(총상금 7억원) 마지막 라운드에서 5타를 잃었지만 최종합계 1오버파 289타로 우승을 차지했다. 박성현은 이번 우승으로 상금 2억원과 2019년까지 4년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출전권을 받았다.

박성현 4번홀 서드샷 날리고 있다

2주전 역전패를 안겨줬던 이정민과 챔피언조에서 맞붙은 박성현은 전반에 버디 퍼트를 잇따라 놓쳐 1타를 잃었지만 5타 뒤진 2위로 4라운드를 시작한 이정민은 5번홀(파3)과 6번홀(파5)에서 연속 버디를 잡아 추격의 불씨를 댕겼다. 흔들리던 박성현은 10번(파5), 11번홀(파4)연속 버디로 안정을 찾는 듯 했지만 13번홀(파4) 보기, 그리고 문제의 14번홀에서 트리플 보기를 범하며 이정민에 2타차로 추격을 허용했다.

이후에도 불안한 모습을 보인 박성현은 2타를 더 잃어 1타차로 추격을 당한 채 18번홀(파4)로 올라갔다. 2주전 그랬던 것처럼 압박감이 그를 짓눌렀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두 번째 샷을 홀에 올린 뒤 퍼트를 홀컵에 바짝 붙여 파로 마무리해 마침내 우승컵을 품에 안았다.

우승트로피에 입맞추는 박성현 (1)
박성현이 우승 트로피에 입맞춤하고 있다.

우승 후 박성현은 “아슬아슬하게 우승했지만 첫 우승을 만든 것이 스스로 대견스럽다. 메이저 대회 우승이라 기쁨이 더 크다”며 “14번홀 트리플보기 이후 긴장이 많이 됐지만 (이)정민 언니가 침착하라고 위로해줘서 큰 힘이 됐다”라면서 우승을 다툰 선배 이정민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이정민(23·비씨카드)은 3오버파 291타로 2위, 안신애(25·해운대비치리조트)와 양수진(25·파리게이츠)이 4오버파 292타로 공동 3위에 올랐다. 모처럼 국내무대 복귀전을 치른 김효주(20·롯데)는 7오버파 295타로 공동 9위를 차지했다.

한편 이번 대회 마지막날에는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걱정에도 2만3000여 명의 갤러리가 몰려 여자골프의 인기를 실감나게 했다.

유인근 선임기자 ink@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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