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사직구장에서 이변 아닌 이변이 일어났다. 가파른 상승세를 타던 kt가 11일에도 롯데의 발목을 잡고 부산 원정에서 롯데를 상대로 구단 창단 첫 스윕승(3연전 전승)을 기록했다. 사직 주중 3연전 이전까지 롯데전 5연패로 절대 열세였던 kt가 3연전 내내 롯데를 압도했다. 사직 주중 3연전 첫 날인 9일 7-2 승리를 거뒀고, 10일에는 9회 5점을 내며 동점을 만들더니 연장 10회 10-7로 역전승의 기쁨을 누렸다. 마지막 날인 이날 구단 창단 한 경기 최다 득점 기록(종전 5월 24일 수원 한화전 13점)을 새로 쓰며 16-6의 대승을 거뒀다. 3연전 기간 롯데 외국인 투수 조쉬 린드블럼(9일)과 브룩스 레일리(11일)까지 무너뜨리고 거둔 전승이라 의미가 깊었다.

[SS포토]kt 댄 블랙, 나 5할 타자인거 몰라?
kt 댄 블랙이 7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열린 KBO리그 한화와 경기 1회초 1사 주자 1,3루서 한화 선발 배영수를 상대로 우전 안타를 날리며 3루주자를 불러들여 1-0을 만들고 있다.2015.06.07대전|최재원선임기자shine@sportsseoul.com

◇kt 블랙 효과 크네!
kt의 롯데전 스윕승을 이끈 일등 공신은 새 외국인 타자 댄 블랙이다. 블랙은 11일 사직 롯데전에서도 8-4로 앞서던 4회 2사 1루에서 롯데 이정민을 상대로 투런포(3호)를 작렬했다. 3회 어렵게 3점을 쫓아온 롯데의 기를 꺾는 쐐기포였다. 지난 10일 연장 10회에는 팀에 승리를 안기는 역전 홈런포를 쏘아 올렸다. 사직구장 최초의 좌타자, 외국인타자 장외홈런을 기록했다. 롯데와의 3연전에서 모두 홈런을 터뜨렸고, 7연속경기 타점을 기록했다. kt 조범현 감독은 “블랙이 오면서 마르테와 함께 넣으니, 다른 타자들도 부담을 덜고 가볍게 치고 있다. 전체적으로 타선이 좋아졌다”면서 “블랙은 초반에 시차적응도 안 돼 가볍게 툭툭 치는 것 같더니, 이제는 힘있게 치고 있다. 30경기 정도를 지켜봐야 하겠지만, 선구안이 워낙 좋아 기대된다”고 밝혔다. kt 이숭용 타격코치도 “공을 잡아놓고 치는 자세가 좋다. 영리하고 선구안이 좋다”고 칭찬했다.
10일 9회 5점 차를 극복한 대역전극은 kt를 더 단단하게 만들었다. 조 감독은 역전승 후 “이런 경기가 빨리 나오길 원했는데 이제 나왔다. 이런 경기를 해보면 선수들이 달라진다”고 말했고, 조 감독의 기대대로 자신감을 얻은 kt 선수들은 이날 롯데 선발 레일리를 상대로 1회 5점, 2회 3점을 내는 등 맹폭을 퍼부었다. 레일리(2.1이닝 8실점 7자책점)는 kt를 상대로 3회도 채우지 못했다. 불붙은 kt 타선은 이번 3연전을 치르는 동안 무려 11방의 홈런포를 사직구장에 쏘아 올렸다. 이날 경기에선 장·단 16안타로 한 경기 팀 최다안타 타이 기록을 세웠다.

[SS포토]kt 조범현 감독, 든든한 장성우가 있어 승리했어
kt의 조범현 감독이 28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KBO리그 LG와 경기에서 4-0으로 승리한 뒤 들어오는 장성우와 하이파이브로 격려해주고 있다. kt는 이날 승리로 10승 39패를 기록하게 됐다.2015.5.28잠실|최재원선임기자shine@sportsseoul.com

◇부메랑이 된 하준호, 장성우
롯데는 지난달 2일 kt와의 트레이드를 통해 외야수 하준호와 포수 장성우를 보냈다. 하준호와 장성우는 트레이드 후 처음으로 사직구장을 찾았고, 부메랑이 돼 롯데에 타격을 입혔다. 하준호는 9일 우익수, 2번타자로 선발출전해 홈런 2방을 몰아치며 친정팀 가슴에 비수를 꽂았다. kt 이적 후 터진 첫 홈런이 친정팀 롯데를 상대로 나왔고, 생애 첫 멀티홈런(1경기 2홈런 이상)을 사직구장에서 기록했다.
장성우 역시 이날 6회 롯데 이정민을 상대로 홈런포를 가동했다. 홈런뿐 아니라 투수리드도 좋았다. 9일 선발 정대현(5이닝 6안타 2실점)을 잘 이끌어주며 롯데전 연패를 끊었다. 조 감독은 “장성우는 기대한 것 이상이더라. 영리하게 투수를 잘 끌어준다. 상황에 따라 볼배합을 잘 가져가고 있다”고 칭찬했다.

◇롯데에 무슨 일이?
롯데는 최근 2주 간 두 번의 스윕패(3연전 전패)를 당했고, 최근 8경기에서 1승에 그치고 있다. 29승 31패로 끈질기게 지켜오던 5할 승률도 무너졌다. 롯데는 지난 2~4일까지 포항구장에서 삼성에 3경기를 모두 내줬다. 7일 사직 KIA전에서 어렵게 연패를 끊었지만, 최하위 kt에 충격의 3연패를 당했다. 9일 린드블럼을 하루 당겨쓴 게 결과적으로 패착이 됐다. 린드블럼은 4일 포항 삼성전(6이닝 3실점)에 등판했던 린드블럼은 4일만 쉬고 마운드에 섰지만, 떨어진 구위로 홈런을 4방이나 맞으며 5.2이닝 7실점으로 무너졌다. 연패를 끊기 위해 레일리 역시 4일만 쉬고 등판했지만 부진했다. 6일 사직 KIA전(8이닝 2실점)에서 117구나 던졌던 레일리는 아직 덜 회복된 듯 했다. 10일 연장 역전패를 당하는 과정도 좋지 않았다. 7-2로 앞선 9회 등판한 마무리 심수창은 5점 차 리드도 지켜내지 못했고, 필승 셋업맨 이성민도 연장 10회 홈런 2방을 맞았다.
롯데 강민호가 3연전에서 홈런 3개를 몰아쳤고, 황재균도 10일과 11일 연속경기 홈런포를 가동했다. 하지만 달아오른 방망이를 자랑하는 kt에 위협을 줄 정도는 아니었다. 적장인 조 감독은 “손아섭이 빠지니까 롯데 타선의 짜임새가 조금 떨어지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전날에 이어 이날도 오현근을 손아섭 대신 선발 우익수로 내보냈지만, 기대에 못 미쳤다.
사직 | 이웅희기자 iaspire@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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