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민, KLPGA 투어 베트남 대회 역전 우승…통산 10승 달성
이정민 프로가 18일 베트남 빈즈엉 트윈도브스 골프클럽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PLK 퍼시픽링스코리아 챔피언십 최종 3라운드에서 우승을 차지한 뒤 트로피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 KLPGA

[스포츠서울] 2023년 KLPGA 시즌 첫 대회가 싱가포르에서 열리고 연이어 베트남에서도 두 번째 대회를 마쳤다. 그동안 코로나19로 인해 열리지 못했던 해외 대회도 마침내 열렸다. 어느 곳에서나 최선을 다하는 선수들의 활기찬 모습을 한겨울에 한여름 날씨의 해외에서 다시 볼 수 있었다.

예전에 텃밭을 가꾸다 보면 날마다 잡초와의 전쟁이 다반사다. 아무리 뽑고 뽑아도 나타나는 그 번식력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인간의 시각으로 보면 불필요한 잡풀에 불과하지만, 가끔 아스팔트 타일조차 헤집고 나오는 그 생명의 강인함과 끈질긴 근성(根性)을 보고 또 한 번 놀란다.

골프장의 러프, 페어웨이, 그린에서는 잔디를 각기 다른 높이로 베어준다. 그런데 새포아풀이라는 잡초는 잔디가 깎이는 높이까지 자랐다가 잔디 깎기에 베이지 않도록 스스로 그 높이보다 더 낮은 위치에서 이삭을 맺는다. 잡초는 주변 환경에 맞추어 변화하면서 놀랍도록 잘 적응한다. 조건이 좋거나 나쁘거나 늘 최선을 다한다. 키 큰 옥수수와 함께 자라는 잡초는 그 높이만큼 자라기도 한다. 자신만의 독특한 방식으로 생존한다.

일본의 대표적인 식물학자이며 농학박사인 이나가키 히데히로는 그의 저서 『전략가, 잡초』에서 연약한 잡초의 생존전략은 오히려 ‘싸우지 않는 것’이라 했다. 강한 식물이 자라는 곳은 피하고 경쟁 식물이 자라지 않는 곳만 골라서 터를 잡는다. 밟히면 일어서지도 않고, 밟히고 또 밟혀도 반드시 그곳에서 자신의 씨를 남긴다. ‘씨’를 남기겠다는 목표가 있기에 어떻게든 버틴다.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나는 경쟁 속에서 반드시 이기는 것만 강한 것이 아님을 보여준다.

승부의 세계에서는 챔피언은 한 명뿐이고 순위는 늘 정해진다. 2022년 월드컵 축구에서도 보듯 승부에서는 영원한 승자도 패자도 없다. 자신의 역량만큼, 연습한 목표치만큼 최선을 다하면 되는 거다. 좀 잘못했다고 누구를 불평하거나 자신을 원망하기보다 그냥 그대로 수용하면 된다. 진정 최선을 다했다면 부끄러운 게 아니다. 잡초 씨앗이 물 따라 바람 따라 어디론지 흘러가 뿌리내리고 곧바로 생존하듯 그렇게 살면 된다. 그러다가 운 좋으면 ‘넘버원’도 될 수 있다.

능력이 좀 부족하면 부족한 대로, 자신이 없으면 없는 대로 최선을 다하는 삶. 마치 영화 ‘여인의 향기’에서 퇴역 장교 슬레이드(알 파치노)가 “스텝이 엉키는 걸 두려워 마세요. 스텝이 엉키면 그게 바로 탱고니까요”라고 여인에게 말하는 것처럼. 살다가 좀 스텝이 엉키면 어떤가. 그대로 춤추면 되지. 능력이 좀 떨어지면 어떤가. 그럴 수도 있지.

“잡초는 아직 그 가치를 발견하지 못한 식물이다.” 랠프 왈도 에머슨가 말했듯이 우리도 아직 자신의 진정한 가치를 제대로 발견하지 못하고 살아가는 것은 아닌지. 잡초의 세계에서는 잘 나고 못남이 없다. 개성만 있을 뿐. 우리는 삶을 언제나 ‘성공’에서만 살아갈 이유를 찾고 있는지 모른다. 실패도, 미완성도 나의 인생이다. 때때로 삶은 불공평하지만, 그래도 계속 이어진다. 포기하면 안 된다. 버티다 보면 언젠가는 위로와 보상받을 시간이 찾아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오늘도 자신의 본분을 잊지 않고, 흔들리는 멘탈을 늘 다독이며 최선을 다하는 KLPGA 선수들의 몸짓이 골프장에서 꿋꿋하게 생존하는 새포아풀 잡초의 모습과 오버랩(overlap) 된다. 언제나 어디에서나 전심전력(全心全力)을 다하는 그들에게 힘찬 박수를 보낸다. Do your best(최선을 다해라)!

곽해용 칼럼니스트·곽보미 프로 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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