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30년 전 분재를 처음 시작한 이후로 우리나라의 분재시장은 점점 발달했습니다. 지금은 중국·미국·유럽 등지에서 우리나라의 분재를 찾을 정도로 시장이 크게 성장했습니다”

지난 18일 한국 분재개발 미목연구원이 있는 서울 서초구 신원동의 ‘새봄분재원’에 들어섰을 때 기자를 맞아준 것은 수많은 국화 분재들이었다. 남상진(63) 한국 분재개발 미목연구원 원장이 분재 속에서 불쑥 나타나 기자를 사무실로 안내했다. 남 원장은 새봄분재원과 분재를 강의하는 한국 분재개발 미목연구원의 원장을 동시에 맡고 있다.

“분재를 한 문장으로 정의하자면 ‘대자연 속에서 식물이 지닌 가장 아름다운 한 모습이나 자연경관을 화분에 축소, 미화(美化)시켜 연출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식물을 인간이 가진 미적 감각과 기술에 의해 더 이상적인 수형미(樹形美)로 더욱 아름답게 보일 수 있도록 키우는 것이죠”

남 원장이 처음 분재를 접한 것은 지난 1985년 경이다. 장교로 전역한 이후 동원훈련에 참여했는데 그곳에서 우연히 동향의 선배를 만났다. 선배는 서울 강동구 둔촌동에서 분재원을 운영하고 있었다. 선배의 분재원에 자주 방문하면서 분재에 흥미를 갖게 됐다.

“사실 고향 근처에 내장산이 있어서 어린 시절부터 나무·풀·꽃 등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무슨 인연이 있었는지 직장문제 때문에 마산 지역으로 가게 됐을 때도 부하직원의 아버지 중 한 분이 분재원을 운영하더군요. 그때부터 분재를 생산해 보기로 결심하게 됐습니다”

그렇게 그는 1985년 분재에 입문해 열심히 공부도 하고 자격증도 땄다고 했다. 1987년에는 분재원을 차렸다. 1988년 분재전시회에 처음으로 자신의 작품을 출품하기도 했다. 그 이후 지금까지 분재원을 운영해 왔다고 남 원장은 전했다.

우리나라의 분재 시장은 크게 취미와 생산자로 나뉜다. 취미로 분재를 만드는 사람들이 모인 모임이 한국분재협회이고, 직업적으로 분재를 생산하는 생산자들이 모인 모임이 한국분재조합이다.

“생산자 단체인 한국분재조합에 의하면 현재 우리나라에서 분재를 전문적으로 생산하는 생산자는 총 800명 정도로 600개 정도의 업체가 성업중입니다. 전성기에 비하면 많이 줄어든 편이지만 그래도 적은 수는 아니죠”

우리나라는 전세계에서 유일하게 산림청에서 주관하는 분재관련 국가 자격증이 있다고 한다. 때문에 한국 뿐만 아니라 분재를 하는 외국인들이 우리나라에 분재 자격증을 취득하러 오기도 한다.

“분재의 가격을 책정하는 기준은 ‘품격’입니다. 크기는 아무런 상관이 없어요. 크기가 아무리 커도 품격이 없으면 싸구려 분재이고, 아무리 작아도 품격이 있으면 수 억원의 가치를 지닙니다”

그는 품격이란 모양이 빠짐없이 연결돼 있고, 기술적·시간적 노력과 주인의 재능 등이 모두 종합적으로 모여서 만들어진다고 말했다. 물론 일반적으로는 전문가의 감정을 통해서 가격이 책정되는 편이라고 덧붙였다. 분재 전문가들만 참여할 수 있는 분재 경매도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제일 비싼 분재는 10억원 정도 할 것입니다. 사실 분재에 있어서 2억원에서 3억원 정도는 아무것도 아닌 가격입니다. 우리 가게에도 5000만원 정도에 상당하는 소나무 분재가 하나 있고, 수천만원에 달하는 분재도 몇 개 있습니다”

남상진 원장의 분재원에는 사회 고위 인사들이 분재를 맡기기도 한다. 분재원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과 김광석 참존 회장이 위탁한 분재를 볼 수 있었다. 

 

역사학계는 최초의 분재가 중국에서 시작한 것으로 추정한다. 우리나라는 고려시대와 조선시대의 선비들이 많이 즐긴 것으로 사서에 나타나 있다. 최초의 분재는 자연에서 채취한 나무였을 것이라고 추측됐다.

“물론 지금은 과거와는 달리 법으로 산에서 분재를 채취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기 때문에 분재를 전문적으로 생산하는 사람들이 시장에 분재를 공급하게 됐지요. 지금은 국내 시장을 넘어서 전세계에 수출하고 있습니다”

분재문화는 전세계에 퍼져있다고 한다. 중동국가 중에는 사우디아라비아나 아랍에미레이트연방이 대표적이다. 신흥 개발도상국의 상류층이나 선진국의 중상층 및 상류층을 대상으로 분재시장이 형성되고 있다.

“분재라는 것이 우리나라에서도 선비들의 문화로 시작했듯이 광복 이후에도 초기에는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사람들의 문화로 시작했습니다. 최소 학교 교장선생님부터 대기업 총수들까지 즐기는 문화였죠. 하지만 지금은 일반인들에게까지 저변이 확대됐습니다”

일반인들에게 분재가 널리 알려지면서 요즘에는 중학생들도 분재가 무엇인지 정도는 아는 시대가 됐다. 기업체에서 신입사원들의 정신교육 차원이나 정서 함양을 위해 취미로 분재를 키우도록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정신을 집중하고 식물과의 교감을 통해 심신을 안정시킨다는 것이다

“특히 요즘에는 가격이 저렴한 분재도 많이 나오고 있어 구매력이 대폭 증가했습니다. 예전에는 비싸서 감히 구입도 하지 못했지만, 지금은 가격이 많이 현실화 됐다고 볼 수 있죠.”

분재는 취미산업이기 때문에 경기와 밀접한 관계가 있어 지금같은 불경기에는 판매가 저조하다고 한다. 하지만 일본의 사례에 비추어 봤을 때 국민소득이 일정 이상 올라가면 더 많은 사람들이 분재에 관심을 갖게 될 것이라고 남 원장은 말했다.

“요즘에는 조경에도 분재사업이 진출하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조경이라고 하면 단순한 식재의 의미였습니다. 연출 같은 것은 없이 그냥 나무를 심는 것이었죠. 하지만 요즘에는 테마와 연출의 개념이 조경에도 도입되기 시작했습니다. 심지어는 좋은 조경으로 아파트 가격이 오르는 경우도 있죠”

정원을 리모델링하면서 조경을 다시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때 여유가 있는 개인은 좋은 나무를 심기를 원한다고 한다. 이때 심는 일종의 아주 좋은 나무를 특수목이라고 한다,

“특수목이라고 하면 분재보다는 크고 일반적인 정원수보다는 작은 나무를 가리킵니다. 분재같이 짜임새 있게 생겼지만 분재보다는 큰 나무 라고보시면 됩니다. 때문에 정원수가 분재의 형태를 하고 분재보다 큰 격을 갖춘 형태지요”

서울 서초구 방배동,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등 부촌의 개인 주택이나 이태원 등의 고급 개인주택에서 수요가 발생한다고 한다. 특히 특수목인 조경수는 한 그루에 1억원이 넘기 때문에 개인의 정원을 꾸미는데 10억원은 넘게 투자할 수 있는 사람만이 쓸 수 있다고도 했다.

“특히 특수목을 이용한 조경분야의 경우 모두 분재인들이 연출하고 수형(樹形)을 잡습니다. 미적 안목은 일반적은 조형 전문가 보다는 분재인들이 훨씬 전문입니다. 분재 자격증이 바로 이런 때 활용되는 거죠”

전세계 분재시장에서 우리나라가 세계 2위라고 한다. 경제규모 차이 때문에 일본이 세계 1위를 차지하고 있는데, 이것을 핑계로 일본이 종주국 행세를 하는 것이 참기 힘들다고 한다.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분재에 많이 사용되는 소사나무라는 나무가 있어요. 소사나무는 우리나라에서만 자생하는 품종이라 예전에는 ‘한국산 소사나무’라고 이름을 썼었어요. 일본에서도 마찬가지였지요. 하지만 요즘에는 그냥 ‘소사나무’라고 칭하며 마치 자신들의 나무인양 행세하고 있습니다. 답답할 노릇이지요”

하지만 이런 일본의 횡포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분재시장은 전세계로 뻗어나가고 있다고 한다. 지금도 중국과 유럽의 바이어들이 오고 있다는 것이다. 스페인·이탈리아·독일 쪽에서는 이미 활성화 됐으며, 현재는 헝가리 등 동유럽쪽으로 적극적으로 진출하는 중이라고 했다.

“중국의 경우는 다소 특별합니다. 제주도에 ‘생각하는 정원 분재예술원’이라는 분재원이 있는데, 여기에는 중국의 장쩌민 전 주석과 후진타오 전 주석이 다녀갔습니다. 그 이후로 중국의 고위 공직자는 반드시 들러야하는 관광지가 됐죠”

그 이후로 중국에서는 고위공직자들을 중심으로 분재가 급속하게 확대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특히 권위적인 중국 관계에서 그러한 권위를 드러내는 방편으로 분재가 사용되고 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