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3일, 그가 타계했다는 소식에 많은 사람이 깜짝 놀랐다. 향년 100세. 그는 요즘 유행하는 수많은 국내외 인문학자에게 이론적 틀을 제공한 ‘전설’이자 ‘지적 위계’의 최고봉에 자리 잡은 존재였다. 그래서 상당수의 사람들은 플라톤과 마찬가지로 그 또한 이미 지상에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그는 프랑스의 구조주의 문화인류학자 클로드 레비스트로스다.

레비스트로스는 소쉬르 언어학을 응용해서 구조주의 인류학을 창시한 인물이다. 레비스트로스에 따르면 인간의 무의식 속에는 불변의 이항대립 구조가 자리한다. 하늘과 땅, 차가움과 뜨거움, 음과 양 등이다. 그리고 인간은 이런 무의식의 구조로 세계를 인식하고 자신의 공동체를 구축하며 유지·발전시켜 나간다는 것이다. 그래서 인종과 지역, 시간에 따라 사회 현상은 다양하지만, 그 심층 구조를 따져보면 모두 동일한 원리에 기반한다고 주장했다. 레비스트로스는 이런 논지를 열대 지역 연구(〈슬픈 열대〉), 신화 분석(〈신화와 의미〉) 등을 통해 훌륭하게 증명해 보였다. 이러한 그의 연구는 인종적·문화적 우월감에 사로잡혀 있던 서구인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그의 저작 역시 ‘지나간 고전’의 하나로 여겨진다. 무의식에 대한 그의 설명은 지나치게 폐쇄적인 데다 인간의 자유의지와 역사를 무의미한 것으로 몰아가는 경향을 띠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그의 연구 성과는 푸코, 데리다 등 쟁쟁한 후기 구조주의자들의 등장과 활약으로 면면히 이어져왔다.
기자명 이종태 기자 다른기사 보기 peeke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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