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공원과 녹색여가

등록 : 2022-05-19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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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민들이 서울숲공원에서 산책, 운동, 놀거리 등 저마다의 녹색여가를 즐기고 있다. 서울시 제공

강의실 밖으로 보이는 초록의 잎들이 싱그럽다. 이 아름다운 계절의 변화가 반가운 것은 모처럼 비대면에서 벗어나 얼굴을 마주하고 수업을 듣는 학생들이나 교수나 마찬가지다. 우리는 수업을 하며 청량함을 느끼고 싶을 때, 복잡한 머리를 잠시 쉬고 싶을 때, 인문학적 감수성이 필요할 때, 또는 수업과 무관한 다른 생각을 할 때도 고개를 돌려 창밖의 초록을 본다. 그러고 보면, 자연이 주는 위로는 삶의 고단한 부분과 균형을 맞추기 위해 꼭 필요한 것인가보다.

지난달 서울시는 도심의 공원·녹지율을 15%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녹지생태 도심 재창조 전략’을 발표했다. 건축물의 높이, 용적률 등의 규제를 과감히 완화해주는 대신 공공기여를 통해 공원·녹지를 조성한다는 것이다. 신도시의 공원녹지율이 30%에 가깝게 설정되는 것을 고려하면, 서울의 공원녹지를 늘린다는 계획은 무척 반가운 일이다. 다만, 공원녹지를 양적으로 늘리는 것만큼이나 보유한 공원녹지를 어떻게 더 잘 쓸 것인지에 대한 고민도 이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결론을 미리 얘기하자면 세련된 조성도 필요하고 동시에 능숙한 사용도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공원은 도시계획시설이다. 식물이 많이 포진하여 공원을 자연이라고 생각들 하지만, 엄연히 법으로 지정되고 전문가가 설계·조성하는 시설이다. 공원의 주된 목적은 자연과 문화를 연결하는 도시의 랜드마크로서, 생태환경에 기여하는 도시의 허파로서 작동하는 것이다. 또한 개인과 공공의 도시 생활에 만족감과 즐거움을 제공하는 목적을 빼놓을 수 없다. 공원과 여가와의 접점이 발생하는 이유이다.

여가생활이란 생존을 위해 쓰는 시간을 제외하고 만족과 즐거움을 위한 활동을 칭한다. 공원은 조성 목적상 즐거움의 장소가 돼야 한다. 자연에서 즐거움을 찾는 시민들에게 공원은 자연에 근접한 모습으로 계절감과 청량감을 제공한다. 건강을 추구하는 시민 누구에게나 공원은 산책과 운동 기회를 제공한다. 도시의 놀거리를 찾는 이들은 공원에서 벌어지는 공연과 행사를 즐긴다.

현재 서울시에는 2400개 넘는 공원이 존재한다. 동네의 작은 어린이공원도 포함된 것이지만, 적은 수라고는 할 수 없다. 25개 구청별로 평균 100개가량 공원이 존재한다는 얘기다. 우리가 주변에 공원이 부족하다고 느낀다면, 혹시 공원의 수가 아니라 우리가 공원을 어떻게 사용하는지 잘 모르는 것 아닐까? 필자는 동일한 모양과 면적으로 지정된 공원이라도 어떻게 조성되고 어떻게 활용되느냐에 따라 공원의 성능은 천차만별임을 확신한다.

서울을 대표하는 대형 공원들은 넉넉하지는 않겠지만, 예산도 책정되고 시민의 참여도가 높은 편으로 조성과 활용 측면에서 큰 문제가 없다. 신경 써야 하는 것은 생활권공원 중 소공원, 어린이공원, 작은 근린공원 등이다. 최근 서울시에서 작은 공원들을 연결해 네트워크를 갖추고자 하는 움직임은 고무적이다. 저예산과 미활용의 굴레에 빠져 있는 생활권 공원들의 연계는 일상에서 산책 등의 이용을 활성화하고, 커뮤니티의 활용을 유도하여 공원 개선의 지렛대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 공원 개선은 관과 시민의 공동 책무임을 강조하고 싶다.

공원을 현명하게 사용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과감한 실험정신과 유연한 사고, 적절한 투자이다. 서울시에서 공원 정책을 총괄하면서 공원의 공공성을 반드시 지키되, 때로는 민간 주도의 다양한 실험을 허용한다면 더 신나고 즐거운 우리만의 공원 활용법을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다.


수업이 끝나자 싱그럽게 펼쳐진 잔디로 학생들이 달려나간다. 청량한 웃음을 뿜어내는 이 학생들이 부디 공원의 능숙한 사용자로 성장하길 바란다.

정욱주ㅣ서울대 조경학과 교수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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