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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땅,우리생물] ‘숲의 요정’ 긴꼬리산누에나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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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3-07-21 00:13:46 수정 : 2023-07-21 00: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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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핑의 계절이다. 모닥불을 피워놓고 야외에서 먹는 맥주와 바비큐가 캠핑하는 재미라면, 불빛에 달려드는 곤충은 캠핑을 주저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곤충은 먹이활동이나 교미 등 생존을 위해 빛에 모이는 습성이 있다.

캠핑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곤충으로는 대형 나방인 긴꼬리산누에나방이 있다. 산누에나방과에 속하는 이 곤충은 푸르스름한 연녹색의 커다란 날개를 지니고 있다. 그래서 피터팬에 나오는 요정 ‘팅커벨’로 불리는데 최근에는 도심에 많이 출몰하는 동양하루살이에게 이 별명을 뺏겼다. 아무리 원조라 하더라도 당대의 인기는 이겨낼 수 없나 보다.

우리나라에는 13종의 산누에나방과 나방이 알려져 있다. 이 과에 속하는 종은 대부분 날개 길이가 편 상태에서 70~120㎜에 달하는 등 우리나라 나방류 중 가장 크다. 날개에는 타원형 또는 원형의 눈알 무늬가 있어 새의 공격을 피하는 데 유용하다.

나방은 천적인 새의 공격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위장술에 능하다. 같은 과에 속한 가중나무고치나방의 앞날개 끝과 가장자리 부근이 뱀의 머리를 닮았고, 부엉이산누에나방의 앉아있는 모습이 부엉이 얼굴을 닮은 것은 우연이 아니다. 새들의 천적인 뱀이나 맹금류의 모습을 의태 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곤충을 무서워하는 사람들은 한여름밤 가로등 주변으로 날아오는 대형 나방이 공포의 대상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나방을 자세히 관찰해본다면 대형 나방이 그저 공포의 성가신 대상이 아니란 것을 느낄 것이다. 다가오는 휴가철, 야외활동을 하다가 긴꼬리산누에나방을 만난다면 산속의 요정을 만난 것으로 생각하고 가만히 지켜봐 주었으면 좋겠다.


안능호 국립생물자원관 환경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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