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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안네 프랑크 밀고했나… 美 언론 “유대인이 유력 용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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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01-18 09:45:00 수정 : 2022-01-18 09:4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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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료 유대인이 자기 가족 살리려 밀고한 듯”
안네 아버지가 남긴 공책에서 단서 찾아내
1959년 미국에서 만들어진 영화 ‘안네의 일기’. 신인 배우 밀리 퍼킨스가 안네 프랑크 역을 맡아 열연한 이 영화는 그해 아카데미 영화상에서 3개 부문을 수상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안네의 일기’(1947)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 독일에 의한 유대인 학살 등 전쟁의 참상을 생생히 그려 2009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된 위대한 책이다. 저자는 독일 출신으로 전쟁 당시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숨어 지냈던 유대인 소녀 안네 프랑크(1929∼1945)다. 안네는 끝내 나치의 마수를 피하지 못하고 유대인 강제수용소로 끌려가 생을 마감했는데 안네의 은신처를 나치에 밀고한 당사자가 동료 유대인이란 주장이 제기돼 눈길을 끈다.

 

17일(현지시간) 미국 CBS 프로그램 ‘60분’은 1940년대 중반 암스테르담에 살았던 유대인 공증사 ‘아놀드 판 덴 베르그’가 안네의 존재를 나치한테 알린 유력 용의자로 지목됐다고 보도했다. 이는 미 연방수사국(FBI) 요원을 지낸 빈센트 팬코크를 포함한 조사팀이 지난 2016년부터 안네의 밀고자를 뒤쫓은 결과라고 CBS는 덧붙였다.

 

보도에 따르면 안네의 아버지 오토 프랑크가 남긴 공책이 결정적 물증으로 제시됐다. 나치 독일이 항복하고 2차대전이 끝난 뒤 안네의 집에서 발견된 서류 더미 속에서 나온 이 공책에 ‘판 덴 베르그가 관련 정보를 나치에 넘겼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는 것이다. 판 덴 베르그는 전시 유대교 연합회의 일원으로서 유대인들의 은신처 목록에 대한 접근권을 갖고 있었다. 자신의 가족을 살리기 위해 이 명단을 나치에 넘겼을 가능성이 큰 대목이다.

 

안네의 아버지 오토 프랑크는 수용소로 끌려간 안네 일가 중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았다. 오토 프랑크는 판 덴 베르그에게 품은 자신의 의심이 진실인지 확신할 방도가 없었고, 행여 그릇된 추정으로 드러날 경우 판 덴 베르그 가족이 부당한 비난에 시달릴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 이같은 내용을 공개하지 않고 숨긴 것으로 보인다. 조사팀은 유대인이 같은 유대인을 밀고했다는 사실이 널리 알려지는 경우 2차대전을 거치며 악화한 유럽 내 반(反)유대주의 정서가 더욱 기승을 부릴 수 있다는 점도 걱정한 것 같다고 조사팀은 추론했다.

 

1940년 독일군 점령 하의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살던 안네 가족은 나치의 탄압을 피해 아버지 오토 프랑크의 사무실 뒤에 있는 비밀 은신처로 옮긴다. 안네는 1942년 6월부터 1944년 8월까지 2년 넘게 숨어 사는 자신과 가족의 일상을 일기에 담았다. 그냥 일기가 아니고 가상의 친구 ‘키티(Kitty)’에게 말하듯 편지처럼 써 내려간 양식이 독특하다. 일기에는 사춘기 소녀의 마음의 성장 과정, 서로 싸우고 죽이는 어른들 세계에 대한 혐오, 어떤 곤경에 처해서도 꿋꿋하게 버티는 용기 등이 잘 드러나 있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보존돼 있는 안네 프랑크의 은신처를 찾은 관광객들이 고인을 추모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하지만 안네는 끝내 해방을 보지 못하고 1944년 나치에 발각돼 독일의 어느 유대인 강제수용소로 끌려간다. 미국, 영국 등 연합군의 노르망디 상륙작전 성공으로 나치 독일의 유럽 지배가 종식을 앞둔 때여서 안타까움을 더한다. 안네는 이듬해인 1945년 장티푸스에 걸려 수용소 안에서 16년의 짧은 생애를 마감한다.

 

안네의 일기는 가족 중 유일한 생존자인 아버지 오토 프랑크에 의해 1947년 네덜란드어로 출간됐고, 이후 세계 각국 언어로 번역돼 엄청난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1959년엔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안네 가족을 나치에 신고한 더러운 밀고자를 향한 분노가 커지는 가운데 누가 안네 가족을 곤경에 처하게 만들었는지 파악하려는 조사가 여러 차례에 걸쳐 이뤄졌지만 현재까지도 명확하게 밝혀진 건 없다. 조사팀은 그간 안네 가족의 청소부 여성, 아버지 오토 프랑크 밑에서 일한 종업원, 나치 비밀경찰 요원으로 일했던 유대인 여성 등 대략 30명을 용의선상에 올려놓고 연구를 진행해왔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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