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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봄부터 산에는 버섯이 나타나기 시작하는데, 여름철 장마를 지나면 절정에 이른다. 버섯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은 먹을 수 있는가 혹은 몸에 좋은가의 여부가 대부분이지만, 먹지 못하는 독버섯이라도 인간에게 좋은 영향을 주기도 한다.

독버섯으로 유명한 광대버섯속에는 파리버섯이라는 독특한 이름의 버섯이 있다. 보통 버섯의 이름은 형태적인 특징을 감안해 짓는데, 파리버섯은 파리와 유사한 형태라서 이런 이름이 붙여진 걸까? 아니다, 파리버섯은 파리와 전혀 닮은 데가 없고, 우리 선조들이 파리버섯을 이용해 해충인 파리를 잡았던 것에 기인하여 이름이 붙여졌다.

파리버섯을 이용한 천연 파리약의 제조 방법은 간단하다. 파리버섯을 작게 조각내 밥과 잘 비벼 놓으면 파리가 와서 먹고 마취 효과를 보이다가 결국은 죽게 된다. 파리버섯에는 이보텐산이라는 독성물질이 있어 중추신경계에 작용해 마취 효과를 나타낸다.

파리를 잡기 위해서 이용되는 다른 버섯으로는 독송이와 광대버섯 등이 있다. 북한에서는 독송이를 ‘파리잡이무리버섯’이라고 하며, 광대버섯은 서양에서 중세시대부터 파리를 잡기 위해 이용되었다고 알려져 있다.

파리버섯은 우리나라 전역에서 여름부터 가을까지 소나무 혹은 참나무림에 서식하지만 그리 흔하게 볼 수 있는 버섯은 아니다. 갓의 크기는 3~5㎝로 작으며 색깔은 전반적으로 하얀색이나 갓의 중앙 부분은 노란색 혹은 황갈색이다. 갓의 표면에는 빵부스러기와 같은 것이 존재하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사라져 잘 보이지 않게 된다.

지금은 마트만 가면 다양한 해충약을 사서 사용할 수 있지만, 편리함보다는 화학물질의 과다한 사용이라는 측면에서 좋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환경과 건강을 생각한다면 가정에서 독한 화학물질 대신 파리버섯을 활용해도 좋겠지만, 자연의 모든 생물은 우리가 간섭하기 시작함과 동시에 생존과 번식에 문제가 생기게 된다. 따라서 파리버섯은 독버섯이지만 인간에게 유익함을 주는 부분도 있다는 상식만 알고 지나가면 좋을 듯하다.

김창무 국립생물자원관 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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