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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길의생물의신비] 의연하고 넉넉한 소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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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3-22 21:20:15 수정 : 2018-03-22 21: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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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한송백(歲寒松柏)이라고 소나무와 잣나무는 추운 겨울에도 그 잎이 지지 않는다고 했던가. 그럼에도 지저분한 솔가지와 앙상하게 뿌리를 드러낸 겨울 소나무가 무척 안쓰러웠다. 그런데 어느새 소나무 줄기에 봄물이 올라 잎사귀가 연초록을 띠더니 줄기를 곧게 뻗고 있다.

동그랗고 콩알만 한 적자색 암꽃이 나무 꼭대기 줄기에 부풀고, 조금더 있으면 그 바로 아래 줄기에 수많은 수꽃이 달리면서 샛노란 꽃가루인 송화를 만들 것이다. 그러고는 암꽃이 꽃가루를 받아 꼬마솔방울을 맺을 것인데 그 아래 마디 줄기에 열려있는 연둣빛 풋열매는 작년 것이며, 그 밑에 겉 껍질을 벌린 익은 솔방울은 재작년 것이다. 결국 큰 가지 하나에 솔방울 세 개가 1년 터울로 줄줄이 달린다. ‘못된 소나무에 솔방울만 많다’고 거친 땅에서 자란 소나무들은 주체할 수 없을 만큼 잔뜩 솔방울을 매단다. 이는 생육조건이 좋지 않아 머지않아 삶을 마감해야 하기에 후손을 남기려고 많은 솔방울을 매달고 있는 것이다.

솔방울 겉껍질은 축축해지면 바싹 오므리고, 마르면 힘껏 벌린다. 이렇게 솔방울의 온도나 습도에 대한 반응을 ‘솔방울 효과’ 라고 한다. 이에 솔방울을 깨끗이 씻어 물에 푹 담근 후 바구니에 담아 건조한 곳에 놓아 두면 머금고 있던 수분을 발산하기에 가습기와 같은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자연에 대한 호기심이 발동해 산등성이 산책길에서 주운 솔방울 껍질 조각을 길바닥에 펴놓고 세어 보았더니 아주 작은 방울은 93개, 큰 것은 115개로 평균 100여개에 달했다. 솔방울 겉껍질 사이에 있는 씨들은 바람이라도 불면 얇은 막 날개로 팔랑개비처럼 팔랑팔랑 뱅글뱅글 돌며 멀리멀리 퍼져 대개 산새의 먹이가 되고, 나머지는 어린 소나무가 된다.

소나무는 굳은 절개와 지조의 상징으로 한국인이 가장 좋아 하는 국민 나무이기도 하다. 어쨌거나 소나무는 수령(樹齡)이 많을수록 의연하고 넉넉한 품새를 풍긴다. 그런데 사람들은 나이가 들면 왜 추레해지는 것일까.

권오길 강원대 명예교수·생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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