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그랗고 콩알만 한 적자색 암꽃이 나무 꼭대기 줄기에 부풀고, 조금더 있으면 그 바로 아래 줄기에 수많은 수꽃이 달리면서 샛노란 꽃가루인 송화를 만들 것이다. 그러고는 암꽃이 꽃가루를 받아 꼬마솔방울을 맺을 것인데 그 아래 마디 줄기에 열려있는 연둣빛 풋열매는 작년 것이며, 그 밑에 겉 껍질을 벌린 익은 솔방울은 재작년 것이다. 결국 큰 가지 하나에 솔방울 세 개가 1년 터울로 줄줄이 달린다. ‘못된 소나무에 솔방울만 많다’고 거친 땅에서 자란 소나무들은 주체할 수 없을 만큼 잔뜩 솔방울을 매단다. 이는 생육조건이 좋지 않아 머지않아 삶을 마감해야 하기에 후손을 남기려고 많은 솔방울을 매달고 있는 것이다.
소나무는 굳은 절개와 지조의 상징으로 한국인이 가장 좋아 하는 국민 나무이기도 하다. 어쨌거나 소나무는 수령(樹齡)이 많을수록 의연하고 넉넉한 품새를 풍긴다. 그런데 사람들은 나이가 들면 왜 추레해지는 것일까.
권오길 강원대 명예교수·생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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