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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길의생물의신비] 땅굴파기 선수 두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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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11-09 21:26:17 수정 : 2017-11-09 21:2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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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는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었지만 최근엔 그 수가 급격히 줄어 찾아보기 힘든 동물이 적지 않다. 그중 땅속에 굴을 파고 사는 독특한 형상의 포유동물 두더지도 점차 사라져 가는 야생동물 중 하나다.

그러나 두더지는 ‘두더지 땅굴 파듯’이라 하여 일을 욕심스럽게 마구 해대는 모습을 비유하거나 ‘두더지는 나비가 못 되라는 법 있나’라고 하여 다른 사람이 상상하지 못하는 전혀 뜻밖의 상황이 일어날 수 있음을 빗대는 등 속담 소재로 자주 사용된다. 이밖에 도굴꾼을 낮잡아 ‘두더지꾼’이라 하기도 하고, 땅속 깊게 있는 전철역을 ‘두더지 역’이라 부르기도 한다. 또 두더지가 솟아오르듯 불쑥불쑥 튀어나오면 때려잡는 게임에도 등장하는 등 두더지는 우리 생활 속에서도 깊이 자리 잡고 있다.

두더지는 식충목(食蟲目) 두더지과(科)로 주로 평지의 숲·밭·목장·정원 등 땅이 기름진 곳에 산다. 땅굴파기 선수인 두더지는 발바닥이 넓고 삽 모양으로 돼 있어 땅속에 길을 내기 안성맞춤이며, 털이 똑바로 서 있으므로 전진과 후퇴에 방해가 되지 않아 땅속 터널 생활에 편리하다. 두더지는 많은 시간을 컴컴한 땅굴에서 살다 보니 눈이 퇴화해 바늘구멍같이 작으나 후각이 발달돼 있고 소리에 민감하다.

두더지는 여러 갈래로 땅굴을 파고 한번 만든 굴은 반영구적으로 사용하는데 굴에 방·휴식처·저장고를 마련하고 4∼6월 2∼4마리의 새끼를 낳는다. 지렁이를 비롯해 곤충 애벌레, 지네, 땅강아지, 거미, 달팽이 등을 잡아먹고 천적은 족제비·여우·오소리·올빼미·왜가리·백로·살모사 등이다. 서울 경동 한약재시장에 가보면 바싹 말린 두더지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양기부족, 신경통, 간질병에 효과가 좋다 한다.

두더지는 해충을 잡아 이롭지만 지렁이를 사냥하느라 잔디나 밭을 뒤집어 들뜨게 해 곡식 뿌리를 상하게 하므로, 특히 요즘처럼 수확을 기대하고 땀 흘리는 농부에겐 큰 골칫거리이기도 하다. 

권오길 강원대 명예교수·생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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