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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하의 한방 돋보기] 거머리 활용 ‘생물요법’ 각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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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1-07-11 13:38:25 수정 : 2011-07-11 13:3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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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균 제거나 사혈 등에 이용…동·서양 옛날부터 치료 활용
美 FDA에선 의료기구 승인
1970∼80년대만 해도 여름철 시골에 있는 논에 가면 흔하게 볼 수 있는 것이 거머리였으나 지금은 환경오염으로 보기 힘든 존재가 됐다. 요즘도 이 거머리를 사람의 다리에 붙어 쭉쭉 피나 빨던 ‘징그러운 놈’으로 생각하면 대단한 착각이다.

최근 당뇨병성 궤양, 버거씨병, 혈관염, 류머티스성 관절염 등 난치성 질환에 ‘생물요법’이 도입되면서 거머리 또한 몸값이 치솟고 있다. 생물요법이란 거머리, 구더기와 같은 살아 있는 생명체를 멸균 처리해 치료도구로 활용하는 행위를 말하는데, 특히 거머리를 활용한 생물요법은 현대의학의 한 치료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사실 동서양을 막론하고 거머리는 의술에 이용됐고 그 역사 또한 유구하다. 고대 이집트의 파피루스에도 거머리를 이용한 치료가 기록돼 있고, 인도의 범어에서도 그 흔적을 찾을 수 있다. 의학의 아버지인 히포크라테스도 거머리 요법을 사혈에 사용했다는 기록이 있으며, 중세유럽에서는 거머리 요법이 너무 유행해 한때 프랑스에서는 거머리 채취 금지령을 내리기도 했다.

과거 우리 조상 역시 거머리를 이용해 병자를 고쳤다. 오래전 방영한 TV 드라마 ‘허준’을 보면 주인공 허준이 선조의 넷째아들인 신성군의 창병(피부가 헐고 곪는 질환)을 치료하기 위해 거머리를 이용하는 장면이 나온다. 처음에는 거머리와 같은 미물로 왕자를 치료한다는 점에 왕(선조)의 노여움을 사 치료마저 거부당하는 상황에 놓이지만, 우여곡절 끝에 거머리를 이용해 신성군의 등창을 깨끗하게 치료하는 데 성공한다. 당시 징그럽고 흉측한 한낱 미물에 불과한 거머리를 왕가 치료에 사용했다는 점에서 파격적인 의료행위였을 것이다.

실제 허준 선생은 ‘동의보감’에 ‘기침법(거머리 침법)’을 기록했다. 허준이 신성군을 치료할 당시에는 의학적 기록이 없었고 조선 15대 왕인 광해군 때 비로소 동의보감이 완성됐다는 점으로 볼 때 국내 한의서 중에서는 거머리를 이용한 최초의 치료기록으로 생각된다.

과거 거머리요법은 혈관의 충혈을 제거하고, 사혈을 목적으로 상용한 것이 일반적이었다. 이 때문에 많은 이들이 거머리요법은 ‘죽은 피’를 빼내는 것이 전부인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현대에 와서 규명된 거머리요법의 실제 효과는 놀랍기까지 하다. 거머리 침샘에 들어 있는 ‘히루딘’이 혈관 안으로 들어가게 되면 혈액순환 촉진, 염증치료, 진통효과, 미세혈관 및 조직재생, 국소부위 생리기능 활성화 등 다양한 효과가 나타난다.

유럽에서는 의료용으로 사용하기 위해 의료용 거머리를 양식해 전 세계로 수출하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의료용 거머리 양식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이렇게 거머리는 따로 수족관에서 길러 감염의 위험성을 없애 안전하고 깨끗한 의료용으로 사용된다.

2004년에 미국과 유럽연합 의료계는 거머리 중 히루도 메디키날리스(Hirudo Medicinalis)를 정식 인정했다. 미국의 FDA는 거머리를 ‘의료기구(medical device)’로, 유럽연합 관리국은 ‘약품/의료상품(drug/medical product)’으로 승인한 것이다. 이제 거머리는 더 이상 징그럽고 혐오스러운 생물이 아니라 질병치료에 도움을 주는 고마운 생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한의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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