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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잇꽃과 나비
ⓒ 심재철
흐린 일요일 아침 들녘으로 나갔다. 지난 2월 이곳(인천 계산택지)으로 이사와 여러 달이 지났지만 아파트 단지 뒤쪽 들녘에 나갈 여유가 이제서야 생겼다는 것은 거짓말일 것이다. 그만큼 고개를 돌릴 여유가 없었던 것일까? 나는 일요일이면 어김없이 노는 사람인데 말이다.

전에 살던 곳보다는 훨씬 정돈된 논들이 드넓게 펼쳐진 그 곳은 논과 논 사이 곳곳에 비닐하우스가 있었고, 또 비닐하우스가 없는 자리에는 거의 빠짐없이 밭 작물들이 자라고 있었다.

한창 토마토가 자라고 있는 비닐하우스 말고 가장 많이 눈에 띄는 것은 옥수수들이었고, 호박, 콩, 고추, 가지도 즐비했다. 도시 변두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들이었다.

▲ 날아가는 나비
ⓒ 심재철
카메라 렌즈를 내밀며 배추흰나비를 따라가다가 독특한 꽃을 발견했다. 노란색과 붉은색 꽃이 예쁘게 피어있는 군락지였다. 그 밭의 주인이 몰아심은 것이 분명하지만 도시 변두리에서 그렇게 흔하게 볼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예쁘기는 했지만 관상용 꽃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마침 지나가는 농부 어르신께 여쭈었더니, 가을날 국화가 연상되는 그 꽃이 '홍화(紅花)'라고 하신다. 그제서야 고개가 끄덕여진 나는 약용식물로 유명한 그 꽃을 한참동안 들여다보며 나비를 좇았다.

▲ 잇꽃과 나비2
ⓒ 심재철
집에 와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홍화'의 다른 이름은 '잇꽃'이란다. 별로 버릴 것이 없을 정도로 사람에게 이로운 꽃이라서 그런 이름이 붙었다고 하는 내력도 읽었다. 옛날에는 염색에 많이 쓰였다고 하지만 요즘엔 꽃과 씨앗이 우리 몸에 좋은 약재로 변신하고 있다고 한다.

▲ 꽃 다툼?
ⓒ 심재철
장마가 끝나고 초가을이 되면 이곳 나비들은 자취를 감출 것이고, 나는 이른 국화를 보며 여름날에 더 노랗게 붉었던 그 '잇꽃'을 떠올릴 것이다.

▲ 잇꽃과 나비3
ⓒ 심재철

▲ 나비 한 쌍
ⓒ 심재철

▲ 무당벌레 둘
ⓒ 심재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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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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