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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성 개천지에서 발견된 멸종위기종 가시연꽃. 국내 최대 규모로 추정된다.
 의성 개천지에서 발견된 멸종위기종 가시연꽃. 국내 최대 규모로 추정된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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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어촌공사가 관리하는 경북 의성군 안계면 소재 개천지에서 멸종위기종인 가시연꽃 군락지가 발견됐다. 면적만 해도 축구장 3개 이상이라 국내 가시연꽃 군락지 중 최대 규모로 추정된다.

일반 연잎이 줄기 맨 위 공중에 떠서 자라는 것과 달리 가시연꽃은 수면 위에 잎을 띄워 자라고 잎이 최대 2미터까지도 넓어지는 거대한 식물이다. 다년생인 일반 연과 달리 일년 생으로 매년 씨앗을 통해 발아한다. 수위가 적당히 계속 유지돼야 하기 때문에 가시연꽃 군락지는 많지 않다. 멸종위기종이 된 이유다.
 
7~8월이면 연잎을 뚫고 작고 앙증맞은 보라색 꽃을 피워낸다.
 7~8월이면 연잎을 뚫고 작고 앙증맞은 보라색 꽃을 피워낸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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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연꽃 군락지는 주로 경남에 분포하고 있는데, 유명 군락지로는 창녕의 우포늪과 창원의 주남저수지가 있다. 우포늪 가시연꽃의 경우 4대강사업 영향으로 낙동강 보를 담수하던 2012년 이후 차츰 자취를 감췄다. 현재 화려했던 우포늪(본늪)의 가시연꽃은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렸다.

주남저주지 또한 가시연꽃의 최대 천적인 연 군락지가 대거 잠식해들어옴으로써 가시연꽃 군락지의 면적이 계속해서 줄어들고 있다. 창원시가 노력하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가시연꽃 최대 군락지였던 우포늪과 주남저수지의 현실이 이러하니, 의성 개천지 가시연꽃은 국내 최대 군락지라 해도 될 듯하다. 이곳의 가시연꽃은 저수지 가장자리를 따라 띠를 형성해 자라고 한가운데도 대규모 군락지를 형성하고 있다.
 
의성 개천지 전경
 의성 개천지 전경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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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천지의 둥근 원안의 모두 가시연꽃이다. 국내 최대 군락지로 추정된다.
 개천지의 둥근 원안의 모두 가시연꽃이다. 국내 최대 군락지로 추정된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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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군락지를 처음 발견해 제보한 이석우(64) 농민은 다음과 같이 가시연꽃을 발견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도로 주변에서는 가시연꽃 군락지가 잘 보이질 않아서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은 것 같다. 홍련 개화시기에 홍련을 보러 개천지 안쪽까지 들어갔다가 우연히 발견해서 대구환경운동연합에 제보를 하게 됐다."

식물사회학자이자 유명한 <식물생태보감>의 저자인 김종원 전 계명대 교수는 다음과 같이 가시연꽃의 까다로운 생육 환경에 대해 설명해주었다.

"수심이 너무 깊거나 너무 얕아지면 가시연꽃은 사라진다. 물 흐름 조절이 필요하고 물을 안정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일정 수심이 변화없이 그대로 유지해야 (가시연꽃이) 발아해서 계속 생육할 수 있다. 우포늪에 현재 가시연꽃이 사라진 것도 수위의 영향이 크다. 수위 변동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멸종위기종 가시연꽃 최대 군락지 발견됐지만... 환경부 더 노력해야

까다로운 생육 환경을 가진 가시연꽃이 계속해서 발아해 대규모 군락지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적정한 관리가 이루어져야 하는 이유다. 따라서 농어촌공사와 환경부의 긴밀한 협력이 필요하다. 
   
잎 위로 꽃대가 올라와 저 안에서 보라색 꽃을 피운다.
 잎 위로 꽃대가 올라와 저 안에서 보라색 꽃을 피운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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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대구환경운동연합의 가시연꽃 국내 최대 군락지 발표와 신고에도 불구하고 대구경북을 관할하는 환경부 산하 대구지방환경청은 아직까지 제대로 된 실태조사를 벌이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대구지방환경청 자연환경과 멸종위기종 담당자는 "인력도 없고 일은 많아 일일이 확인을 하지 못하고 있다. 빠른 시일 안에 가볼 수 있도록 하겠다"고 해명했다.

개천지에는 일반 연 군락지도 상당한 면적으로 분포하고 있다. 연 군락지가 점점 더 퍼져나간다면 주남저수지와 같이 이곳 개천지 가시연꽃 군락지도 무사하지 못할 수 있다. 빠른 실태 파악과 보존 대책이 요구되는 이유다.

기온이 떨어져가는 가을이 되면서 가시연꽃도 점점 시들고 있다. 가시연꽃이 다 지기 전에 실태 파악부터 제대로 실시해야 군락지를 잘 보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 생명체가 멸종에 이르는 것은 서식처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어렵게 발견된 국내 최대 서식처이니만큼 멸종위기종을 관리하고 있는 환경부의 보다 책임있는 태도가 요구된다. 환경부의 관심과 지역 주민들의 자발적 보호 노력이 더해진다면 이곳은 국내 최대 군락지로 계속 남아있을 수 있다. 
 
가시연꽃의 넓은 잂 위에는 물꿩을 비롯한 다양한 새들이 산란을 하기도 한다. 공존의 공간이다.
 가시연꽃의 넓은 잂 위에는 물꿩을 비롯한 다양한 새들이 산란을 하기도 한다. 공존의 공간이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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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기자는 대구환경운동연합 활동가입니다.


태그:#가시연꽃, #멸종위기종, #의성 개천지, #환경부, #대구지방환경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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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깎이지 않아야 하고, 강은 흘러야 합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의 공존의 모색합니다. 생태주의 인문교양 잡지 녹색평론을 거쳐 '앞산꼭지'와 '낙동강을 생각하는 대구 사람들'을 거쳐 현재는 대구환경운동연합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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