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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집 윗집에는 90세의 할머니가 사신다. 20년 넘게 혼자 살고 계신다. 평소 걷는 모습이나 일하시는 것을 볼 때면 다른 할머니들보다 정정하셔서 그 건강 비결이 궁금했다.

양파를 수확할 즈음 산책을 나서다 윗집 할머니가 양파 밭에 있는 것을 보았다. '양파 한 개'만 줄 수 없냐고 물어봤더니 안 된다고 하셨다. 그 말을 옆에서 듣고 있던 이웃이 나를 끌고 자신의 밭으로 가더니 양파를 잔뜩 뽑아 주셨다. 밭에서 양파 한 개쯤 뽑아줄 수 있을텐데 윗집 할머니에게 내심 서운한 마음이 들었다.
 
양파
▲ 양파 양파
ⓒ 정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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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오후 감나무 밑에 있는데 윗집 할머니가 양파를 양손에 무겁게 들고 오고 있었다. 그러더니 한 손에 있는 양파 무더기를 나에게 무심한 듯 건네주셨다.

"아침에 양파 안 줘서 신경이 쓰이더라. 나도 아직 안 뽑아서 그랬다. 그리고 길가 쪽에서 뽑으면 사람들이 지나가다 몰래 뽑아가서 그랬다. 이거 묵어라."

다음날 노란 손수레를 힘겹게 밀고 집으로 올라가는 할머니를 보았다. 양파를 뽑아 손수레에 가득 담고 밭에서부터 혼자 밀고 오시는 거였다. 우리 집에서 윗집으로 가는 길은 언덕길이라 손쉐가 잘 나가지 않아 온 힘을 내서 밀고 계시는 걸 집까지 함께 밀어드렸다.

"할머니, 무겁게 이걸 혼자 밀고 오세요?"
"밭에서는 계속 내려오는 길이라 괜찮아야. 여기만 조금 올라가는 길이라 그렇지."


할머니는 천하장사다. 양파를 1년 내내 드셔서 저렇게 힘이 세고 건강하신가 생각이 들었다.

주말에 오라버니가 내려온 걸 알고는 어제보다 더 많은 양파를 들고 집으로 오셨다.
그다음 날 올케언니가 갈비찜을 해서 나누어 드리려고 갔더니 또 양파를 잔뜩 주셨다. 덕분에 우리 형제들은 모두 윗집 할머니의 양파를 먹고 있다.

수박을 갔다 드리러 윗집에 들렀더니 앞마당에 양파가 잔뜩 널려 있다. 엄마가 늘 천장에 양파를 걸어 놓았던 걸 생각하며 여쭈어 보았다.

"이거 천장에 걸어서 말리는 게 더 낫지 않아요?"
"천장에 달라면 더 힘들어야... 이렇게 널어놓는 게 편하제."


아침저녁으로 양파를 창고에 넣었다가 다시 밖으로 내놨다가 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닐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 주 시골에 내려갔을 때도 할머니의 마당에는 여전히 양파가 널려 있었다. 이렇게 햇볕에 잘 말린 양파를 자식들에게 보낼 것이다. 그리고 남은 것으로 일년 내내 양파 반찬을 만들어 드실 것이다.
 
양파를 말리는 윗집 할머니
▲ 양파를 말리는 윗집 할머니 양파를 말리는 윗집 할머니
ⓒ 정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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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째 윗집 할머니 마당에는 양파가 햇볕에 건조 중이다. 그리고 나는 며칠째 양파 반찬을 먹고 있다. 요리를 하기 위해 양파를 까면 매울 것 같다는 생각을 했는데, 윗집 할머니 양파는 맵지도 않다.

투박한 할머니의 말투가 가끔 매섭게 느껴지지만 다가갈수록 다정한 분이다. 양파처럼 겹겹이 쌓인 정을 까면 깔수록 내어주는 윗집 할머니다. 윗집 할머니의 정이 양파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양파를 볶아 먹고 지져 먹고 조려 먹고 끓여먹고 있다. 당분간 양파를 먹을 때마다 윗집 할머니를 떠올릴 것이다.
 
양파
▲ 양파 양파
ⓒ 정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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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탁 위의 불로초 양파를 먹어서인지 90세의 나이에도 건강을 유지하고 있는 윗집 할머니 모습이 무척 부럽기만 하다. 양파 효능을 찾아보았다. 양파를 하루에 1/2개만 먹으면 천연 항암제 역할을 해준다.

우리 몸의 혈당, 혈압, 콜레스테롤 잡는 청소부 역할을 하니 꼭 먹어야만 하는 식품이다. 비만과 나잇살 잡는 다이어트 식품이다. 양파에는 칼슘도 많이 함유하고 있어 성장기 어린이의 키를 쑥쑥 키워주고, 갱년기 중년 뼈 튼튼하게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혈압에 콜레스테롤은 물론 비만과 갱년기 증상으로 뼈까지 약해지고 있는데 양파를 매일 먹으면 나도 윗집 할머니처럼 건강해지려나~"

까면 깔수록 겹겹이 건강을 품은 채소 양파, 식탁 위의 불로초 양파를 많이 먹어야겠다. 윗집 할머니에게 양파를 좀 더 달라고 하면 주실까? 양파 좀 파시라고 하면 파실려나? 물어보기라도 해야겠다.

태그:#양파, #양파효능, #양파건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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