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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사람이 사람이 거의 다니지 않은 길을 오늘의 등산코스로 택했다. 요즈음 등산은 영지버섯을 얻기위한 수단일 뿐이다.
▲ 계룡산 영지버섯 집사람이 사람이 거의 다니지 않은 길을 오늘의 등산코스로 택했다. 요즈음 등산은 영지버섯을 얻기위한 수단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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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루하고 무덤덤한 우리 일상생활의 분위기를 바꿔 줄 수 있는 말이 '일석이조', '일거양득' 등이 아닐까 싶다. 50% 염가 대매출이니 귀가 번쩍 뜨이는 소리다. 거기다 '님도 보고 뽕도 따고' 정도가 되면 해야 할 일의 영순위가 되는 것은 만고불변의 법칙 정도 될 것이다.

등산이 건강에 좋다는 사실은 누구나 잘 알고 있다. 주기적인 등산은 심장이 한번에 뿜어내는 피의 양을 어떤 운동보다 효과적으로 증가시키며, 나이가 들어가면서 쇠락해가는 근력을 강화시키고, 도시 근로자에게 필요한 정신건강에 좋다.

깊은 잠을 자기 때문에 5~6시간이면 완전히 재충전하여 언제나 상쾌한 기분으로 일어나는 나와 달리 집사람은 매일 저녁 악몽에 시달리고, 나이 들어가면서 심해지는 수면 무호흡증 때문에 잠에서 깨어나면서 심한 두통을 호소한다.

5시부터 시작한 108배를 끝내고 뒷산 등산을 시작할 시간이 되면 집사람의 눈치를 봐야 한다. 산 입구까지 움직이기 싫은 무거운 육신을 끌고 가야 하는 시동모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입구에만 들어서면 끝까지 큰 축복받는 기분으로 산행을 마치기 마련이다.

평상시에는 등산을 시작하는 입구가 영지버섯을 채취하는 등산이 되면서 출구가 됐다. 손에 하루 수확인 영지버섯 자루가 들려있다.
▲ 등산로 입구 평상시에는 등산을 시작하는 입구가 영지버섯을 채취하는 등산이 되면서 출구가 됐다. 손에 하루 수확인 영지버섯 자루가 들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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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사람이 작년에 매일 다니는 등산길에서 영지버섯 밭을 발견했다. 나는 동맥경화를 멀리할 수 있고, 집사람은 부쩍 심해진 무호흡증으로 인한 고혈압을 다스릴 수 있는 영약을 만났다는 느낌으로 매일 조금씩 채취하여 한 소쿠리 정도 모았다.

우리가 이용하는 영지버섯 복용 방법은 가장 보편적인 것일 것이다. 그늘에 잘 말려 갈무리한 영지버섯 20g에 물 1ℓ를 넣고 약한 불에서 30여분 동안 끓여 우려내면, 연한 위스키 색깔을 띤 영지버섯 차가 된다. 3번 정도를 같은 방법으로 우려낸 다음 서로 섞어 농도를 맞춘다. 차게 하여 항상 먹은 물 대신에 마시는 것이다.

쓰지만 몸에 좋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영지버섯이 떨어질 때까지 지성스럽게 다려 음용수로 복용했었다. 영지버섯의 효과인지 모르겠지만 몸이 많이 깨끗해 졌다는 느낌이다. 한끼 외식을 하거나 편의점에서 과자류를 사먹어 보면 전에는 느끼지 못했던 느낌이 인다. 물이 턱없이 많이 쓰이거나, 입안이 얼얼해지고 불편해진다.

나와 집사람은 요즘 '님도 보고 뽕도 따는' 재미에 푹 빠져있다. 님은 등산이고 뽕은 영지버섯이다. 등산코스 자체가 영지버섯 밭을 뒤지는 것으로 이미 바뀌어져 있다. 영지버섯을 채취하는 재미는 퇴색해버린 길쌈의 재료인, 누에 먹이 뽕잎에 비유할 바가 아니다.

"산에 갈랑가?"

집사람 눈치를 봐야 할 필요가 없어졌다. 7월 하순부터는 버섯을 채취할 수 있는 계절이 시작된다. 집사람은 나의 108배 수련이 끝나기도 전에 일어나서 호야(진돗개)와 해리(레브라도리트리버)를 준비시키고, 입고 갈 등산복장은 물론 영지버섯을 채취할 봉지와 가위까지 챙겨놓고 기다린다. 물론 오늘 답사할 코스도 이미 집사람 머릿속에 결정되어있다.

영지버섯

'불로초'라고도 불리는 영지버섯은 주로 7월 하순부터 9월초까지 썩어가는 상수리나무 뿌리부분에서 발견할 수 있는 일년생 버섯이다. 영지버섯을 보여주며 인터넷이나 책에서 얻은 영지버섯의 효과를 얘기하면 많은 사람들은 야생버섯의 독을 거론하기 십상이다. 그러나 영지버섯은 식용버섯과 독버섯 사이를 오갈 필요가 없다. 너무도 분명하고 쉽게 구별된다. 

우산처럼 생긴 버섯의 윗부분은 아주 선명하고 깨끗한 노란색과 갈색 빛을 띠며 바닥은 산뜻한 샛노란 색이다. 무엇보다 단단한 영지버섯의 몸체는 잡아보면 쉽게 부스러지는 일반 버섯에서는 찾기 힘든 특성이다. 냄새에서 쓴맛이 느껴진다면 이상한 표현이 되겠지만, 실제로 영지만의 쓴맛인 향긋한 향이 난다.

한방에서 신경쇠약, 심장병, 고혈압을 비롯하여 각종 암세포 치료에 사용되는 영지버섯은 일반 산에서 흔히 발견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8년을 계룡산 자락에 살면서 산을 오르내리며 소비한 시간이 적지 않지만 작년 영지버섯 밭을 발견하기 전까지 단 한 뿌리도 구경하지 못했다.

올해 처음 집사람이 등산 길섶에 나와 있는 영지버섯의 전령사를 대한 것이 열흘 정도 전이다. 나는 잡생각을 없애고 등산과 호흡에 마음을 쏟으려 해서인지 봄철에 고사리나 여름철에 영지버섯을 만날 일이 없다. 코앞에 갔다 들이대도 모르고 지나치기 십상이겠지만 집사람은 아니다.

이날 이후 등산의 목적은 영지버섯 따기로 바뀌었다. 산은 우리가 갈 때마다 많진 않지만 빈손으로 보내지 않았다. 10여일 동안 모으자 세 소쿠리로 불어났다. 거무죽죽한 썩은 나무 밑동에서 올라오지만 머리부분의 노란 색깔이 너무 선명해 형광등이라도 켜놓은 것 같다. 상당한 거리에서도 쉽게 눈에 띈다. 지금 지나치면 다른 사람 손으로 넘어간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영지버섯은 일년생이다. 당연히 일년이 지난 영지버섯은 썩어 본래 자리로 돌아간다. 올해 것과 비교해 별 차이가 나지않은 것은 계룡산 영지버섯은 크게 자라지 않는다는 방증이기도하다.
▲ 작년과 올해의 영지버섯 영지버섯은 일년생이다. 당연히 일년이 지난 영지버섯은 썩어 본래 자리로 돌아간다. 올해 것과 비교해 별 차이가 나지않은 것은 계룡산 영지버섯은 크게 자라지 않는다는 방증이기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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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지버섯은 잎이 5~15cm 크기로 문헌에 기록되어있지만 계룡산 영지버섯은 일반적으로 3~5cm 정도이고 10cm가 넘어가는 것은 아주 귀한 대물에 속한다. 아직까지는 많은 사람들이 영지버섯 밭의 위치를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우리만 알고 있다고 생각할 수도 없다.

불로초라니 많은 이웃과 더불어 나누는 것이 당연한 처사이겠지만 그게 어디 쉬운 일인가? 작고 어린 영지버섯을 대할 때마다 '이걸 따야 하나?' '다른 누구라도 더 자란 후에 따 가도록 남겨둬야 하나'를 고민한다. 남겨두고 돌아설 때는 너무 눈에 띄게 서 있는 것 같아 낙엽 한 주먹 긁어다가 영지버섯 머리 위에 씌워주고 아쉬운 발길을 돌린다.

"이놈들아! 꼭꼭 숨어라! 고사리 밭과 버섯 밭은 며느리한테도 안 갈켜 준단다."

버섯을 찾으러 다니다 보면 횡재라 싶은 경우를 대하게 된다. 5~6촉의 영지버섯이 한 그루터기 주변에 자라는 경우다. 하루는 운이 좋아 한꺼번에 두 곳의 군락지를 찾았다. 가위를 들이대다가, 드문 경우라 사진을 찍어두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카메라가 없어 다음날 카메라에 담고 채취할 생각으로 철저히 위장을 해놓고 내려왔다. 다음날이 장마철인데다가 주말이 겹쳐 며칠이 돼 버렸다. 

어제(2일)는 산행을 시작하자마자 비가 부슬부슬 내렸다. 내친 걸음이다. 오늘은 비를 맞더라도 숨겨 논 영지버섯들을 카메라에 담고 채취해야 한다. 숨겨놓은 지점들은 다음에 찾아가기 좋게 매일 다니는 등산로를 기준으로 표시해뒀다. 다행히 한 곳은 그리 어렵지 않게 찾아내었지만 나머지 한 곳은 행방이 묘연하다.

계룡산 영지버섯 밭도 이젠 버섯의 종균이 많이 활착된 모양이다. 뿌리채 뽑지 않고 버섯대의 아래부분을 가위로 자르고 뿌리부분은 남겨둔다.
▲ 군락을 이룬 영지버섯들 계룡산 영지버섯 밭도 이젠 버섯의 종균이 많이 활착된 모양이다. 뿌리채 뽑지 않고 버섯대의 아래부분을 가위로 자르고 뿌리부분은 남겨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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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차례 등산로의 표식지점까지 되돌아와 다시 찾아가지만 영지버섯 5~6촉이 어디론가 꼭꼭 숨어 버렸다. 안절부절 하는 나에게 집사람이 출근시간 늦겠다고 재촉하는 바람에 다음을 기약하고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참으로 묘한 기분이다. 다람쥐가 도토리를 겨울 양식으로 숨겨 놓고 정작 필요할 때 그 장소를 찾지 못한다는데….

4년 전 이맘때인 모양이다. 심마니를 만나 두 잎짜리 어린 산삼을 얻고 산삼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계획한 산행을 포기하고 심마니가 말했던 산삼이 있을 만한 부근을 뒤지고 뒤져 결국 산삼 5뿌리를 찾아 낸 경험이 있다. 뇌졸중을 앓고 재활치료에 여념이 없었던 때라 산삼(관련기사)은 더욱 소중했다.

집사람이 영지버섯을 딴 뒤 산을 내려오면서 산삼얘기를 자주하는 것으로 미뤄 다시 산삼을 만나겠다고 나설 때가 멀지 않은 것 같다. 날을 잡아 종일 산을 뒤져야겠지만 성공을 장담할 수 없다. 산삼은 꼭 필요한 사람에게나 보이는 영약이라지 않는가?

생전에 나를 끔찍이 챙기시던 할아버님께서, 재활치료 때는 산삼이 필요했고, 지금은 영지버섯이 필요한 때라 이에 맞춰 보내주시는 것이니 영지버섯에 감사하고 만족하자고 설득해보지만 집사람은 이미 산삼을 만나러 가기 좋은 날을 잡고 있는 것 같다.

덜도 더도 아니고 매일 산에 가면 이 정도 영지를 따 온다. 이게 모여 세 소쿠리나 되었다. 일년 복용하는데 크게 부족함이 없을 것 같다.
▲ 하루 수확한 영지버섯 덜도 더도 아니고 매일 산에 가면 이 정도 영지를 따 온다. 이게 모여 세 소쿠리나 되었다. 일년 복용하는데 크게 부족함이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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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은 영혼을 담는 그릇이라 몸이 건강하고 튼튼해야 영혼이 온전하단다. 이제 산삼은 나보다 시급한 다른 사람 몫으로 돌리고 지금까지 모은 세 소쿠리 영지버섯의 효험으로 우리 농촌을 되살리는 밝은 혜안을 뜨기 위해 높고 먼 하늘로 힘차게 날아오르는 추진력을 얻었으면 좋겠다.


태그:#영지버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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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덕연구단지에 30년 동안 근무 후 은퇴하여 지리산골로 귀농한 전직 연구원입니다. 귀촌을 위해 은퇴시기를 중심으로 10년 전부터 준비했고, 은퇴하고 귀촌하여 2020년까지 귀촌생활의 정착을 위해 산전수전과 같이 딩굴었습니다. 이제 앞으로 10년 동안은 귀촌생활의 의미를 객관적인 견지에서 바라보며 그 느낌을 공유해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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