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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망태버섯
ⓒ 김정철
지난주 토요일(22일) 담양군 대덕면에 다녀왔다. 담양하면 여러 가지로 유명하지만 그 중에서 대나무를 빼놓을 수 없는데, 대나무가 쭉 늘어선 길에 있으면 세상만사 복잡했던 모든 것들이 한 방향으로 정리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그 대나무 밭에서 장마철에만 아름답게 피어나는 버섯이 있으니, 바로 '망태버섯' 이다.

망태버섯은 말뚝버섯과의 버섯으로 장마철부터 가을에 걸쳐 주로 대나무 숲이나 잡목림 등의 지상에서 나타난다. 역시 특징이라면 '망태'라는 이름처럼 순백색 망사모양의 망태가 퍼져 내려와 마치 레이스를 쓴 것처럼 보인다는 점이다. 게다가 이른 새벽부터 망태가 퍼지기 시작해서 한 낮이면 그 아름다운 망태를 볼 수 없기에 더욱 희귀하다.

아침 일찍 집을 나서 목적지에 도착하니, 이미 망태버섯의 소문을 접한 사진작가 분들이 분주하게 촬영을 준비하고 있었다. 아름답게 피어있는 망태를 찾아보았다. 마침내 '여기다' 싶은 장소에 촬영 장비들을 내려놓고 한숨을 돌리고 있는데, 다른 사람들의 옷차림에 눈길이 갔다. 다들 긴 팔에 두꺼운 옷을 챙겨 입고 있었다. '덥지도 않나?', '왜 저리 입었지?' 라는 생각을 했지만, 깊이 생각지는 못했다. 왜냐하면 망태버섯이라는 관심의 대상이 눈앞에 있었기 때문이다.

마침내 망태버섯이 순수하면서도 화려한 자태를 나타내기 시작했고, 그 아름다운 모습에 심취해서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 한참을 촬영하고 있는데, 갑자기 따끔한 느낌들이 목 부분을 시작으로 손등과 팔, 심지어는 얼굴까지 느껴졌다. 그제야 '아차!' 하는 생각이 들었다.

▲ 망태버섯2
ⓒ 김정철
오늘은 간단히 촬영한다는 생각에 특별한 준비 없이 카메라만 메고 왔는데, 대나무 밭에 오면 준비해야 할 것을 잊은 것이다. 바로 '모기' 에 대한 대비이다. 주위의 다른 분들을 보니, 두꺼운 옷에 모기약까지 뿌리면서 모기들을 물리치고 있었다. 그 모습들이 얼마나 부러웠던지….

하지만, 아침 일찍부터 여기까지 왔는데 모기들과의 전쟁으로 촬영을 멈출 수는 없는 일! 결국, 모기들에게 상당량의 피를 헌혈하고 나서야 망태버섯의 아름다운 자태를 담을 수 있었다.

돌아오는 길에 가려운 곳을 긁으면서 마음 깊이 되새긴 사자성어가 있으니, 평소에 준비가 철저하면 후에 근심이 없음을 뜻하는 '유비무환'이다. 사진 촬영하는 것을 간단히 생각하고 미리미리 촬영장소에 대한 사전조사나 대비 없이 갔기 때문에, 대나무 밭에서 만난 모기들에게 몇 일간의 식량을 준 것이다.

미리미리 준비하고, 한 번 더 생각한다는 것! 변화무쌍한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생존의 지혜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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