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성 준
국립산림과학원 임목육종과 연구사





잣나무는 예로부터 우리 민족의 문화와 함께 생활해 온 중요한 나무이다. 잣나무의 학명인 피누스 코라이엔시스(Pinus koraiensis)가 한국의 특산종임을 나타낸다. 예부터 곧게 뻗은 줄기의 늠름함, 짙푸른 색깔, 잎의 하얀 기공선의 아름다음, 사철 푸른 잎 등은 ‘늘’, ‘한결같음’, ‘충성심’을 상징하여 궁궐의 조경수로 많이 사용되었다.

신라시대 기록에는 중국에 보낸 공물에는 해송자(海松子; 바다건너 온 소나무)라는 것이 있는데, 해송자는 오늘날 잣을 뜻하는 중국의 옛말이다.

중국에서는 신라인들이 가져온 잣이 제일이여서 우리 잣나무를 ‘신라송자’로 구분하기도 하였다.
잣나무는 신라시대부터 수요가 많아 인공조림을 했을 정도로 가치 있는 나무였다. 조림에 관해 가장 오래된 기록은 신라촌장적(新羅村帳籍, 신라의 민정문서로 일종의 통계기록, 815년 제작)에 나온다.

이 기록에는 마을의 현재 자라고 있는 잣나무 본수와 나무가 죽고 다시 심은 기록까지 상세히 적혀있고, 각 마을에 잣나무 수에 따라 세금을 부과하였다. 이렇게 심어 높게 자란 잣나무는 귀한 약재와 목재로 많이 사용되었다.

한방에서는 잣이 폐와 장을 다스려 기침, 폐결핵, 어지럼증 변비 등에 처방했다. 특히 잣술은 왕의 허약한 체질을 고치는 치료제로도 사용한 기록이 있을 정도로 대표적인 자양 강장제이다. 

잣나무는 예부터 목재로도 많이 사용되어 오늘날 목조문화재도 많이 남아있다. 대표적인 것이 팔만대장경판을 보관하고 있는 해인사 수다라장인데, 기둥재 48개 중에 13개(28%)가 잣나무로 만들어져 느티나무 21개(43%)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이 사용된 나무이다.

또한 임당동유적지(경북 경산시) 고분의 목관재(木棺材)가 발견되어 높은 신분을 가진 사람들에게 최고의 관재로 사용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잣송이는 5월에 암꽃과 수꽃이 피어 수분과 수정이 이루어져, 이듬해 9월 중순에서 10월 중순에 수확한다. 구과에서 종자를 얻는 방법은 탈곡기를 사용하는 것이 수월하지만, 일반 가정에서 소량일 경우 잣송이를 그물망에 넣어 햇빛에 말려 잣송이가 벌어지면 종자를 털어낼 수 있다. 종자를 감싸고 있는 딱딱한 껍질의 종피를 제거하지 않은 채로 종자는 그물망에 넣어 통풍이 잘되는 곳에 실내 보관하면 된다.

파종용 종자는 수확 후 바로 추파(秋播; 가을에 씨를 뿌리는 것)를 하거나 노천매장 후 이듬해 4월에 파종하면 된다. 노천매장 방법은 종자 용적의 2~3배의 젖은 모래와 혼합하여 배수가 양호한 곳에 20~50cm 정도의 깊이로 매장하면 된다.

잣나무 종자의 파종은 3~4월에 1m3당 330g을 흩여 뿌리고, 흙으로 2cm 가량 덮는다. 복토가 완료되면 긴 짚을 한겹으로 늘여놓을 정도로 덮은 후 야생동물의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비음망을 설치하여야 한다. 파종 1개월 후에는 발아가 시작되는데, 잣나무는 어릴 때는 음수이기 때문에 40~50%의 차광망을 설치하여 해가림을 하여야 한다.

잣나무는 어릴 때 생장이 더뎌 조림용 묘목으로 자랄 때 까지는 파종 후 3~4년이 소요된다. 일반적인 조림은 2-2묘(파종상에서 2년, 이식 후 2년)를 ha당 3,000본을 식재된다. 하지만, 잣 생산을 위해서는 나무 사이의 간격을  5m×5m로 1ha당 400본을 남겨두는 것이 좋다.

최근에는 잣나무털녹병과 소나무재선충병이 잣나무에 큰 피해를 주고 있다. 잣나무 털녹병은 나무껍질에 노란가루(녹포자)가 날리고, 소나무재선충병은 잎이 우산살 모양으로 아래로 처지며 잎이 적갈색으로 변하는 병징이 있다.

잣나무에 이러한 병징을 발견했을 때는 신속히 산림관계 기관에 신고하여 더 이상 피해를 막는 것이 중요하다. 이 땅의 자손에게 물려줄 자연과 숲을 지키기 위해 그 어느 때보다 국민적 관심과 사랑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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