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벌 감소, 적응해보려고”…진화전략 바꾼 팬지꽃
입력 : 2023-12-24 14:00
수정 : 2023-12-25 08:02
佛 팬지꽃, 꽃 크기·꿀 생산량 줄어
수분매개 곤충 감소한 영향 풀이 
"불필요한 데 에너지 안 쓰는 것"
꿀벌 개체수 감소 악순환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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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연구진이 파리 들판에 피어난 팬지꽃을 분석한 결과 지난 20~30년 사이 꽃 크기가 10%, 꿀 생산량은 20%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꿀벌을 비롯한 수분매개 곤충 개체수가 감소하자 꽃이 변화한 환경에 맞게 진화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삼손 아코카-피돌 프랑스 몽펠리에 대학교 박사과정 연구원

"꽃이 전략을 바꾸고 있다. 변화 속도가 너무 빠르다."

꿀벌을 비롯한 수분매개 곤충 개체수가 감소하자 꽃이 변화한 환경에 맞게 진화하고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오랜시간 쌓아온 공생관계가 빠르게 뒤집히고 있어 과학계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19일(현지시각) 프랑스 연구진은 파리 들판에 피어난 팬지꽃을 분석한 결과 지난 20~30년 사이 꽃 크기와 꿀 생산량이 줄었다고 국제학술지 ‘뉴 파이톨로지스트(식물학자)’를 통해 발표했다.

연구진은 1990년대와 2000년대 수집한 팬지꽃 종자를 발아시켜 현재와 비교했다.  분석결과, 팬지꽃은 20~30년 전보다 꽃 크기가 10% 가량 작고, 꿀 생산량은 20% 적은 것으로 드러났다.

다만 잎이나 식물 전체 크기엔 유의미한 변화가 없었다. 꽃들이 수분매개 곤충을 유인하는 데 더이상 에너지를 쓰지 않게 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연구에 참여한 피에르 올리비에 셉투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센터 연구원은 “팬지꽃이 수분 매개를 포기하고 자가수분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연구”라고 밝혔다.

실제 자가수분하는 팬지꽃은 지난 20년간 2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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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손 아코카-피돌 프랑스 몽펠리에 대학교 박사과정 연구원

이번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필 스티븐슨 영국 런던 큐 왕립식물원 교수도 "수분매개 곤충이 줄면, 자가 수분을 할 수 있는 종들 사이에서 변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같은 변화를 긍정적으로는 볼 수는 없다. 꿀 생산량이 줄어들면 수분매개 곤충의 먹이가 줄어 개체수가 또 감소하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어서다.

꿀벌의 감소는 세계 전역에서 관측되고 있다. 그린피스에 따르면 올해초에만 140억마리가 사라졌다. 꿀벌이 실종한 원인으로는 기후변화를 비롯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맞물렸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번 연구의 교신저자(책임저자)인 삼손 아코카-피돌 프랑스 몽펠리에 대학교 박사과정 연구원은 “식물이 이토록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면서 “수백만년의 공진화를 통해 형성해온 팬지꽃과 수분매개 곤충의 상호작용이 사라져 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코카 피돌 연구원도 "식물들이 이미 변화하기 시작했기 때문에 이같은 추세를 쉽게 되돌리기는 어렵다"면서도 "수분매개 곤충의 감소를 막고 보존하는 조치가 시급하다"고 주문했다. 

이시내 기자 cine@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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