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섯정류장] ‘신들의 음식’ 별명 붙은 이 버섯, 표고보다 7~10배 비싸?
입력 : 2023-11-30 15:50
수정 : 2023-11-30 16:23
프랑스인들에게 특히 사랑 받아
국물요리‧파스타 등에 두루 쓰여
일본서는 농가 수익모델로 연구
사람들은 향도 좋고 색도 가지각색인 꽃을 좋아한다. 비록 버섯은 꽃보다 향기롭지는 않지만 흥미롭다. 비타민D 등 영양이 풍부한 식용버섯부터 생명을 앗아가는 독버섯, 버섯이 아닌 척 독특한 자태를 뽐내는 희귀버섯까지. 버스나 지하철을 기다리는 잠깐 동안 ‘버섯정류장’에서 다양한 버섯을 만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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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보버섯

서양에서 ‘신들의 음식’이라고 부르며 귀하게 여기는 버섯이 있습니다.

한국에서 비싼 버섯의 대표주자인 ‘송이버섯’의 재배지를 숨기는 것처럼, 서양에서는 ‘이 버섯’이 많이 나는 곳을 비밀로 할 정도라는 데요. 바로 ‘곰보버섯’이에요.

곰보버섯은 프랑스인들에게 사랑받는 버섯으로 알려져 있어요. 특별한 풍미를 자랑해 국물요리와 파스타 등에 두루 쓰이거든요. 최근에는 국내에서도 ‘곰보버섯’을 요리에 사용하는 식당이나 가정이 늘고 있답니다.

곰보버섯에 대해서는 “고기 맛이 난다” “치즈와 잘 숙성된 간장이 조화롭게 섞인 듯한 향이 난다” “볶으면 쫄깃쫄깃한 식감이 좋다”는 평이 있어요.

흔하지 않은 버섯인 만큼 가격도 비싼 편이에요. 한 쇼핑몰에서는 건조한 중국산 곰보버섯 250g을 13만원대에 판매하고 있어요. 같은 중량의 국내산 말린 표고버섯을 1만7000원대에 판매하는 것과 비교하면 약 7.6배가 비싸답니다.

가까운 나라 일본에서도 중국산 곰보버섯이 표고버섯의 약 10배에 팔리고 있다고 하네요. 그래서 이와테현 임업기술센터에서는 인공재배를 위한 연구를 꾸준히 진행하고 있어요.

물론 일본에도 곰보버섯이 나고 있지만 상업적인 목적의 대량생산이 이뤄지지 않고 있어요. 만약 대량생산이 된다면 농가의 새로운 ‘수익모델’이 될 수도 있겠지요.

곰보버섯이 ‘우표’에도 등장했다는 사실! 혹시 알고 계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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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보버섯이 그려진 우표. 우정사업본부

1994년 체신부(현 정보통신부)는 우리나라에서 자라고 있는 버섯을 알릴 목적으로 버섯시리즈 우표를 발행했어요. 거기에 넓은솔버섯·나팔버섯·풍선끈적버섯 등과 함께 곰보버섯도 포함이 됐답니다.

가격도 비싸고 우표까지 등장한 ‘귀하신 몸’이지만, 사실 먹음직스럽게 생기지 않았어요. 갓 부분에 구멍이 슝슝 뚫린 것처럼 생겨, 종종 ‘독버섯이 아니냐’는 오해를 받기도 한답니다.

갓은 대체로 노란색을 띄는데 유럽에서는 검은색도 있다고 알려져 있어요. 길이는 6∼12㎝, 지름은 4~5㎝정도로 크지 않은 버섯이랍니다.

독특한 점은 버섯을 반으로 가르면 속이 텅 비어있어요. 마치 피망이나 파프리카 속이 비어있는 것처럼 말이에요.

속은 텅텅 비었어도 영양은 알차다는 게 곰보버섯의 또다른 반전 매력! 비타민B가 있어 심혈관질환을 예방하고 면역력을 높인다고 알려져 있어요. 또 소화를 돕고 염증과 종양을 억제하는 효과도 있어요.

하지만 너무 많은 양을 먹으면 배탈이 날 수 있어 적정량을 섭취해야 해요. 특히 ‘하이드라진’ 독성분이 있어 날 것 그대로 먹으면 ‘절대’ 안 된답니다. 때문에 요리사들은 건조과정을 거친 버섯을 물에 불린 뒤, 요리에 사용해요. 이때 버섯을 불린 물도 사용하면 위험하니, 꼭 버려야 한답니다.

실제로 지난 2019년에는 미슐랭 가이드가 선정한 스페인의 유명 식당에서 곰보버섯이 들어간 요리를 먹은 40대 여성손님이 사망하는 사고가 있었어요. 당시 이 여성은 설사와 구토증세를 보였는데요, 전문가들은 곰보버섯을 제대로 조리하지 않으면 독이 남아있을 수 있다고 경고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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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귀곰보버섯

그리고 이름부터 왠지 불길한 ‘마귀곰보버섯’과도 헷갈리면 안돼요.

앞에 ‘마귀’만 붙었을 뿐인데, ‘지로미트린’이라는 독성분을 가지고 있거든요. 먹으면 구토와 설사·어지럼증은 물론 이고 심한 경우에는 경련과 발작을 일으켜 사망에 이르게 해요.

마귀곰보버섯은 붉은색이 섞인 듯한 갈색 갓과 흰색의 대가 불규칙하게 합쳐져 있어요. 만지면 잘 부서지고 독버섯이지만 특별한 냄새는 없답니다.

산에서 표면이 울퉁불퉁해 마치 호두속이나 뇌(惱)를 연상시키는 버섯을 만나면, 위험하니 만지거나 채취하지 마세요.

◆도움말=조덕현 자연환경보존협회 명예회장‧국립생물자원관

권나연 기자 kny0621@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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