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곽 시설물 제대로 알고 즐기자
입력 : 2013-11-04 00:00
수정 : 2013-11-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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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르고 보면 평범한 유적이지만 알고 보면 역사 속 전투의 한장면이 눈앞에 펼쳐지는 성곽. 그러니 성곽 구경 나서기 전 성벽과 성문 등 주요 시설물 정도는 알고 가는 게 어떨까.

 우선 성곽의 핵심, 성벽부터 살펴보자. 성벽은 크게 체성(體城)과 여장(女墻) 두부분으로 나뉜다. 체성은 적의 공격을 막아내는 성벽의 두꺼운 몸체이고, 여장은 그 위에 쌓은 낮은 담이다. 이러한 성벽에는 적의 공격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다양한 시설이 마련돼 있다. 체성에는 바깥으로 뜨거운 물이나 기름을 흘려보낼 수 있는 현안(懸眼)이 있어 성벽에 바짝 접근한 적을 공격할 수 있다. 또 여장에는 적을 쏘기 위한 구멍인 총안(銃眼)이 뚫려 있다.

 성벽을 따라 걷다 보면 중간중간 바깥으로 돌출된 부분을 발견할 수 있다. 이를 치(雉)라고 하는데 대부분 ㄷ자 모양이다. 적이 성벽에 접근했을 때 정면과 좌우 측면, 즉 삼면에서 공격할 수 있게 만든 시설이다. 치보다 훨씬 더 길쭉한 모양의 용도(甬道)는 산봉우리 같은 전략상 요충지를 성내에 포함시켜야 할 때 성벽의 일부를 길게 돌출된 모양으로 지은 시설이다.

 성 내외로 드나들 수 있는 공식적인 통로는 성문이다. 성문의 상부에는 문루(門樓)가 있고 하부에는 문구부(門口部)가 있다. 문루는 문 위에 있는 누각이고 문구부는 실제 문짝이 달린 출입구라고 보면 된다.

 성문은 적의 공격이 집중되는 곳이기 때문에 이를 보호하기 위한 여러 시설물이 필요하다. 그중 성문에 접근한 적을 독 안에 든 쥐로 만드는 것이 옹성(甕城)이다. 옹성은 성문을 보호하도록 문구부 주위에 한번 더 둘러친 성벽으로 반원 모양이 일반적이다. 따라서 옹성에 들어온 적은 사방에서 공격을 받게 된다. 또 성문 좌우에 있는 치는 적대라고 하는데 이곳에서도 적을 공격할 수 있다.

 그런데 성벽을 잘 살펴보면 문루나 적대가 없어 눈에 띄지 않는 문도 있다. 은밀하게 성 내외를 출입하거나 성문 간 간격이 너무 넓을 때 이용하기 위해 마련된 암문(暗門)이 그것.

 이는 최대한 적이 알아보지 못하도록 성벽이 급격히 꺾이는 곳에 위치하는 편이다.

 ◇도움말=심광주 토지주택박물관장, 참고도서= <한국의 성곽> (손영식 지음, 주류성), 사진제공=수원문화재단·수원시

 김난 기자 kimnan@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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