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송이 꽃들의 향연…
입력 : 2009-04-24 00:00
수정 : 2009-04-24 00:00

꽃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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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은 꽃에서 온다. 봄비가 내리고 보드랍고 화창한 ‘명지바람’이 불어도 꽃 없는 봄은 봄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하얀 벚꽃이 눈꽃이 되어 길가에 흩날리고, 진달래와 철쭉이 산 중턱을 연분홍으로 물들여야 비로소 봄은 완성된다. 이때면 우리들 머릿속은 온통 꽃 생각으로 가득찬다. 몸은 일상에 메어 있어도 마음은 어느새 화사한 꽃밭을 누빈다. 주말이면 우리를 떠나지 않고는 못 배기게 만드는 진범(?)이 바로 꽃이다.

바야흐로 전국이 꽃 세상이다. 곳곳에서 연일 꽃 잔치로 떠들썩하다. 산수유·매화·목련이 지자마자 뒤따라 벚꽃·진달래·철쭉·유채꽃이 봉오리를 활짝 열고 실바람을 맞으며 봄볕을 만끽하고 있다. 그 속에서 사람들은 유유자적 꽃을 따라 봄을 즐긴다. 이번 주말에 어디로 갈까. 이 꽃도 저 꽃도 놓치기 아까운데, 저마다 고고한 자태를 한껏 뽐내는 화려한 꽃들의 유혹에 마음이 싱숭생숭하다.

고민일랑 접자. 꽃 구경에 마음을 굳혔다면 어디든 좋다. 꽃이 있고, 꽃을 테마로 한 축제의 장이 열리는 곳이라면 다 괜찮다. 그래도 이왕 큰맘 먹고 나서는 길, 평소 보기 쉽지 않은 꽃들이 있는 곳이라면 더욱 좋겠다. 때맞춰 서해에서 아주 괜찮은 꽃 축제가 열린다.

‘꽃, 바다 그리고 꿈’을 주제로 한 ‘2009 안면도국제꽃박람회.’ 충남 태안군 안면도(安眠島) 청정 해역 푸른 바다를 배경으로 4월24일부터 5월20일까지 27일간 성대한 꽃 잔치가 펼쳐진다. 해변을 따라 꽃이 많아 이름 붙여진 ‘꽃지해수욕장’이 그 중심이다. 푸른 바다를 앞에 두고 펼쳐진 드넓은 전시장엔 1억송이의 꽃들이 상춘객 맞을 채비를 모두 마쳤다.

꽃 종류만 해도 장미·백합·튤립·수선화·민들레·유채꽃·채송화·백일홍·피튜니아·팬지…. 울긋불긋 형형색색 보는 것 만으로도 마음속까지 즐겁다. 불에 타야 피는 꽃 ‘그래스트리’와 춤추는 꽃 ‘무초’, 만지면 행운을 가져다준다는 ‘쌍둥이 야자씨’, 파란 장미, 노랑 무궁화, 아이스크림 튤립, 400년된 회양목 등 이색 희귀종 20종이 전시된다. 전시장 밖에는 서해 최고의 일몰 풍경을 자랑하는 ‘할미·할아비 바위’, 국내 유일의 ‘소나무 천연림’도 기다린다.

1년 4개월 전, 태안의 무공해 청정 해역을 뒤덮은 검은 재앙을 120만명의 자원봉사자가 거대한 인간 띠를 이뤄 되살려냈다. 이전보다 더 맑고 푸르게. 지금 그 건강한 바다 곁에서 꽃들이 희망의 찬가를 노래한다. 완연한 봄을 맞아 꽃과 바다가 절정의 조화를 이룬 태안반도 남단 안면도. 이번 주말 그곳에 지천으로 피어 있는 꽃들 사이로 난 오솔길을 따라 가족과 거닐며 오순도순 얘기를 나누는 하루는 어떨까. 망설이지 말고 일단 떠나보자.

태안=이경석, 사진 김병진 기자 kslee@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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