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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터뷰]"괜찮아"로 눈물 씻은 최강희, 이제 다시 "내일에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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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N:터뷰]"괜찮아"로 눈물 씻은 최강희, 이제 다시 "내일에서 만나요"

    CBS 음악FM '최강희의 영화음악' DJ 맡은 배우 최강희
    "다시 돌아올 생각 없이 멈췄던 길…위로에 용기 되찾아"
    "날 일으켜주는 청취자들과 늘 좋은 에너지 나누고파"

    CBS 라디오 '최강희의 영화음악' DJ를 맡고 있는 배우 최강희가 16일 서울 양천구 CBS사옥에서 가진 인터뷰 당시 포즈를 취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CBS 라디오 '최강희의 영화음악' DJ를 맡고 있는 배우 최강희가 16일 서울 양천구 CBS사옥에서 가진 인터뷰 당시 포즈를 취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배우 최강희는 "지금 너무 행복하다"고 했다. 10여 년 만에 라디오 DJ로 돌아온 것이 말이다. 그는 지난해 11월 1일부터 CBS 음악FM '최강희의 영화음악'을 맡고 있다.

    "과거에 라디오 진행하는 걸 너무 좋아해서 매니저가 걱정할 정도였죠. 작품 선택은 뒤로 한 채 라디오 생방송을 할 정도였으니까요. (웃음) 이런 걸 축복이라고 해야 할까요. 종이 바스락거리는 소리를 내는 등 작은 실수를 해도 청취자들이 좋아해주시고, '사차원'이란 별명도 붙여주셨잖아요."

    '최강희의 영화음악' DJ를 맡기 전까지 그는 "다시 돌아갈 자리는 없을 거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지난 16일 서울 목동에 있는 CBS 사옥에서 만난 그는 "사람들이랑 서로 공감도 해야 하는데, 저만 제자리에 머무는 것 같았다"고 회고했다.

    "연예계 활동을 몇 년 쉬면서 다시 돌아갈 자리는 없을 거라 생각했어요. 그러던 중 CBS라디오 '영화음악' DJ 제안을 받았죠. 너무 하고 싶은 거예요. 영화 음악을 다루는 프로그램이라 겁도 안 났어요. 배우로서 느껴 온 거지만, 영화음악은 나이든 뭐든 그런 경계를 허물어뜨리는 세계니까요."

    그는 세 달 가까이 DJ를 맡는 동안 영화음악의 가치를 재발견하고 있다.

    "영화음악이 얼마나 좋은가를 새삼 느끼고 있죠. 영화를 위해 만들어진, 영화를 위해 가져온 음악인 만큼, 음악이 지닌 남다른 힘에 인상적인 영화 장면이 더해져 그 시절에 머물게 만드니까요. 청취자들과 명대사 등 영화 이야기는 물론 일상 이야기도 나누면서 위로받는 느낌이에요."

    최강희는 스스로 "사람을 너무 무서워하면서도 엄청 좋아하는 성격"이라고 말했다. 이 점에서 라디오라는 매체는 그에게 남다르게 다가온다.

    "일상에서 초면에 만난 사람에게 대뜸 "제가 어저께 말이죠…"라고 할 수는 없잖아요. 라디오에서는 마주보는 불편함 없이 적당한 거리를 두면서도 속에 있는 이야기를 와락 꺼낼 수 있는 것 같아요. 청취자들이 제가 긴장하고 있는 모습마저 좋아해주시니 그저 감사할 따름이죠."

    최강희는 몇 년 전 누군가로부터 '피터팬 콤플렉스 아니냐'는 말을 들었던 기억을 떠올렸다.

    "그때는 기분이 좋지 않았어요. 처음에는 고쳐볼까도 했는데, 이제는 그런 나를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저 말고도 많은 사람들이 그러한 심리적 현상을 겪는 걸 알거든요. 내 자신을 있는 그대로 허용하고 그 모습 안에서 가꿔 나가자는 마음이죠. 그래서 DJ 맡은 뒤로 영화도 많이 보고, 외국 영화음악 소개를 더 잘하기 위해 영어 공부도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웃음)"

    "큰 위로 받아 온 만큼 늘 보답 고민하고 있죠"


    CBS 라디오 '최강희의 영화음악' DJ를 맡고 있는 배우 최강희가 16일 서울 양천구 CBS사옥에서 가진 인터뷰 당시 포즈를 취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CBS 라디오 '최강희의 영화음악' DJ를 맡고 있는 배우 최강희가 16일 서울 양천구 CBS사옥에서 가진 인터뷰 당시 포즈를 취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최강희는 이 점에서 "아이처럼 편견 없으면서도 어른처럼 성숙한 사람이 되고 싶다"고 했다.

    "진짜 어른이 되고 싶은 마음이랄까요. 김혜자 선생님이 그런 분 같아요. 이야기를 나누면 가르치지 않으시면서도 인생에 관한 폭넓은 대화 덕에 한 단계 성장한다는 느낌이 들어요. 저 역시 그런 존재가 되고 싶어요. 동화 '피터팬'을 보면 주인공 웬디 역시 모험으로 성장하고 자기 자리로 돌아가잖아요. 저도 웬디 같은 사람을 꿈꿉니다."

    '최강희의 영화음악' DJ를 맡으면서 그에게 두려움이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다.

    "'너무 진지하고 착한 척 하는 건 아닐까' '세게 말하는 스타일도 아니라 요즘 청취자들이 안 좋아하실 텐데' 같은 걱정이 앞선 게 사실이에요. 그런데 너무 반갑게 맞아주시고 좋아해주시니 마치 안전지대에 머무는 기분이에요. 다시 설자리를 주신 청취자들로부터 정말 큰 위로를 받고 있습니다."

    최강희는 큰 위로를 받는 만큼 늘 그에 대한 보답을 고민하고 있단다. '최강희의 영화음악' 안에 '지극히 사적인 취향'이라는 코너를 운영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스튜디오에 게스트를 부르면 일이 커질 수밖에 없잖아요. 그러니 청취자들이 좋아하시는 영화인들과 직접 통화를 나누고 편집해서 그들의 이야기를 들려드리고 있어요. 좋아하는 사람을 위해 뭔가를 준비하면 기분이 좋아지잖아요. 청취자들께 늘 뭔가를 드리고 싶은 마음이에요. 광고를 찍게 되면 극장에서 전관 시사 이벤트도 쏘고 싶어요. (웃음) 무엇보다 잘 듣고 잘 공감하는 게 가장 중요한 자세겠죠."

    최강희는 오는 20일 방송될 MBC 예능 프로그램 '전지적 참견시점' 출연을 예고하면서 새삼 화제에 올랐다. 그가 공백기간 설거지·청소 아르바이트를 해 왔다는 데 화제의 초점이 맞춰진 데 대해 그는 "생활고를 겪고 있는 건 아니"라고 했다.

    "연예계를 떠나 있었어요. 돌아올 생각 없이 멈췄죠. 사람은 일을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떠나 있는 동안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한 거예요. 생활을 하기 위해 돈을 번 것이지만, 그만큼 아껴 쓰기도 했습니다. 제 의도와는 다르게 전달될 수 있다는 점에서 예능 출연을 말리는 사람들도 많았어요. 하지만 많은 분들께 알리고 싶었어요. 제가 행복하게 잘 살고 있다는 걸요."

    "청취자들과 '바른말'보다는 '좋은 말' 나누고 싶어요"


    CBS 라디오 '최강희의 영화음악' DJ를 맡고 있는 배우 최강희가 16일 서울 양천구 CBS사옥에서 가진 인터뷰 당시 포즈를 취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CBS 라디오 '최강희의 영화음악' DJ를 맡고 있는 배우 최강희가 16일 서울 양천구 CBS사옥에서 가진 인터뷰 당시 포즈를 취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오랜 시간 한 우물만 판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리라. 공백기를 두고 최강희는 "배우로서 한계를 느꼈던 시기였다"고 말했다.

    "경험의 부족. 다른 사람을 표현하는 데 한계를 느꼈어요. 경험을 쌓겠다고 배우 일을 떠났던 건 아니에요. 막상 떨어져 있다 보니 영화, 드라마가 너무 재밌더군요. 재충전을 위한 안식년은 정말 필요한 것 같아요. 제가 가장 잘할 수 있는 건 연기예요. 앞으로는 비교하지 않고, 조바심 느끼지 않고 제가 할 수 있는 연기를 할 거예요."

    최강희는 "이젠 부담을 내려놓고 신인 때처럼 연기할 수 있는 용기가 생겼다"고 말했다.

    "'그동안 수고했어' '이젠 너 하고 싶은 것 해'라는 엄마, 언니, 오빠의 말이 너무 고마웠어요. 사실 우리 가족은 제가 돈을 줘도 안 받는 스타일이에요. 돈 버는 즐거움이 따로 없었죠. (웃음) 그런 가족이 자랑스럽고 감사해요. 좋은 사람들로부터 늘 힘을 얻습니다. 당 떨어질 때 먹는 사탕처럼, 저는 힘들 때 좋아하는 사람들을 떠올려요. 연기를 떠나 있는 동안에도 그들은 제 곁에 그대로 있더라고요. 그게 너무 큰 힘이었죠."

    무엇보다 '최강희의 영화음악' 청취자들에게 좋은 에너지가 흘러갈 수 있도록 애쓰겠다는 것이 그의 첫 번째 다짐이다.

    "어떤 날에는 제 시야가 좁아져서 허튼 말을 늘어놓을 때가 있어요. 제가 하고 싶은 말을 했다가 후회할 때도 있죠. '맞아요' '감사합니다' '음악 들을게요'라는 말만 해도 되는, 친구처럼 가족처럼 정을 나눌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괜찮아' '그래도 돼'라는, 제가 듣고 힘을 얻은 말들을 되돌려드리고 싶은 마음입니다. 그렇게 '바른말'보다는 '좋은 말'을 나누고 싶어요."

    이번에 '최강희의 영화음악' DJ를 맡은 뒤로 그는 청취자들과 헤어질 때 우연히 자주하게 되는 말이 있다고 했다. "내일에서 만나요". 시간을 가리키는 '내일'에 공간 개념을 더한, 묘한 뉘앙스를 풍기는 끝인사다.

    "'내일에서 만나요' '힘들어도 내일에서 만나요'라는 끝인사를 자주하게 되더라고요. 애니메이션 '시간을 달리는 소녀' 속 대사인 '내일에서 기다릴게요'에서 힌트를 얻었죠. '내일'은 새로운 날이잖아요. 오늘 하루 잘 안 풀렸어도 내일이라는 새 날이 온다는 걸 꼭 나누고 싶어요. 우리에겐 여전히 수많은 '내일'에서 만날 날이 기다리고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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