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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달' 김선아 "결과에 상처받는 스타일 아냐, 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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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붉은달' 김선아 "결과에 상처받는 스타일 아냐, 다만…"

    [노컷 인터뷰] '붉은 달 푸른 해' 차우경 역 김선아 ②

    지난 16일 종영한 MBC 수목드라마 '붉은 달 푸른 해'에서 차우경 역을 맡은 배우 김선아 (사진=굳피플 제공)

     

    1996년 광고 모델로 데뷔한 김선아는 올해로 데뷔 23년을 맞았다. 처음부터 연기력을 인정받은 케이스는 아니었지만, 적어도 지금은 김선아가 '부족한 연기'로 비판받는 위치는 아니다.

    연기 못 한다는 소리가 오랫동안 마음에 박혀 있었다고 고백한 전날(22일) 인터뷰에 달린 댓글에도 '누가 그런 소릴 하나?', '붉은 달 푸른 해도 너무 잘 봤다' 등의 호평이 주를 이뤘다.

    대상을 두 번이나 탔고, 최근 세 작품에서 작품과 본인의 연기력 모두 호평을 받았음에도 김선아는 여전히 '연기 잘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시청률이나 흥행 결과에 크게 상처받는 편은 아니라는 김선아. 그가 신경 쓰는 것은 따로 있었다. 자기 연기로 얼마나 많은 사람을 공감할 수 있게 하는가였다.

    지난 23일 오후,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한 카페에서 배우 김선아를 만났다. 쉽지 않은 역할에 몰입했던 시간이 길어서 그런지, 이전보다 살이 더 빠진 모습이었다.

    그러자 김선아는 "다들 안 믿으시는데 몸무게는 늘었다. '붉은 달' 들어가기 전에 살이 좀 쪘다. 아이스크림을 너무 좋아해서 정말 정신줄을 놓고 미친 듯이 먹었다"며 "근데 촬영 들어가고 나서는 우경이 캐릭터에 맞게 살이 지 마음대로 빠지더라"라며 웃었다.

    ◇ '진짜'를 보여주기 위해 김선아가 한 노력

    김선아는 연기를 위해서라면 꽤 고집스럽게 매달리는 편이었다. 드라마 '여인의 향기'에서 시한부 환자 역을 맡았을 때, 다크서클과 볼 패인 모습을 실제로 표현하기 위해 정말로 잠을 줄였다. 하루에 2시간씩 자는 걸 6개월씩 반복했다. 김선아는 "멍청한 짓을 했다는 생각이 뒤늦게 드는 거다. 쓰잘데기없는 욕심이 좀 있다"고 말했다.

    6개월 동안 충분히 잠을 못 자니 미쳐버릴 것 같았다. '나 이러다 진짜 죽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안 좋아진 것도 많았다. 적게 먹고 잠도 거의 못 자니 밸런스가 깨지면서 시력도 나빠졌다. 라섹 수술 이후였는데 0.6~0.7 정도까지 떨어졌다고. 병원에서는 절대 다이어트를 무리해서 하지 말라는 처방을 내렸다.

    "저희는 단발로 (다이어트를) 많이 하잖아요. 굉장히 무리해서. 보여주는 직업이니까 어쩔 수 없죠. (한참 안 먹다가) 조금씩 먹기 시작하면 소화가 안 되고 오만 가지가 다 와요. 사실 가장 힘든 건 사람을 안 만나야 하는 거였어요. 떠들면 배고파지잖아요. 목말라지고 뭘 먹고 싶어지고, 이걸 다 참아내야 했어요. 진짜 스스로와의 싸움이 어마어마한 스트레스가 됐죠. 한 번 이러니까 유지하기가 너무너무 쉽지 않아서 잠깐 방심하면 또 쪄요. 몸은 기억하는 것 같아요. 잠을 조금 못 자면 얼굴 살이 확 빠지는데, 조금 잘 자고 잘 먹으면 예전에 통통했던 제 (웃음) 토실토실 똥배 같은 아이들이 튀어나온다든지…"

    배우 김선아 (사진=굳피플 제공)

     

    작품에 더 깊이 들어가기 위해 겉모습까지 챙기게 된 계기는 영화 '위대한 유산'을 같이 찍은 임창정이 만들어줬다. 촬영장에 떡진 머리에 눈곱을 붙여 온 그를 보고 처음에 매우 당황했던 김선아는, 별로 친하지도 않았던 임창정에게 왜 그러고 오신 거냐며 조심스레 물었다고 한다. 그랬더니 "(눈곱) 일부러 붙이고 왔어요! 나 백수잖아요?"라는 답이 돌아왔다.

    백수 역할이었던 임창정은 그저 자기 캐릭터에 맞는 모습을 하고 나타난 것이었다. 김선아는 갑자기 머리를 한 대 띵 맞은 느낌이었다고 회상했다. 말로는 "너무 후회될 때도 있다. 왜 그때 엄한 걸 배워서…"라고 했지만 김선아는 지금도 더 이입하기 쉬운 캐릭터를 표현하고자 애쓴다. 연기할 때만은 고지식한 면이 있는 것 같다고 하니 "그런가 보다. 미치겠다"고 답해 웃음을 자아냈다.

    '붉은 달 푸른 해' 촬영 때는 화장도 최대한 가볍게 했다. 김선아는 "이번에 작품을 보니까 우는 씬들이 많았다. 울지 않아도 되는 씬인데도 혼자 막 울었다. (그때마다) 제 메이크업을 수정하면서 가기엔 시간이 없다고 봤다. 그래서 베이스에 눈썹, 입술 색 정도만 하고 갔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뭔가 있으면 웬만하면 그렇게 해야겠다는 생각이 우선 먼저 드는 거예요. 화장을 지우고 닦고 다시 하는 데까지 1시간 가까이 소요되는데, 지금 드라마 제작 환경에서 (이 정도의 시간이) 다 허락되진 않아요. 어느 날부터는 씬을 살짝 변경하든지 해서 (화장을 많이) 하지 말아야겠다 싶었어요. 리얼리티를 조금 추구하는 편인 것 같아요. 저도 TV를 보거나 영화를 볼 때 공감이 많이 가야 이입이 되는 것처럼, 작가님이 써 놓은 글, 최대한 그 글에 정말 맞춰서 하는 게 가장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해요. 일단 그것(그 방법)밖에 잘 모르고요."

    종영 인터뷰 사진을 보며 왜 이렇게 어색하게 느껴지는지 곰곰이 생각해봤다는 김선아는 "아이라인을 되게 많이 두껍게 그렸더니 조금 새롭게 느껴지긴 하더라"라며 공들여서 화장하는 건 기분 전환에 도움이 되는 것 같다고 전했다.

    ◇ 결과에는 상처받지 않지만…

    김선아는 2005년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MBC '내 이름은 김삼순'으로 대상을 거머쥐었다. 이후 '시티홀', '아이두 아이두', '복면검사' 등에 출연했지만 '김삼순'이 워낙 넘을 수 없는 벽이었기에 시청률과 화제성은 그에 미치지 못했다. 하지만 '품위있는 그녀', '키스 먼저 할까요?', '붉은 달 푸른 해'로 다시 한번 저력을 보여주고 있다.

    "제가 결과에 상처를 너무 많이 받고 그런 스타일은 아니었던 것 같아요. 흥행이 너무 안 됐다, 시청률이 너무 안 좋았다 이런 거에 크게 막 왔다 갔다 하는 스타일은 아니어서요. 다만 과정에 있어서 얼마만큼 했느냐, 감독님과 호흡이 얼마나 좋았냐 이게 좋으면 다음으로 갈 수 있는 원동력이 계속해서 생겨요."

    긴 시간 붙어있던 '삼순이'란 꼬리표는 그에게 영광이었으나 때로는 한계가 됐다. 김선아는 "삼순이 찍고 나서는 몇 년 동안 뭘 해도 삼순이 얘기였다. 다른 얘기를 하려고 해도 자꾸 삼순이 얘기여서 어떡해야 하나 싶었다. 시청률 50%를 어떻게 (다시) 넘나? 그건 저 혼자 만들 수 있는 게 절대 아니다. 감독님, 작가님, 상대 배우, 다른 파트 이끈 배우들이 다 맞았으니까 수목 16부작 드라마에서 50%란 수치가 나왔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위는 '붉은 달 푸른 해' 첫 대본 리딩 현장. 아래는 촬영 당시 대본을 쥐고 있는 김선아의 모습 (사진=메가몬스터 제공)

     

    김선아는 감독에게 매우 의지하는 편이라고 했다. 자신의 모자란 부분을 '협업'하면서 낫게 만들 수 있다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여기서 맘껏 놀아도 돼'라는 엄마의 말 한마디에 신나게 뛰어다니는 것처럼, 배우에게도 감독의 한마디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감독, 작가와의 커뮤니케이션을 중시하는 이유다.

    "경력이 이 정도 붙었지만 전 그냥 배우죠. 이번 작품을 새로 하는 그냥 배우일 뿐이어서 저도 똑같이 대화하고 싶을 뿐이고요. 때로는 감독님들께서 어려워하실 때도 있어요. 이번엔 어렵다기보단 한 번 그런 일이 있었어요. 지헌이, 수영이(남규리 분), 찬욱이(연제형 분)가 되게 중요한 씬, 굉장히 긴 씬이 있었는데 감독님이 같이 리허설을 했어요. 저는 그게 너무 부러운 거예요. '감독님, 왜 나는 안 해요! 저도 필요해요! 나도 해 줘!' 했어요. 감독님이 같이 하자는데 그게 너무너무 좋은 거예요. 그게 왜 필요 없다고 생각하지? 나도 너무너무 필요한 사람인데… 아역도 경력 짧은 분들도 그렇지만 저도 이 작품은 처음인 거잖아요. 경력이 다른 누구보다 길고 많아서 잘한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겠지만, 저도 막 잘하고 싶으니까 저도 (리허설) 해 주시면 좋겠다는 생각이 커요. 그날이 너무 부러웠어요."

    "'입봉'(작품 메인 연출로 데뷔하는 것) 같지 않은 최고의 감독"이라며 최정규 감독에 대한 찬사도 잊지 않았다. 김선아는 "디렉팅이 너무 정확하고 정말 신인 감독님 같지 않은 현장의 카리스마!"라고 표현했다. 실제로 최 감독에게 "감독님, 이거 끝나면 할리우드 가시는 거 아니에요?"라고 했다고.

    ◇ 차기작은 '시크릿 부티크'

    김선아는 전작 '키스 먼저 할까요?'가 슬프지 않은 멜로인 줄 알았다. 제목부터가 너무 달달해서. 대본을 안 보고 출연을 결정한 상태여서 제목을 바탕으로 상상력을 펼쳤다.

    "'키스 먼저 할까요?'라고 해서 '어머, 누가 먼저 하나요?'라고 물어봤거든요. (웃음) 제가 먼저 하고 싶진 않은데요. 너무 달달한데 제목이 참 그러네요. 어른들이 왜 그런대요? (웃음) 그런 걸(키스하는 걸) 말을 하나요? 누가 말을 하나요? 근데 남자가 먼저 하는 거죠? 여자가 먼저 하는 건 좀 그래요. 이러고 얘기를 다 하고 났더니 너무 슬픈 이야기라는 거예요! 네? 슬퍼요? 슬프다고? 슬퍼요? 무슨 이런 상반된 제목이 다 있어? 세상에서 이런 슬픈 이야기가 어디 있어요. 세상 제일 끝에 대롱대롱 매달려서 죽고 싶어 하는 여자랑 당장 죽음을 앞둔 남자가 사랑을 나누는, 진짜 절절한 사랑인 건데… 하루를 사랑할 수 있을까, 내일이 있을까 없을까 하는 걸 알지도 못하고 저는 누가 먼저 (키스) 하나 이런 얘기를 했으니…"

    즐겁고 밝은 캐릭터를 하고 싶어 하는 김선아의 차기작은 드라마 '시크릿 부티크'다. '여인의 향기'로 작품을 같이 한 적이 있는 박형기 감독의 신작이다. '붉은 달 푸른 해' 하기 전부터 제안을 받았다. 김선아의 설명을 빌리자면 '품위있는 그녀' 톤에 풍성한 이야기를 담았다.

    김선아는 2017년 '품위있는 그녀', 2018년 '키스 먼저 할까요?'와 '붉은 달 푸른 해'에 출연했다. (사진=각 방송사 제공)

     

    김선아는 "대본 다 보진 못했는데 패션적인 것들도 되게 많고 그 뒤에 사회의 조금 어두운 면을 다룬다. 진짜 밝은 거 해 보고 싶긴 하다. 진짜 좀 밝은 거. 처음에는 좀 적응하기 힘든데 '시티홀' 신미래 같은… 그런 캐릭터를 지금 하면 돌 맞을 수도 있다"며 웃었다.

    그러면서 '시티홀' 촬영 때 김은숙 작가에게 큰 힘을 받았던 일화를 전했다. 김선아는 혹시 자기가 너무 오버할까 봐 자제하며 연기했는데, 어느 날 김 작가가 촬영장에 와서는 좋은 말씀을 많이 해 줬다는 내용이었다. 원래 촬영 중간에 작가를 만나거나 통화하지 않는 그이지만, 신미래 캐릭터를 좀 더 자기에 흠뻑 도취돼 있는 사람으로 표현했으면 좋겠다는 조언에 마음이 확 열렸다.

    "그때부터는 자뻑의 세계로 너무 편하게 들어갈 수 있어서 너무 감사했어요. 제가 근데 그런 말을 잘 표현을 못 해요. (웃음) 작가님들께서 고맙다, 잘한다 하시는데 저는 이런 걸(감사 인사를) 잘 못 해요. 너무 쑥스러워가지고. 너무 좋은 작가님들하고 작업하는 게 진짜 지금 저한테는 제일 행운 같아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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