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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혁, 여전한 열정의 동력은 "프리랜서이기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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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혁, 여전한 열정의 동력은 "프리랜서이기 때문"

    [노컷 인터뷰] '돈꽃' 강필주 역 장혁 ②

    배우 장혁 (사진=싸이더스HQ 제공)

     

    진부할 수 있지만 안정적인 성공 공식이 있는 주말드라마의 틀을 깨는 것은 생각보다 간단한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MBC 주말드라마 '돈꽃'은 이를 해냈다. 토·일 편성도 바뀌어 토요일에만 방송되는 고초를 겪으면서도.

    지금은 웃으면서 말할 수 있지만 당시만 해도 '망하더라도 즐겁게 망하자'는 주의였다. 그러나 배우들과 제작진이 한 몸처럼 최선을 다한 결과, 드라마는 살았다. 여기에는 장혁의 프로다운 자세도 한몫했다.

    나이, 경력과 무관하게 오로지 '잘 준비된 연기'만을 중시했던 그는 강필주라는 캐릭터를 완성하기 위해 부단히 애썼다. 함께한 연기자들에게도 제대로 준비해 와야 원활하게 호흡을 맞출 수 있다는 것을 '행동'으로 보여줬다.

    지난 9일 오후,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한 카페에서 장혁을 만났다. 영하 17도에 가까운 추운 날씨였던 만큼 정해진 시간 안에 촬영을 마치려면 '실수 없는 연기'가 필요했다고 그는 말했다.

    (노컷 인터뷰 ① '돈꽃' 장혁 "복수만 했다면 3회 만에 다 끝났다")

    ◇ '반칙'이라곤 없었던 냉정한 현장

    '왜 장혁이 주말드라마를?', '왜 주말드라마가 이렇지?' 라는 질문으로 시작한 '돈꽃'은 탄탄한 뼈대에 재미와 쫄깃함까지 더해진 이야기로 금세 시청자들을 홀렸다. 점점 시청률이 올라 지난 3일 방송된 마지막회를 자체최고 시청률(23.9%, 닐슨코리아 전국 기준)로 마무리한 것이 그 증거다.

    언제쯤 드라마 반응이 오는지 느꼈냐는 질문에 장혁은 "이게 되네, 식의 느낌보다는 '흥분하면 진다'고 생각했다. 가지고 갈 수 있는 것만 갖고 가야 했다. 현장에서 배우들과 척지고 많이 싸웠다. (어떤 연기를 해도) 받아주는 게 아니라, 서로 우리 (연기의) 명분을 끌어내야 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장혁은 "예를 들어 자세 7, 연기 3이라고 하면 현장에서 연기 3을 그대로 재현하기 위해선 나머지를 준비해와야 했다. 저는 '여기(현장)서는 반칙 쓰는 것 없다'고 했다. 그럼 이미숙 선배님도 그렇고 그렇게 준비해 오셨던 거다. 빡빡하긴 하지만 다들 그만큼의 노력을 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겉으로는 주인과 종 같았지만 사실은 강필주가 쥐고 흔들었던 장부천 역의 장승조와 연기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장혁은 "승조 씨한테 '여기선 쉽게 못 뜬다'고 했다. 난 (승조 씨의) 연기를 받아주겠지만 설득력이 없으면 절대 안 받겠다고도 했다. 아마 현장에서 엄청 힘들었을 텐데, 그 피 튀기는 걸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거기서는 선배도 후배도 아니었다. 내가 밀도감 채워서 왔는데 그걸 못 채우면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무심재('돈꽃'의 주요 촬영 장소)는 영하 17도쯤 돼서 머리가 띵할 정도로 추웠다. 거기서 피 튀기게 하고 있는데 (준비 없이) 마음대로 할 수 있었겠나"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장혁은 결코 자신이 다른 사람들을 '가르쳐줬다'고는 여기지 않았다. 그는 "전 가르쳐 준 적 없다. 분위기를 만든 거지. (연기가 잘 나왔다면) 그건 장승조 씨가 만든 것"이라며 "단지 그 친구 포텐셜(잠재력)을 끌어내는 게 저도 좋고 그 친구에게도 좋았던 것"이라고 전했다.

    ◇ 좋은 사람을 만나 애정이 더 컸던 작품 '돈꽃'

    장혁은 연기자들끼리 마음껏 부딪치고 겨뤘던 치열한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위부터 장승조, 이미숙, 이순재, 박세영 (사진='돈꽃' 캡처)

     

    장혁은 현장에서 있던 일화를 덤덤하게 말했지만, 그 무심한 말투에서도 현장에서의 치열함을 느낄 수 있었다. 그는 "세월이 지나서, 선배라는 이유로 다 예의를 갖추거나 존경할 수는 없다. 자기 바지에 뭐가 묻었는데 후배에게만 바지에 흙 묻었다고 하는 선배들도 많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장혁은 "현장에 있으면 집에 가고 싶은 이유가 100가지도 넘을 것이다. 오늘 여기가 아픈데, 날씨가 너무 추운데 등등. 그중에서 한 가지 버틸 수 있는 걸 가지고 갈고리를 끼워 닻을 내려야 한다. 그런 곳에서 20년을 버텼고, 그만큼 노출돼 왔다. 그런데 40년, 60년 버틴 분들에게 어떻게 고개 숙여지지 않겠나"라고 밝혔다.

    그는 서로 대본 읽는 자리에서 이순재가 옛날이야기를 해 준 것이 너무 좋았다고 회상했다. 장혁은 "선생님께서 옛날얘기를 해 주셨다. MBC는 언제 생겼는지 등 저는 책에서 봤던 걸 실제로 말씀해주시니까 좋았다"며 "요즘은 잘되라고 싫은 소리 하는 사람들이 별로 없는데, 이 작품에서는 (사람들에게) 애정을 받았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누군가의 연기가 더 나아질 수 있도록 한마디 거드는 것이, 반갑게만 받아들여지지 않을 수도 있지 않느냐는 물음에는 "저는 제 사람 아니면 얘기 안 한다"는 답에 단번에 돌아왔다. 장혁은 "저는 되게 친절하다. 제가 얘기하는 의도 자체를 모르는 사람에게 말하지 않는다. (그런 것 없이) 모든 사람에게 하면 폭력"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 친구는 나와 어느 정도 맞고, 그래서 내가 뭔가를 얘기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 이야기한다. 받아들일 수 있는 친구에게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 내면의 '뜨거움' 다시 확인한 장혁의 꿈

    이명희 작가와 김희원 감독이 의기투합한 '돈꽃'은 재벌가, 치정, 불륜, 혼외자, 권력다툼 등 흔히 상상하는 통속극의 거의 모든 소재가 나왔지만, 평범한 주말드라마 그 이상을 보여줬다는 평을 들었다. (사진=온누리미디어 제공)

     

    '돈꽃'을 무사히 마치면서 장혁에게는 또 한 편의 대표작이 생겼지만, 이번 작품에서만 열과 성을 다한 것은 아니었다. 그는 "저는 매번 이렇게 했다. 다만 이번 작품에서 확인한 건 '아직도 내가 뜨겁구나. 확실히 뜨거움은 유지하고 있구나' 하는 것이었다. 현장이라는 곳을 편하게 생각해 본 적이 한 번도 없다"고 밝혔다.

    데뷔 20년이 넘었음에도 요행을 기대하지 않고 끝끝내 자신 안의 '열정'으로 연기하는 동력은 무엇일까. 장혁은 "프리랜서기 때문이다. 월급을 안 받지 않느냐. 또, 다음이라는 건 없다고 생각한다. 세상에 다음이 어디 있나"라고 말했다.

    그는 "다음이 있다면 그건 제가 만들어야 하는 건데, 제가 제작자가 되지 않는 한은…"이라면서도 주변에 글을 쓰고 연출하는 친구들이 생겼다며 자신도 '작품 개발'에 참여해 보고 싶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해 보고 싶은 작품이 무엇인지 묻자 "이방원 역할을 하고 싶다"고 곧바로 답했다. 이어, "'마영정'이라는 영화가 있다. '갱스 오브 뉴욕'을 한국의 시라소니 느낌으로 가 보고 싶다. 또 이민자와 토박이의 이야기를 액션 느낌으로 풀면 재밌겠다고 생각했다"고 답했다.

    좋은 연기를 보여주고, 그 '신뢰'로 인해 비교적 더 많은 작품으로 대중을 만나는 그인데도 작품에 대한 갈망은 해소되지 않았다. 여전히 갈증이 있느냐는 물음에 "정말 심하다"며 "즐겁고 활발하고 풍요로운 하루와 짜증 나는 하루를 왔다 갔다 하다 보니 여기까지 움직이게 되더라"고 말했다.

    장혁은 '돈꽃'을 "좋은 사람들과 함께한 작품"이라고 표현했다. 예전 '추노' 때도 배우들이 교체될 뻔한 어려움을 겪고 사극의 새 장을 열었다는 평을 받았듯, '돈꽃' 역시 "주말드라마를 왜 이렇게 해?"라는 소리를 들었지만 유종의 미를 거뒀다. "마음이 편한 상태에서 시작"했기에 좋은 결과를 거둔 것 같다는 겸손한 대답. 하지만 인터뷰를 하며 분명히 알 수 있었다. '돈꽃'을 위해 얼마나 자신을 아낌없이 내던졌는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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