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배너 닫기

전체메뉴보기

제주의 풀꽃나무 이야기 '갯장구채'



제주

    제주의 풀꽃나무 이야기 '갯장구채'

    1100고지습지 이성권 자연환경해설사

    제주CBS '브라보 마이 제주'<월-금 오후="" 5시="" 5분부터="" 6시,="" 제주시="" 93.3mhz="" 서귀포="" 90.9mhz="">에서는 매주 목요일 제주의 식물을 소개한다. 이번에는 '갯장구채'에 대해서 100고지습지 이성권 자연환경해설사를 통해 알아본다.

    갯장구채(촬영: 1100고지습지 이성권 자연환경해설사)

     


    3월도 중순을 넘기고 있습니다. 며칠 따스한 바람에 봄꽃들도 기대에 한껏 부풀어 있는 모습입니다. 제주의 서쪽 곶자왈에 들어서면 코끝을 스치는 백서향 향기로 인해 기분 좋은 하루를 맞이할 듯합니다. 바로 옆에서 자라던 왕벚나무 한 그루도 일찍이 꽃을 피웠습니다. 분홍빛 새끼노루귀는 봄볕을 받을 때 더욱 빛을 발하는 듯합니다. 제주의 서쪽 오름의 할미꽃, 산자고, 솜나물도 덩달아 봄 마중을 나왔습니다. 하지만 복수초와 변산바람꽃은 벌써 절정을 넘기고 있습니다. 물론 복수초는 조금 더 오랜 시간 꽃을 피우겠지만 변산바람꽃은 열매를 달고 있는 모습도 보입니다. 오름이나 바닷가 풀밭에는 갓 올라온 노란색 양지꽃이 봄 느낌을 제대로 전해줍니다.
     

    어제는 제주의 동쪽 바닷가로 나가봤습니다. 바위틈에는 사초과 식물 가운데 가장 먼저 꽃을 피우는 밀사초가 장관입니다. 그 주위로 벌써 분홍색 고운 빛 갯장구채가 아름답게 피었습니다. 바닷가에서 자라는 들꽃들은 언제 봐도 대견하고 위대한 느낌을 줍니다. 척박한 땅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에 자생하는 장구채 종류로는 갯장구채 말고도 15종정도가 자라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그 가운데 갯장구채가 가장 아름답다는 느낌입니다. 그것은 겨울바람의 어려움을 이겨내고 가장 먼저 꽃을 피운 모습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갯장구채는 해안장구채라고도 하며 석죽과의 두해살이 풀꽃입니다. 한국에서만 자라는 특산종으로 제주를 비롯해서 중부 이남의 바닷가에서 자랍니다. 바닷가 모래밭이나  모래가 조금이라도 있는 바위틈에는 어김없이 자리 잡고 곧게 선 채로 꽃을 피워냅니다. 키가 큰 것은 어른의 무릎 정도 자라지만 손바닥 정도밖에 되지 않는 꽃들도 보입니다. 줄기에는 바닷가의 매서운 바람을 이겨내려는 듯 많은 털을 가지고 있어 부드러운 느낌을 줍니다. 줄기 아래쪽의 잎은 넓은 타원형으로 다닥다닥 붙어있고 위로 갈수록 좁고 가늘어집니다. 꽃은 분홍색으로 피는데 간간이 하얀색도 보이고 줄기와 가지 끝에 달립니다. 꽃이 피는 시기를 식물도감에는 5~6월이라고 쓰고 있지만 제주에서는 3월말이면 피어납니다. 점점 꽃이 피는 시기가 당겨지는 듯합니다.
     
    갯장구채(촬영: 1100고지습지 이성권 자연환경해설사)

     


    꽃받침은 둥근 통 모양으로 생겼으며 끝이 다섯 개로 갈라졌고 꽃잎도 다섯 개입니다. 꽃잎 안쪽에는 옷깃을 세운 것처럼 조그만 조각으로 둥글고 낮게 벽을 치고 있고 그 사이로 올라온 하얀 꽃술은 여느 꽃과는 다른 느낌을 줍니다. 꽃받침과 꽃잎을 연결해서 보면 영락없이 장구채의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장구채라는 이름이 붙은 모양입니다. 물론 접두어 '갯'은 바닷가에 자란다는 뜻이 됩니다. 봄볕 따스한 날 한낮의 꽃도 좋지만 해가 저물어 갈 때 석양을 향해 피어있는 갯장구채의 모습이 봄날의 일상을 가장 잘 담아내는 듯합니다. 그리고 바람이 부는 날에는 몸을 맡긴 채 바닷바람을 즐기는 모습입니다. 자연에 순응할 줄 아는 갯장구채이기에 연약한 줄기를 가졌으면서도 꺾이지 않고 어려운 환경에서도 아름다운 꽃을 피워 내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자라는 갯장구채의 종류도 꽤 많은 편입니다. 대표 격인 장구채를 비롯해서 애기장구채. 오랑캐장구채 등 15종정도가 되는데 제주에는 서너 종이 자라고 있습니다. 가장 먼저 한라산에서 자라는 특산희귀식물 한라장구채가 있습니다. 한라장구채는 이제 개체수가 얼마 되지 않아 귀한 몸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애기장구채를 몇 년 전 서쪽의 오름에서 본 적이 있는데 그 후로 종적을 감췄습니다. 그 밖에 귀화식물인 양장구채가 바닷가를 중심으로 많이 퍼져있고 아직 학계에는 발표되지 않았지만 꽃잎이 붉은 양장구채의 변종도 제주의 북쪽 바닷가에서 간간이 눈에 띱니다.
     

    꽃을 가만히 보면 무당벌레나 꽃등에가 꽃잎 안으로 드나드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아직 벌이나 나비가 활동하지 않은 이른 시기에 꽃을 피워서 그런지 이들이 꽃가루받이의 매개체일 듯싶습니다. 붉은 색 꽃잎을 보고 달려온 무당벌레는 먹이를 얻고 꽃가루를 잔뜩 묻히고는 다른 꽃으로 옮겨 가서 꽃가루받이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열매가 익어서 떨어지면 바닷물이 들어와 다른 곳으로 옮겨가기도 하고 그 주변에서 다시 꽃을 피울 것입니다. 갯장구채의 학명이 Melandryum oldhamianum for. roseum입니다. 여기서 종소명 oldhamianum는 채집가 Oldham을 기리기 위해 붙여졌습니다. 영국의 식물 채집가 Oldham은 1860년대 일본과 거문도를 비롯한 우리나라의 남해안 도서 및 인천지방의 식물을 채집하여 세상에 알렸던 것으로 인물입니다. 그리고 변종소명 roseum은 '연한 홍색의'라는 뜻의 라틴어입니다. 아마 꽃잎이 장미색과 비슷한 연한 홍색을 띠어서 붙어진 모양입니다.
     

    갯장구채가 꽃을 피우기 시작했으니까 조금 더 시간이 지나면 절정을 맞이할 것입니다. 하찮게 보이는 들꽃일지라도 보다보면 우리 주변에는 소중하지 않은 것이 없습니다. 하지만 우리 아이들은 컴퓨터, 텔레비전, 스마트폰에 빠져 자연이 주는 즐거움을 모르고 보내는 시간이 대부분입니다. 이런 아이들에게 부모의 입장으로서 자연의 소중함을 알려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한라산을 오르지 않아도 아름다운 들꽃들이 널려 있습니다. 이 작은 풀꽃에 관심을 가지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사소한 것에 사랑하고 감사할 줄 아는 마음이 생겨나는 일은 당연하다는 생각입니다. 그렇게 된다면 그 즐거움은 두 배일지 모르겠습니다. 갯장구채의 꽃말은 사랑의 즐거움입니다.

    이 시각 주요뉴스


    Daum에서 노컷뉴스를 만나보세요!

    오늘의 기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댓글

    투데이 핫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