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2cm남,'미수다'KBS에1천만원 손배청구
기사입력 2009-11-13 00:48:39 | 최종수정 2009-11-13 20:02:42 | 조광형 | theseman@empal.com

홍대 재학생 이○○씨가 방송 중 "키 작은 남자는 루저(loser·패배자)"라고 발언한 것에 격분, 네티즌이 해당 여학생의 미니홈피와 학교 홈페이지 게시판 등에 각종 비난의 글과 패러디물을 올리며 촉발된 이른바 '루저의 난'이 이젠 고소·고발을 동반한 '루저대란'으로까지 불리며 사회적 이슈로 확대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KBS 2TV '미녀들의 수다'에 출연한 한 여대생이 "외모가 중요하게 생각되는 시대에서 키는 경쟁력이다. 키 작은 남자는 루저(Loser·패배자)라고 생각한다"는 파격적인 주장을 전개해 논란을 빚고 있다. ⓒ KBS 방송 캡처 

지난 9일 방송된 KBS 2TV '미녀들의 수다'에 출연한 문제의 여학생은 "키 작은 남자가 싫다"면서 "외모가 중요하게 생각되는 시대에서 키는 경쟁력이다. 키 작은 남자는 루저(Loser·패배자)라고 생각한다"는 파격적인 주장을 전개했다. 이 씨는 "내 키가 170cm이니까 최소 180cm는 돼야 한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이어 이 씨는 프랑스의 대통령 니콜라 사르코지의 예를 들며 "배우자인 카를라 브루니의 키가 더 커서 언론의 가십거리가 되는 경우가 많다"며 "이렇듯 키 작은 남자 대부분이 놀림거리가 되는 거 같다"고 설명, 개별적인 사안을 섣불리 일반화시키는 모습을 보였다.

방송 직후 네티즌은 이 씨의 신상명세를 '발본색원', 사이버테러를 감행하기 시작했다. 이 씨가 학교게시판에 올린 장학금 신청 문의, 인터넷 쇼핑몰에서의 구입 내역, 성형외과 게시판에 남겨진 글까지 그야말로 이 씨의 일거수일투족을 들춰내기 시작했다. 이 씨의 미니홈피와 대학교 게시판을 욕설과 비난으로 도배한 것은 물론이다.

홍대 여대생, 일거수일투족 '인터넷 완전 공개' 물의

이처럼 자신의 발언에 대해 네티즌의 질타가 이어지자, 이 씨는 자신의 미니홈피를 통해 "방송 대본에 '루저'라는 단어와 함께 내가 방송에서 말했던 그대로의 이야기가 적혀 있었다"고 밝히며 "물의를 일으켜 너무 죄송하다"고 해명했다.

이 씨는 "대본에 있는 그대로 말한 나도 잘못이 있겠지만 작가님들은 대본을 따라주길 원하셨고, 그 대본에는 ‘루저’라는 단어와 함께 제가 방송에서 이야기 했던 그대로의 이야기가 적혀 있었다"고 말하면서 "물론 내 이야기를 듣고 상처를 받으시거나 기분이 불쾌하셨던 분들께 내가 이런 말을 한다고 해서 화가 풀리지는 않겠지만 내가 했던 발언에 대해 신중하지 못했던 점은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 디시인사이드 캡처

이 씨의 해명에도 불구 네티즌의 비난 세례는 마치 '성지순례'를 하듯 끝없이 이어졌다. 결국 이 씨는 자신의 미니홈피를 폐쇄했다.

'김프로'라는 네티즌은 이 씨를 가리켜 "미수다는 물론 '무도' 등 여기저기 등장하는 걸로 봐선 연예계 진출을 노린 노이즈 마케팅으로 보인다"면서 "물론 탤런트로 데뷔할 경우 첫 역할은 무조건 악녀일 것"이라고 밝혔다.

'포럼'이라는 네티즌은 "안녕하세요 전 루저입니다. 저는 인생의 패배자입니다"라고 말하며 이 씨 발언을 비꼬는 댓글을 달았다. 이외에도 또 다른 네티즌은 "너야말로 루저"라며 "지금 이○○은 단순히 우리나라 남자들한테만 시비를 건게 아니다. 이건 전 세계의 180cm 안 되는 인류에게 싸움을 건 것"이라고 말하기도.

네티즌 맹공에 무릎꿇은 '미수다'

문제의 발언을 고스란히 녹화해 방송한 KBS 2TV '미녀들의 수다' 제작진도 곤욕을 치르긴 마찬가지다. 네티즌은 프로그램 게시판을 통해 논란 여지가 있는 발언을 편집하지 않고 내 보낸 제작진을 맹비난하며 공식적인 사과를 요구했다.

'미수다' 방송 제작진은 당초 억울하다는 입장을 전개하기도 했다. 대본이 있는 건 맞지만 반드시 그대로 멘트를 해야 하는 것은 아니며 방송 전 출연자와 충분한 상의를 거쳐 진행했기 때문에 문제의 발언이 튀어(?) 나온 것에 대해 전적으로 제작진이 책임져야 한다는 주장에 동의할 수 없다는 것. 그러나 이같은 변명은 성난 '루저'들의 부아를 더욱 돋울 뿐이었다. 한 네티즌은 "이 씨가 정말 대본대로 발언한 것이라면 정말 문제고, 만약 그렇지 않다하더라도 논란의 소지가 있는 발언을 그대로 방영한 것은 분명한 제작진의 잘못"이라고 꼬집었다.

결국 ‘미수다’ 제작진은 12일 오후 프로그램 홈페이지에 ‘미녀들의 수다 제작진 입장’이란 제목으로 네티즌과 시청자를 향한 사과의 글을 올렸다.


KBS 2TV 수목드라마 '아이리스'에 나오는 다츠코와 타루의 전설, 일명 '호수의 전설' 장면을 패러디, '홍대 전설'로 재탄생시킨 캡처 영상물

제작진은 "지금 논란이 되고 있는 표현과 관련해 MC를 비롯해서 출연자, 제작진 모두가 외모 지상주의를 부추길 의도는 전혀 없었다"면서 "출연자들의 솔직한 의견을 들어봄으로써 요즘 신세대의 가치관과 사고방식을 알아보고자 했던 것이었다"고 해명했다.

또한 "의도와 상관없이 일부 시청자에게는 오해와 불쾌감을 줄 수도 있다는 사실을 간과했던 점에 대해서 유감과 함께 사과의 뜻을 전하며, 방송 후 특정 출연 학생이 마녀사냥을 당하는 느낌을 많이 받았는데 '미수다'에 출연해 솔직하게 토론에 참여한 그 누구도 더 이상 상처받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덧붙였다.

"서해교전이야말로 진짜 루저의 난(亂)?"

네티즌(루저 원정대)은 '루저의 난' 초기엔 할리우드 배우 톰 크루즈를 '톰크 루저'라고 부르는 등, 키 180cm 이하의 유명인사들을 모조리 '루저(패배자)'라 통칭하는 소위 '루저 놀이'를 선보였다. 덕분에 고 박정희 대통령,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 보나파르트 나폴레롱, 등소평 등 정재계 인사는 물론 역사적 인물들까지 패배자(?)로 전락하는 수모를 겪게 됐다. 한 네티즌은 "지난 10일 일어난 서해교전도 키 작은 김정일이 '루저 발언'에 열 받아 일으킨 것"이라며 "이야말로 진정한 루저의 난(亂)"이라고 명명하기도.


쇼핑몰 '반8'에서 판매 중인 루저 티셔츠

그러나 이같은 애교섞인 패러디 놀이도 잠시, 이젠 손해배상까지 청구하는 루저마저 등장해 '루저의 난'이 '루저대란'으로 옮아가는 분위기다.

30세의 유○○ 씨는 지난 11일 언론중재위원회에 KBS를 상대로 1000만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조정 신청을 제기해 화제를 모았다.

언론중재위원회에 따르면 자신의 키가 162cm라고 밝힌 유 씨는 "'미녀들의 수다'가 키 작은 남자에 대한 비하 발언을 여과없이 방송해 정신적으로 피해를 입었다"며 생방송도 아닌 녹화방송에서 이런 발언을 가감없이 방송한 제작진의 태도를 강하게 비난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광형 (theseman@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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