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의원들 전국 집회 참가 “물 들어올 때 노 젓자”
  • ▲ 19일 광화문 광장 일대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4차 촛불시위'가 열렸다. ⓒ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 19일 광화문 광장 일대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4차 촛불시위'가 열렸다. ⓒ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최순실 국정개입' 논란으로 촉발된 '박근혜 대통령 퇴진 촉구 촛불집회'가, 시간이 흐를수록 처음의 평화적인 모습을 잃고 과격한 양상을 띠면서 아쉬움을 자아내고 있다. 

지난해 11월14일 벌어진 1차 민중총궐기와 같은 과도한 기물 파손이나 경찰 폭행 등의 범법행위가 발생하지는 않았지만, 박근혜 대통령 개인에 대한 듣기 거북한 수준의 원색적 비난과, 집회 참가자 사이의 불화 등은 촛불집회를 거듭할수록 심해지는 모습이다. 특히 일부이긴 하지만, 폭력 시위를 유도하는 선동적 행태도 고개를 들고 있어 우려를 더하고 있다. 폭력시위는 없었지만 그렇다고 평화집회·시위라고 말하기도 어렵다는 지적이다.

19일 서울 광화문광장 일대에서 진행된 '4차 촛불집회(범국민행동)'에는 경찰 추산 18만 명(주최 측 추산 50만 명)이 모여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외쳤다. 이날 집회는 최근 열렸던 집회와 다름없이 다양한 연령층과 가족단위 참가자가 많았지만, 그 규모는 지난주와 비교할 때 절반으로 줄었다. 

이날 집회는 앞선 경우와 같이 민중총궐기투쟁본부, 백남기투쟁본부, 민주노총 등 1,503개 진보성향 시민사회단체가 주도했다.

참가자들은 "박근혜는 하야하라" "박근혜를 구속하라" "박근혜를 감옥으로" 등의 구호를 외쳤다. 참가자들은 7시30분 부터 종로와 새문안로를 지나 내자동로터리와 안국역로터리 등으로 행진을 시작했다. 서울지방경찰청은 폭력시위에 대비, 202개 중대 1만6,000여명의 경찰병력을 투입해 질서유지에 나섰다.

  • ▲ 한 중년 여성이 평화시위를 하자는 시민들을 위협하면서 청와대로 진격할 것을 강요하고 있다. ⓒ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 한 중년 여성이 평화시위를 하자는 시민들을 위협하면서 청와대로 진격할 것을 강요하고 있다. ⓒ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이날 집회에선 참가자들 사이에 언성을 높이는 모습이 자주 목격됐다. 오후 9시께, 내자동로터리 앞에선 시위 방법을 두고 참가자들 간에 고성이 오갔다. 집회의 순수한 의도를 정부에 전달하기 위해 평화시위를 해야 한다는 의견과, 청와대로 진격하기 위해선 폭력도 행사할 수 있다는 주장이 맞섰다.

  • 참가자들의 의견이 엇갈리면서 현장이 소란해지자 10대로 추정되는 학생들은 바닥에 주저앉으면서 "우리는 평화시위를 해야 합니다. 앉아서 합시다. 어차피 한 두시간 안에 끝날 것도 아니잖아요"라고 말했다.

    그러자 한 중년 여성은 "여기서 앉으면 안된다. 우리는 경찰을 뚫고 청와대로 가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여성은 "너희들 박사모(박근혜대통령을사랑하는모임)아니냐, 우리를 빨갱이로 보는 거냐"고 되물으며 위협적인 모습을 보였다.

    주변에선 이에 동조하듯 "여기에만 있을 수 없다", "경찰은 길을 터라"라는 소리가 터져나왔다. 분위기가 험악해지자 다른 참가자들이 나서 "우리끼리 싸워선 안된다", "폭력시위를 조장하려는 사람은 내부 분열을 일으키려는 프락치로 간주하겠다"고 소리쳤다.

  • ▲ 내자동로터리에 모인 시위대가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 내자동로터리에 모인 시위대가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앞서 광화문광장에서 진행된 '시민 자유 발언' 과정에선 박 대통령을 향한 노골적인 욕설이 나오기도 했다. 단상에 오른 한 중년 남성은 "미스 박의 머리 끄덩이를 잡아다가 광화문으로 끌고와서 처리하고 싶다"고 핏대를 세웠다.

    또 다른 남성은 "악의 무리들은 그렇게 살아라 그러다가 XX('죽다'의 비속어)테니까"라고 했다. 한 중년 여성은 "야당은 박근혜와 김진태 그 XX도 탄핵하라. 탄핵을 반대하는 의원들은 누구든지 우리가 그X 부터 자르겠다"고 했다. 이를 듣던 시민 대다수는 박수를 치며 환호했다.

  • ▲ 중고생혁명 소속 학생 100여 명이 가두시위를 벌이고 있다. ⓒ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 중고생혁명 소속 학생 100여 명이 가두시위를 벌이고 있다. ⓒ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 촛불 든 중·고생 눈에 띄게 늘어…

    대학수학능력시험 이후 첫 주말인 만큼, 교복을 입은 중·고생들의 모습도 거리 곳곳에서 보였다. '박근혜 하야 전국 청소년 비상행동' 소속 500여 명의 학생들은 영풍문고 앞에서 시국대회를 열고 "대한민국은 내일을 위해 오늘을 포기하라고 강요했는데, 비선 실세 앞에서 교육제도는 지금 어떻게 됐는가"라며 정유라씨의 대학 부정입학 사실을 비판했다.

    내자동로터리까지 행진한 '중고생혁명' 소속 학생 100여 명도 "박근혜 대통령이 하야할 때까지 물러서지 않고 민주주의를 외치겠다"고 했다.

    남OO 군(고1)은 본지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새누리당이 보수정신을 지키겠다면 헌법을 준수해야 한다. 그런데 새누리당은 모든 권력이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 1조를 어기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남 군은 이어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으로서 정유라 사건 때문에 화가 많이 났다. 힘이 빠진다"고 분노를 표시했다. 

    권OO 군(고1)은 "대통령이 무능하고, 모범이 되지 못했다. 국민의 말을 모른 척 하는 것 같다. 내가 혼내면 반성하는 척이라도 하는 우리 고양이보다 못하다"고 말했다. 문OO 군(고2)도 "지지도가 5%라면 내려와야 하지 않나, 박 대통령이 하야하면 환호할 사람이 95%"라고 말했다.

    이들은 '선생님들이 학교 수업시간에 박 대통령에 대해 어떻게 이야기 하느냐'는 질문에 ▲"역사 선생님이 좋지 않은 왕을 설명할 때 박근혜 대통령 예를 들었다" ▲"국어 선생님이 세종대왕은 국민을 위해 훈민정음을 만들었는데, 오늘 대통령은 국민을 위해 하는 일이 없고, 한일군사협정을 하고 위안부 협상을 했다고 말했다" ▲"내가 믿고 보는 뉴스 프로그램을 통해 박 대통령의 잘못을 알게 됐다"고 밝혀, 교사의 발언 및 언론의 보도가 학생들의 상황인식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 ▲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 ⓒ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 ⓒ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 野 의원들 전국으로…"물 들어올 때 노 젓자"
    야당의원들은 전국 각 지역으로 흩어져 집회 연설에 나섰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이날 오후 1시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이 연 집회에 참석해 "노동개악을 폐지해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는 청계광장에서 진행된 '박 대통령 퇴진 서명운동'에 참여해 "더 이상 박 대통령을 우리의 대통령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뜻이 모였다. 오늘은 학생들도 많이 나왔는데, 이 것이 어떤 의미인지 박 대통령은 확실하게 인식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 전 대표는 "상식과 비상식 중 상식을 선택하는 것부터 기반이 돼야 이념 논쟁도 할 수 있다. 우리는 지금 너무나 비상식적인 상황에 처해 있다"고 주장했다.

  • ▲ 19일 광화문광장 일대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4차 촛불시위'가 열렸다. ⓒ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 19일 광화문광장 일대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4차 촛불시위'가 열렸다. ⓒ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최근 정치색 짙은 발언으로 언론의 관심을 끌고 있는 박원순 서울시장은, 거리에서 취재진들과 만나 "민생도 도탄이고 남북관계도 위기다. 이런 와중에 대통령 국정농단 사태가 벌어졌다. 우선은 온 국민이 바라는 대통령의 사임이 급선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박 시장은 "국민들은 분노의 감정외에도 새로운 정치체제와 새로운 사회를 바라는 갈망이 크다. 지금의 위기를 잘 넘기고 기회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