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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우 전도연이 ‘한 여자’를 말한다. 영화 ‘남과 여’(감독 이윤기)에서 다가서면 안 됐던 ‘남자’ 기홍(공유 분)을 사랑하게 된 여자 상민을 연기하며, 전도연은 얼굴과 아우라에 여러 의미의 色(색)을 덧입혔다. 덕분에 데뷔 이래 ‘연기 잘했다’는 소리보다 ‘예쁘게 나왔다’는 소리를 더 많이 듣고 있는 요즘이다.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과감히 민낯으로 인터뷰에 응한 전도연은 그 솔직 당당함의 자체로 더욱 빛이 났다.


    “엄밀하게 말하자면 ‘남과 여’는 불륜이야기가 맞아요. 현실적인 상황에서 사랑을 도피처로 삼은 것으로 비춰질 수 있는 오해의 요소들이 분명히 있을 수 있겠죠. 이것을 어떻게 끌고 갈 것인가에 대해 많이 고민했어요. 단순히 삶을 회피하기 위해 사랑을 하는 게 아니라 남자 대 여자로 끌리면서 사랑으로까지 이어진다는 설정으로 진행하면서 오롯이 그 감정에 집중을 했죠.”


    ‘남과 여’는 핀란드 헬싱키에서 아이들의 국제학교 캠프에 뒤따라 상민과 기홍이 동행을 하면서 뜨거운 끌림을 느끼곤 깊은 관계를 맺는 장면으로부터 걷잡을 수 없는 감정의 과정이 전개된다. 상민은 서울로 돌아온 후 잘 나가는 디자이너 샵 대표로 아무렇지 않은 일상을 이어갈 줄 알았다. 하지만 ‘그 남자’ 기홍은 상민을 잊을 수 없어 그의 일상에 끊임없이 파고든다. 그리고 상민은 결국 흔들린다.


    “많이들 사랑의 결실이 결혼이라고들 생각하죠. 현실적으로는 종착역이라 할 수 있겠지만, 감정적으로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상민과 남편의 관계를 이야기 하자면, 상민은 자기의 아이를 온전한 방식으로 다 받아들이지 않은 것 같아요. 비정상인 아이를 정상범위 안에서 키우고 싶어 하죠. 정신과 의사 남편은 아이 문제에 대해 그저 상담자, 보호자 역할만을 하지 않았을까 싶어요. 사랑으로 보듬어주는 것이 부족한 관계가 상민을 더 외롭고 힘들게 만들었을 거예요. 그 때 기홍이 나타난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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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홍이 계속해서 상민 앞에 나타나는 걸 보고는 저도 농담처럼 스토커 아니냐고 얘기하긴 했어요.(웃음) 하지만 시나리오 상에서 기홍이 무섭다고 느껴지기 전에 그 사람이 찾아올 수밖에 없는 상황을 알았기 때문에 이해는 갔어요. 순간적이지만 어떤 특별한 감정을 느꼈고, 상민이 힘든 순간에 기홍이 나타나서 옆에 있어주잖아요. 기홍이 적극적이고 노골적인 표현을 하는 캐릭터였다면 상민은 오히려 부담스러워 했을 것 같아요. 기홍의 젖어드는 측면, 따뜻함, 자상함 때문에 오히려 상민도 조금씩 마음을 연 것 같아요.”


    핀란드 설원에서 순백의 눈에 처음 찍은 발자국처럼 선명한 추억을 간직한 기홍은 그 후로 상민을 잊지 못하고 그가 있는 곳으로 찾아오고 또 찾아오며 바라보기를 반복한다. 그렇지만 잔잔한 기홍의 불씨를 크게 지피는 쪽은 오히려 상민이다. 가까이서 지켜만 봐도 족한 기홍에게 상민은 과감하고 적극적이게 애정을 퍼붓는다. 기홍이 0.5의 조심스런 움직임을 한다면, 상민은 1로 가쁜 숨이 차오르는 달리기를 시작한다.


    “사실 기홍은 표현이 애매모호한 사람이지만, 상민에 있어서는 능동적이고 적극적으로 행동하게 되는 것 같아요. 상민은 이전에 사랑이라는 뜨거운 걸 제대로 느껴본 적이 없는 여자인 것 같아요. 처음 기홍을 받아들이는 과정도 쉽지는 않았을 것 같고요. 반면에 실제 저는 뜨거운 사람이에요. 그래서 촬영을 할 때 상민과 꽤 다른 부분이 있어서 걱정하기도 했죠. 공유 씨는 조심스럽고, 사랑을 할 때나 하지 않을 때나 일상에 큰 차이가 없다고 했잖아요. 진짜 기홍처럼 그런 면이 있긴 한 것 같아요. 상민의 입장이 돼서 생각해 봤을 때, 기홍 같은 멋진 사람이 조심스레 내 옆을 맴돌면 사실 그 사랑을 받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것 같기도 해요.(웃음)”


    사고처럼 닥친 사랑을 그려내다 보니 격정적인 베드신은 필수불가결 했다. 전도연에게는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2003), ‘하녀’(2010) 이후로 파격적인 작품이다. 과거 영화들에서의 경험이 있다 해도 여배우에게 베드신은 언제나 민감하기 때문에 수월하지만은 않은 촬영이었을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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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 어색하고 부담스럽고 편하진 않죠. 앞으로도 이런 작품을 찍을지 어떨지는 모르겠지만, 저에게 있어서 ‘남과 여’는 피할 수 없었던 작품이었어요. 일단 제가 그려보고 싶은 이야기였기 때문이죠. 이야기가 마음에 듦에도 베드신이 부담스러워서 못 찍는 다는 건 이해가 안 가요. 아무래도 편하지 않은 촬영이었지만, 현장에서는 그런 티를 내지 않으려고 최선을 다했어요. 감독님과 공유 씨는 이런 걸 찍는 게 처음이었고 저만 경험자라서 어떻게 하면 잘 표현할 수 있을까에 대해 굉장히 많이 이야기 했어요.”


    뜨거운 베드신 가운데 전도연은 기대치를 뛰어넘는 인상을 남긴다. 이는 연기와 장면의 자극성만을 언급하는 것이 아니다. 어느덧 불혹을 맞은 전도연이지만, ‘남과 여’에서 군살 하나 없는 늘씬한 몸매로 관객들의 시선을 한 시도 뗄 수 없도록 만든다. 아름다운 몸매와 미모로 전도연의 상민은 더욱 치명적인 매력을 발산하며 남성 관객들은 물론, 여성 관객들까지 탄성을 내지르게 한다. 영화에서 사랑에 빠진 여자 전도연의 美를 새삼 발견하게 된다.


    “베드신을 위해 특별히 뭘 한 것은 없고, 오히려 예전에 운동을 너무 과하게 해서 몸 밸런스가 안 좋아졌기 때문에 교정을 받고 있어요. 옛날에는 운동을 굉장히 좋아해서 눈 뜨면 무조건 운동하는 데 시간을 보냈을 정도예요. 아무래도 이제는 아이를 낳고서 잘 못 하죠. 등산처럼 격한 운동을 좋아했지만 요즘은 필라테스 같은 교정 중심의 운동을 해요. 예전엔 미용 측면에서 운동을 했다면, 이제는 건강 자체를 더 신경 쓰는 것 같아요. 사실 베드신을 찍을 당시에는 살이 살짝 쪄 있었던 때였어요. 그 때 공유 씨가 몸을 워낙 슬림하게 만들어서 상대적으로 커 보일까봐 걱정하기도 했어요.(웃음)”


    “이번에는 의상 콘셉트를 정할 때부터 제가 평소 입어보고 싶은 스타일대로 코디하게 돼서 좋았어요. 의상이 올 때마다 너무 예뻐서 갖고 싶기도 했는데 ‘내가 이거 입고 어딜 가겠어’라는 생각이 드는 거 있죠. 그저 촬영하며 한껏 즐겼어요. 메이크업도 그렇고 비주얼 측면에서나 스타일이 모두 마음에 들었어요. 평소에 하지 않는 스타일이기도 하고, 이제는 아이가 있으니 더 못 해보는 스타일인 거죠. 대리만족 했어요.”


    디자이너 샵 대표답게 세련되고 엘레강스한 패션과 세미스모키 아이메이크업을 선보인 상민. ‘남과 여’를 통해 전도연의 ‘완판녀’ 등극이 기대될 정도다. 뿐만 아니라 전도연은 ‘역시 전도연’ ‘칸의 여왕’이라는 감탄이 나올 정도로 상민의 내면을 오롯이 잘 전달한다. 민감한 소재로 까다로운 연기가 요구되는 영화임에도 전도연이 분한 상민은 이성에 대한 감정에 솔직해질 수밖에 없는 이유를 설득력 있게 표현한다. “저도 그렇고 막상 현실은 불편할 것 같아요. 그럼에도 나와 다른 이야기를 더 보고 싶어 하는 게 사람 마음인 것 같아요. 사회적으로 있어서 안 된다고 그릴 수조차 없는 건 아니잖아요. 사명감은 아니지만 이런 이야기도 한 번쯤 그려볼 필요는 있다고 생각해요.”라고 창작의 한계에 대해 생각하는 전도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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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착하는 게 있다면, 모든 작품에서 제가 느끼는 부분을 최대한 표현하려 노력한다는 거예요. 내가 느끼는 이 감정이 진짜라고 믿고, 제대로 그 감정이 관객들에게 잘 전달되도록 항상 고민하죠. 돌아오는 건 ‘그게 전도연’이더라고요. 저는 지금까지 작품들에서 이야기보다도 인물, 사람이 궁금했어요. ‘밀양’ 때부터는 제가 배우로서 다른 스테이지에 오른 느낌이었어요. 그 때 모든 걸 완전히 쏟아내는 연기를 한 이후로 작품을 선택할 때 생각의 포인트가 꽤 달라진 것 같아요. 선택의 폭을 좀 더 넓히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굿 와이프’도 그런 작품이 될 것 같아요. 멜로만도 아니고 법정 스릴러물이라 흥미로워요. 무섭기도, 설레기도 하고 기대돼요.”


    전도연은 오는 7월부터 tvN에서 방영되는 드라마 ‘굿 와이프’를 통해 ‘프라하의 연인’ 이후로 11년 만에 안방극장을 찾는다. ‘굿 와이프’는 앞서 2009년부터 미국 CBS에서 시즌7까지 인기를 이어오고 있는 동명의 드라마(The Good Wife)를 리메이크한 것. 승승장구하던 검사 남편이 정치 스캔들과 부정부패로 구속되자 결혼 이후 일을 그만두었던 아내가 가정의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13년 만에 변호사로 복귀하면서 자신의 진정한 정체성을 찾아가는 법정 수사 드라마다. 이전 유사한 작품이 전혀 없던 바라 전도연의 또 한 번의 연기 변신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걱정은 전무. 기대와 설렘만이 있을 뿐이다. 모두가 인정하는 ‘여왕’에게 그 어떤 우려를 품으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