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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로 남는 야구천재 이치로

차창희 기자
입력 : 
2019-03-21 23:1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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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세 日야구영웅, 시애틀 구단에 은퇴 뜻 전달

美메이저리그서 18년 활약
마이너서 투혼 다짐했지만
결국 은퇴하기로 결심
조만간 거취 공식발표 예정

21일 日도쿄돔 개막 시리즈
4만6천명 팬들 기립박수
사진설명
일본 야구의 전설 스즈키 이치로(45·시애틀 매리너스)가 21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19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와의 개막 시리즈 2차전 8회 말에 그라운드를 떠나고 있다. [연합뉴스]
노장의 불꽃이 꺼진다. 만 45세 일본 프로야구의 전설 스즈키 이치로가 야구 무대를 떠나게 됐다. 경기장을 가득 메운 4만6451명의 팬은 기립해 격려의 박수를 보냈다. 시애틀 매리너스의 이치로는 21일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와의 2019시즌 메이저리그(MLB) 개막 시리즈 도중 은퇴 의사를 밝혔다. 일본 교도통신 및 MLB닷컴 등 일본·미국 언론은 이치로가 이날 2019시즌 MLB 개막 시리즈 이후 은퇴를 발표할 것이라고 전했다. 지난 1월 24일 이치로는 시애틀과 마이너리그 계약을 맺으며 노장 투혼을 보여주겠다고 다짐했지만 은퇴를 결심한 것으로 보인다.

전설은 1991년 일본프로야구(NPB) 오릭스 블루웨이브에서 시작됐다. 처음엔 투수로 지명된 이치로는 이후 타자로 전향한 뒤 리그 최초로 한 시즌 200안타 대기록을 세우며 일본 무대를 평정했다.

이치로는 이후 2001년 MLB 무대를 밟았다. 당시 홈런타자가 즐비한 '거포' 위주 세계에서 단타와 주루 능력, 과감한 수비력으로 경기를 이끄는 그의 모습은 야구팬들에게 '신선한 충격'이었다. 데뷔 시즌엔 타율 0.350, 8홈런, 56도루를 기록하며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켰다. 당연히 MVP와 신인왕은 이치로 몫이었다. MLB 18시즌 통산 타율 0.311, 3089안타를 기록한 그는 일본 무대까지 합하면 27년간 안타 4367개를 친 가히 '타격왕'이라 할 만하다.

한편 이날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오클랜드와의 경기에서 9번 타자 우익수로 선발 출전한 이치로는 4타수 무안타에 그쳤다. 스콧 서비스 시애틀 감독은 애초 그를 교체 선수로 경기에 내보낼 것이라고 예고했다. 하지만 이치로는 이틀 연속 같은 포지션에 섰다.

전날 1타수 무안타와 볼넷 1개로 타격을 마무리하고 4회 말 교체 아웃된 이치로는 2차전에서 2대0으로 앞선 2회 초 2사 상황에서 첫 타석에 섰다. 하지만 오클랜드 우완 마르코 에스트라다와 대결했으나 2볼 1스트라이크에서 3루수 측 파울플라이로 마운드를 물러났다.

이치로는 팀이 3대0으로 달아난 3회 초 2사 주자 없는 두 번째 타석에선 몸쪽에 낮게 떨어지는 변화구를 쳤으나 평범한 2루 땅볼로 잡히고 말았다.

이치로는 4회 수비 상황 때는 채드 핀더의 직선타성 타구를 노련하게 해결한 후 팬들에게 박수를 받기도 했다.

그는 팀이 2대3으로 밀리고 있던 7회 초 무사 2루 상황에서 다시 타석에 섰다. 우완 호아킴 소리아와 상대한 이치로는 2볼 2스트라이크 상황까지 갔으나 바깥쪽으로 떨어지는 변화구에 삼진을 당해 도쿄돔을 아쉬움에 빠뜨렸다.

4대4로 맞선 8회 초 마지막으로 타석에 섰으나 2사 2루의 타점 기회에서도 힘없는 유격수 땅볼을 치고 아웃을 당했다.

결과는 결국 무안타. 도쿄돔을 가득 채운 팬들은 아쉬움이 가득했지만 분한 표정을 짓고 더그아웃으로 향하던 그에게 깊은 격려의 박수를 보냈다.

이치로는 더그아웃에서 글러브를 끼고 우익수 자리로 나간 후 서비스 감독이 선수 교체를 단행하려는 의사를 밝히자 팬들에게 인사했다. 전설이 그라운드에서 전하는 마지막 인사였다. 그는 모자를 벗고 양팔을 올린 후 도쿄돔을 가득 채운 팬들에게 작별 인사를 전했다.

경기 후 시애틀의 프랜차이즈 스타로 명예의 전당에도 오른 켄 그리피 주니어가 이치로를 뜨겁에 안아줬다. 이날 시애틀 선발 투수로 마운드에 오른 일본인 좌완 기쿠치 유세이는 그를 껴안고 눈물을 쏟아내기도 했다. 이치로는 조만간 빅리그 은퇴와 관련한 거취를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치로의 명예의 전당 입성 여부도 야구팬들의 관심사다.

[차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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