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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1500년 고려인삼 종주국 자존심 살릴 해법 민·관·학 함께 머리 맞댄다

정혁훈 기자
입력 : 
2023-09-18 16: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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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인삼콘퍼런스 개최 … 매일경제·농식품부·금산군 주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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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김치만큼이나 한국을 대표하는 인삼. 많은 사람들이 인삼은 한국에서만 나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그렇지는 않다.

최근 연구 결과에 따르면 가장 오래전부터 인삼이 자생한 곳은 동남아시아 지역으로 추정된다. 이 인삼이 한반도를 비롯한 동북아시아로 퍼졌고, 다시 북미 대륙으로 넘어갔다. 한반도에 인삼이 자생하기 시작한 것은 약 200만년 전이고, 북미로 넘어간 것은 약 100만년 전으로 추정된다. 다만 유전체 분석을 해보면 동남아 인삼은 동북아나 북미 인삼과는 구조가 많이 다르다. 효능 면에서도 많이 떨어진다.

이후 인삼은 각 지역의 기후와 풍토에 맞게 진화해 나갔고, 그중에서도 한반도에서 나는 '고려인삼'이 1500년 전부터 최고의 약재로 쓰였다. 그래서 우리나라에서 재배되는 인삼을 여전히 고려인삼이라고 한다. 북미에서 나는 인삼은 화기삼, 중국산 인삼은 전칠삼이라고 부른다. 화기삼이라는 이름은 미국산 인삼이 중국으로 처음 수출되던 18세기 때 붙여진 이름이다. 미국의 성조기 모양이 붉은 꽃을 닮아 중국인들이 화기(花旗·꽃처럼 생긴 깃발)라고 부르던 것에서 기원한다. 중국에서는 전칠삼 외에도 외국에서 종자를 들여다 고려인삼과 화기삼까지 함께 재배하고 있다.

누가 보더라도 인삼의 최고봉은 고려인삼이다. 그리고 한국은 인삼의 종주국이다. 지금도 세계 최대인 홍콩 인삼시장에 가면 고려인삼이 가장 비싼 값에 팔린다.

그런데 지금 고려인삼이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소비자들이 인삼 제품에 대한 소비를 줄이면서 국내에서 시장 규모가 축소되는 가운데 해외 시장에서도 이미 고려인삼보다는 캐나다에서 생산되는 화기삼이 더 높은 시장 점유율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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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는 이미 십수 년 전부터 인삼 경작 면적과 생산량이 줄기 시작했고, 인삼 재배 농가도 급감하고 있다. 소비가 줄면서 가격도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인삼 제품을 생산하는 곳에서는 홍삼 재고가 넘쳐난다. 국내 최대 인삼 메이커인 한국인삼공사를 비롯해 농협중앙회, 각 지역 인삼농협 등이 보유하고 있는 홍삼 재고를 다 합치면 최소 1조5000억원에서 최대 2조원어치에 달한다는 추정이 나올 정도다. 인삼 종주국이라는 말이 무색하다.

특히 젊은 층의 수요가 빠르게 줄고 있어 문제다. 미래의 소비 주력군이 인삼을 멀리한다는 것은 장기적으로도 인삼시장 전망이 밝지 않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인삼 특유의 쓴맛에 대한 젊은 층의 거부감을 해소할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하지 못한 것이 가장 크다. 그러는 사이 다른 소재를 사용한 기능성 식품과 의약품이 다양하게 나오면서 인삼 시장을 잠식했다. 소비자들의 다양한 기호에 맞출 수 있는 다양한 인삼 관련 제품 개발에 성공하지 못한 것도 인삼 판매 부진의 핵심 이유 중 하나다.

이대로 두면 한국의 인삼 산업이 붕괴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배경이다. 고려인삼은 다른 작물과는 그 위상이 다르다. 우리나라 고유의 품종으로 세계적인 가치를 인정받고 있는 작물이다 보니 고려인삼을 대체할 작물은 세계 어디에도 없다. 인삼 산업이 무너지면 대한민국 농업의 자존심이 무너지는 것과 같다. 인삼을 재배하는 농가도 많이 줄었다고 하지만 여전히 전국에 걸쳐 2만여 곳 된다.

과거에는 충남 금산을 비롯한 일부 지역 위주로 인삼이 재배됐지만 지금은 연작 장애 등 문제로 전국으로 퍼져 재배되지 않는 지역이 없을 정도다.

위기에 빠진 고려인삼을 살리기 위해 매일경제와 농림축산식품부, 금산군이 손을 맞잡았다.

'인삼강국 코리아'를 주제로 하는 대한민국 인삼콘퍼런스가 19일 오후 2시 서울 양재동 aT센터 5층 그랜드홀에서 개최된다.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도 바쁜 시간을 쪼개 콘퍼런스에 참석한다. 정 장관은 "농업계를 비롯해 산업계와 학계, 언론계가 자발적으로 힘을 모아 우리나라 인삼 산업의 새로운 발전 방안을 모색하고, 정책 어젠다까지 제안한다는 것은 대단히 의미 있는 일"이라고 평가하고 "정부도 할 수 있는 일은 적극적으로 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날 인삼콘퍼런스에는 장승준 매일경제신문 부회장과 박범인 금산군수, 허철호 KGC인삼공사 사장, 반상배 한국인삼협회 회장 등도 참석한다. 박 군수는 한국 인삼의 중심지인 금산을 대표해 '고려인삼의 세계화 방안'에 대해 기조발제에 나선다. 이어 기현민 KGC인삼공사 글로벌기획실장과 양태진 서울대 식물생산과학부 교수, 정혁훈 매일경제신문 농업전문기자가 발표한다. 행사 진행은 농식품부 차관과 농촌진흥청장을 역임한 민승규 세종대 석좌교수가 맡는다.

[정혁훈 농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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