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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최강 동안 최강희의 솔직토크 “이젠 결혼하고 싶은 생각이 들어요”

진현철 기자
입력 : 
2017-07-13 16:26:55
수정 : 
2017-07-21 11:4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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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최강희(40)에겐 ‘동안’이라는 수식어가 꼭 따라붙는다. 한국 나이로 마흔한 살이다. 믿기지 않는다. 오랜만에 마주한 그는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나이를 어디로 먹는지 전혀 알 수가 없는 모습이다. 맞은편에 앉은 이 여배우를 보고 있노라면 내가 지금 과거의 나인 건지 현재의 나인지 헷갈릴 정도다.

그런 생각을 할 때쯤 최강희는 ‘동안’과 ‘4차원’이라는 수식어를 멀리하고 싶다는 티를 냈다. “작품을 쉴 때 제게 남은 타이틀은 ‘동안’이었어요. 나이가 많으니 ‘4차원’이라는 말도 독특하기보다 이질감이 느껴졌고요. 수식어가 저의 전부고, 4차원 최강희가 아니면 제가 없어지는 느낌이 들었어요”라며 달가워하지 않았다.

그는 그래도 나이 덕(?)에 최근 드라마 <추리의 여왕>에서 주부 탐정 역할을 했다. 외모만 보면 최강희는 여전히 뭇 남성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는 아가씨다. 하긴 싱글이니 아가씨인 건 맞다. 예전에 만났을 때 최강희는 남자친구도, 결혼에 대한 생각도 부정적이었다. 하지만 우울증을 극복한 때문인지 생각도 바뀌었다. <추리의 여왕>에서 호흡을 맞춘 동료 배우 권상우 덕이기도 하다. 이 드라마에 참여하며 얻은 또 하나의 수확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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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엔 싱글라이프가 멋져 보였지만 지금은 달라요”

최강희는 “예전에는 싱글라이프가 멋져 보여서 결혼할 생각이 전혀 없었고 오히려 부정적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바뀌었다”고 웃었다. “지금도 애인은 없거든요? 그런데 결혼에 대한 생각은 달라졌어요. 결혼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거든요. 건강한 가정과 부부들을 만나 소통하다 보니 결혼이라는 그림이 그려지더라고요. 그중에서도 상우 씨 가정, 교회 사람들의 가정을 보며 힐링이 됐어요. 너무 행복하게 사시더라고요. 가족사진도 보여주고 많은 이야기를 들으니 바뀌었죠. 남편감은 어떤 사람이 좋냐고요? 저를 바꾸려 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를 좋아해 주고 받아 줄 수 있는 사람이면 좋겠어요. 저도 상대를 바꾸려 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사랑하게 해달라고 기도하고 있어요.”

또 다른 나머지 하나의 목표는 다양한 연기 활동이다. 최강희는 배우 손예진을, 특히 영화 <비밀은 없다> 속 손예진 역할을 꼽으며 감탄했다. “나는 머물러서 재탕, 삼탕으로 같은 캐릭터를 연기하니 좀 끔찍한 것 같다”고 한 그는 “비슷한 캐릭터가 많이 들어오니 변신을 할 기회도 자주 오지 않았다. 변화를 받아들이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바랐다. “배우 손예진 씨를 보면서 ‘손예진 같은 배우가 되고 싶다’ ‘롤모델은 손예진’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분을 잘은 모르지만 작품을 보면 책임감이 있으신 것 같아요. 예쁜데도 불구하고 연기적으로 다양한 장르를 거침없이 선택하잖아요. 거기에 연기도 잘하고요. 거울만 봐도 자기가 얼마나 아름다운 쪽으로 가능성이 열려있는지 알 텐데 그것보다 연기에 집중하는 걸 보면 멋지더라고요. 저는 <비밀은 없다> 같은 작품은 선택하지 못했을 것 같은데 말이죠. 뭔가 느껴지는 게 있더라고요.” 본인은 독특한 악역을 꿈꾸고 있다. “무척 잘할 것 같아서 한번 해보면 돌아올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할 정도다. “착한 얼굴로 많은 사람을 울리는 그런 악역”을 원했다. 이를테면 외로워도 슬퍼도 울지 않는 캔디가 아닌, 악한의 나쁜 캔디라고나 할까? 물론 “사람들이 내게 그런 역할을 시켜 줄지는 잘 모르겠다”고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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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연기경력 23년 차… 착한 얼굴의 악역 하고파

1995년 청소년 드라마 <신세대 보고서 어른들은 몰라요>로 데뷔한 최강희는 어느덧 연기 경력 23년 차가 됐다. 또 다른 청소년 드라마인 <나>로는 아역 상을 받기도 했다. “그때 나이가 스무 살이어서 아역 상이 약간 민망했다”고는 했지만, 이후 그는 연예계에서 승승장구했다. “사실 저는 어렸을 때 큰 꿈이 없던 사람이었어요. 우연히 배우가 돼서 연기가 무섭지 않았고, 천재라고 생각했던 적도 있었죠. 그런데 성인 드라마를 할 때부터 제 연기를 보게 됐어요. 연기 기준치는 높은데 항상 미달처럼 느껴졌죠. 자책도 많이 했어요.” 최강희는 사실 어렸을 때도 그렇게 밝은 캐릭터는 아니었다. 유쾌하고 밝은 캐릭터 덕에 성격이 많이 고쳐진 셈이다. 그는 데뷔 초에 “넌 왜 그렇게 어둡니?”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아마도 우연인 듯 필연인 듯 우울증의 시작이 아니었을까. 옛날부터 다소 “폐쇄적이었다”는 고백. 오죽하면 박기형 감독이 최강희의 영화 데뷔작 <여고괴담>(1998)에서 윤재이 캐릭터를 콕 집어 그에게 맡겼을까. 사실 최강희는 청소년 드라마를 통해 쌓은 모범생 이미지 덕에 다른 역할로 미팅을 간 건데, 어두운 이미지를 알아본 제작진 덕(?)에 9년째 학교를 다닌 귀신 역할을 맡았고, 흥행에도 성공했다. 노처녀 작가를 맡았던 영화 <애자>도 빼놓을 수 없이 꼽아야 하는 작품이다. 최근 췌장암 투병을 하다 사망한 고(故)김영애와 호흡을 맞춘 작품이다. 최강희는 가까운 거리에서 김영애의 투병기를 지켜봤다. 사망 소식을 들었을 때 한달음에 달려가 눈물을 펑펑 흘리며 빈소를 지킨 이들 중 한 명이었다. 최강희는 “선생님과 나는 엄마와 딸 같은 관계”라며 “<화려한 유혹>을 찍고 있을 때도 심각한 상황이셨다”고 회상했다. “투병하셨을 때인데도 내게 ‘연기 어렵지? 우리 집에 와. 가르쳐 줄게’라고 먼저 살갑게 연락하시는 따뜻한 분이셨어요. 저는 선생님이 더 좋은 곳으로 가셨다는 확신이 있어요.” 최강희는 SNS에 “엄마, 천국 어때요? 나도 엄마 안 아파서 좋아요…. 보고 싶다. 나는 늘 보고 싶어만 했으니까 보고 싶어요. 사랑해요”라는 글을 남겨 팬들을 뭉클하게 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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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심한 우울증 경험… 봉사와 신앙으로 극복

최강희는 지난해 한 방송 프로그램에서 ‘극심한 우울증’을 고백했다. “어떻게 보일지 모르겠지만”이라고 뜸을 들이며 “자해했다”고까지 털어놓기도 했다. “겉으로는 밝고 사람들하고도 잘 지냈는데, 집에 들어오면 눈물이 났다”, “사람들과 밥도 못 먹고, 혼자 자장면을 시켜 먹는데 한 젓가락 먹고 눈물이 쏟아졌다”, “방문을 걸어 잠그고 울기도 했다”는 등의 말을 이어갔다.

충격적인 고백이었다. 개인적으로 더 깜짝 놀랐던 이유는 그런 일을 겪었던 시기가 영화 <미나 문방구>를 찍고 난 즈음이라고 했기 때문이다. 4년 전 <미나 문방구> 홍보 차 만났던 배우 최강희에게 우울증의 ‘우’ 자도 찾아볼 수 없었다. 어린 시절 추억을 쏟아낸 그는 돌아가신 지 10년도 더 된 아버지 이야기를 하며 눈시울을 붉히긴 했으나 시종 밝게 미소 지으며 조곤조곤 이야기를 풀어나갔는데 “자존감이 낮았고, 안 좋은 생각까지 했을 때”라고 하니 이상한 기분이 들 수밖에 없었다.

역시 사람은 겉으로만 봐서는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다. 다행히 다시 만난 현재의 최강희는 명랑하며 유쾌했다. 또 솔직했다. 이렇게 솔직해도 되나 오히려 더 걱정될 정도다.

“수년간 우울증 때문에 술, 담배에 의존했다”고 고백한 최강희는 “이제는 모두 털어냈다”고 강조했다. 그는 “과거에 나는 안티팬이 없는 배우라고 생각했는데 어느 순간 사람들의 시선이 친밀하지 않다고 느껴졌다”며 “카메라 울렁증이 심해졌고 제작진으로부터 (연기에 대해) OK를 받기 어려웠다. 수치스럽게 느껴질 정도였다”고 밝혔다.

두려움은 작품 선택을 어렵게 했다. 이건 이래서, 저건 저래서 자연스럽게 활동이 적어졌다. 우울증을 극복할 수 있었던 건 봉사활동과 신앙의 힘 덕이다. 드라마 <화려한 유혹> 이후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연기 활동을 안 하려 했던 그는 월드비전 홍보대사가 돼 우간다를 다녀왔다. 대선배인 배우 김혜자가 최강희에게 “누군가를 도울 수 있는 훌륭한 배우가 되라”고 했다고 한다. 최강희는 어떤 울림을 느끼고 정신을 차릴 계기를 맞닥뜨렸다. “나도 쓸모 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다시 열심히 일하고 싶었다. 신앙 활동도 큰 힘이 됐다. 간절히 기도하는 사람들을 보고 그에게도 “살려 달라”고 말할 수 있는 용기가 생겼다.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는 것처럼 매일매일 기도를 했고, 위안과 평화를 얻었다. 그렇게 우울증을 거의 극복하고 최근 전파를 탔던 KBS2 수목드라마 <추리의 여왕>을 만났다. 추리물을 좋아하진 않았으나 끌렸다. 친구의 추천을 받은 이 작품 속 여주인공 설옥이 친구와 닮아 있었다. 더 재미있게 느껴진 이유다. 아줌마라는 설정도 나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더 좋았다. 기존의 이미지를 깰 수 있는 설정이기도 했다. 그렇게 ‘우울증’이라는 터널을 완전히 빠져나왔다.

“촬영장이 좋은 친구들이 모인 것처럼 편안했어요. 유난스럽지는 않았지만, 배우들이 서로 바라보는 눈빛이 좋았죠. 이런 경우는 처음이었어요. 감독님이 캐스팅 제의를 하시면서 ‘강희 씨가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하셨죠. 좋은 분들과 함께해 <추리의 여왕>이 주머니에 넣고 놀 수 있는 장난감 같은 드라마가 된 듯해요. 예전에 청소년 드라마 찍었을 때 받았던 느낌 같았죠. 하하하.” [진현철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82호 (2017년 07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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