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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힌 사람 되겠다”던 文, 파란 점퍼 입고 유세 현장 등판…왜?

맹성규 기자
입력 : 
2024-04-06 09: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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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22대 국회의원선거 ◆
창원대 찾은 문재인 전 대통령
문재인 전 대통령이 4일 오전 경남 창원시 창원대학교 교정을 산책하며 취재진과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출처 = 연합뉴스]

퇴임 후 ‘잊힌 사람이 되겠다’고 공언했던 문재인 전 대통령이 최근 4.10 총선을 목전에 두고 격전지인 ‘낙동강벨트’를 포함한 부울경(부산·울산·경남) 등을 방문하며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다. 야권은 문 전 대통령의 등판에 대해 “국민에 대한 책임감을 느꼈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여권은 ‘선거 개입’이라고 비판했다.

6일 정치권에 따르면, 문 전 대통령은 지난달 24일 이재영 경남 양산시갑 후보 선거캠프 방문 시작으로 ‘낙동강 벨트’ 후보들을 지원사격 하고 있다.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되기 전날인 지난달 27일에는 민주당을 상징하는 파란색 점퍼를 입고 변광용 경남 거제시 후보를 만나 지원 유세를 펼쳤다.

지난 1일에는 자신의 옛 지역구이기도 한 부산 사상의 낙동강 벚꽃길을 깜짝 방문해 배재정 후보를 격려하고, 자신의 사저가 있는 경남 양산 물금읍 벚꽃길을 이재영 양산갑 후보와 걷기도 했다.

특히, 문 전 대통령은 2일 오상택 더불어민주당 울산 중구 후보 지지유세에서 “칠십 평생 살면서 여러 정부를 경험해 봤지만 지금처럼 이렇게 못하는 정부는 처음 본다”며 “막말과 독한 말들이 난무하는 아주 저질의 정치가 됐다. 눈 떠보니 후진국이라는 소리도 들린다. 우리 정치가 너무 황폐해졌다”고 윤석열 정부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또, 문 전 대통령은 김태선 민주당 울산 동구 후보를 지원한 후 취재진들과 만나 “이번 총선은 대한민국의 운명을 좌우하는 너무나 중요한 선거”라며 “저하고 특별한 연고가 있는 지역이나 후보를 찾아서 조용하게 응원을 보내고 있다”고 강조했다

3일에는 부산 금정구를 찾아 ‘친노(친노무현)·친문(친문재인) 적통’으로 꼽히는 박인영 민주당 후보를 지원사격했다. 박 후보 캠프 측에 따르면, 문 전 대통령은 이날 오전 9시쯤 김정숙 여사와 함께 부산 금정구 범어사를 찾아 박 후보를 만났다.

울산 찾은 문재인 전 대통령
2일 오전 울산 동구 김태선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함께 성세빈 선생 생가를 방문한 문재인 전 대통령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출처 = 연합뉴스]

전직 대통령 대부분은 국민 통합 차원에서 선거와 거리를 뒀다. 과거를 봐도 후보 면담 등 간접적인 지원사격 정도였지 선거유세에 나선 선례를 찾아보기 어렵다.

야권 인사들은 문 전 대통령을 두둔했다.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4일 CBS 라디오에서 문 전 대통령에 대해 “책임감 때문일 것”이라면서 “무너져가는 외교나 정치, 특히 경제에 대해서 책임감 같은 걸 느끼는 거고 오히려 그렇게 소리를 내는 것이 국민들에 대한 당신 책임이다, 이렇게 생각했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 정무수석을 지낸 최재성 전 의원은 라디오에서 “문 전 대통령이 ‘윤석열 정권이 정말 문제 있다, 안 된다’는 생각이 분명히 있는 것 같다”며 “고향이거나, 현재 살고 있거나, 과거 지역구 등 동선을 절제되게 짜서 제한된 행보를 하고 있다”고 했다. 이낙연 새로운미래 공동대표도 “전직 대통령으로서 많이 참아온 말을 한 것”이라고 했다. 앞서 문 전 대통령은 지난 2020년 1월 신년 기자회견에서 퇴임 후 계획에 대해 “잊혀진 사람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언급한 바 있다.

반면,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총괄선대위원장은 2일 ‘중원’ 충청도 지역유세에서 “문 정부 당시 나라가 망해가던 것 기억 안 나나. 부동산이 폭등하고 정말 살기 힘들었던 것 기억하지 않나”라면서 “국민들이 그분이 나라를 이끌었던 시기의 어려움과 문제점들을 다시 한번 생각해볼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 내외 사전투표
문재인 전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5일 오전 경남 양산시 하북면주민자치센터에 마련된 제22대 총선 사전투표소에서 투표하고 있다. [사진출처 = 연합뉴스]

김경율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은 5일 SBS 김태현의 뉴스쇼에서 “현직에도 그렇게 선거에 자꾸 개입하려다가 큰 곤욕을 치르셨던 분이다. 문 전 대통령의 아킬레스건 중에 하나가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이라며 “그분이 선거운동을 할 자유가 있냐 없냐 이것과는 별개로 전직 대통령분들은 우리나라에서 그런 관행이 없었던 것으로 안다. 본인 스스로 잊혀진 인물이 되고 싶다라고 해놓고서는. 조금은 신중한 처사를 부탁하고 싶다”고 주장했다. 이어 “조금은 전직 대통령으로서의 품위를 지켜주셨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덧붙였다.

윤희석 국민의힘 선임대변인도 “집값 폭등으로 서민을 울리고 의대 증원, 연금 개혁 등은 손도 못 대 국가 미래를 망친 문재인 정권을 모두가 기억한다”며 “무능과 독선으로 정권을 내준 전임 대통령이 자신의 실정 책임을 고스란히 떠안아 고군분투하는 후임 대통령을 비난할 자격이 있는가”라고 했다.

박성민 정치컨설팅 민 대표는 지난 3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부산·경남이 문 전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점을 언급하면서 “이 선거를 이길 것이라는 확신이 있는 것 같다”며 “또 하나는 이재명 대표가 이기더라도 사법리스크가 기다리고 있는데 결국 그걸 다 넘어서지 못할 것이다, 그러니까 우리가 탈당도 안 하고 당을 지키면서 기회를 보자, 승리에 우리도 기여를 했다는 것을 기록으로 남기고 싶어 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어 “특히 문 대통령은 PK에 대한 애정이 굉장히 있을 거 아니냐”라면서 “PK가 노무현 문재인의 정치적 고향이고 과거 어느 때보다도 여기 여론도 해볼 만하니까 좀 더 지원유세를 해 주면 아무래도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을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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