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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 & Style] 리움 서도호 전시 하루 2600여명 관람

입력 : 
2012-04-13 09:55:35
수정 : 
2012-04-13 10: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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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랑하는 生, 떠도는 집…`마음의 발길` 이 머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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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도호 작가(왼쪽 아래 작은 사진)
지난 7일 서울 한남동 삼성미술관 리움. 주말에는 제법 관람객들로 북적이는 미술관이지만, 토요일인 이날은 특히 '발 디딜 틈 없다'는 표현이 떠오를 정도로 북새통을 이뤘다. 리움에서 근래 보기 어려웠던 몇 십분씩 줄을 서서 작품을 관람하는 진풍경도 벌어졌다.

설치작가 서도호(50) 개인전을 보러 온 관람객들이다. 이날 하루 서도호 전시를 보기 위해 리움을 방문한 사람은 총 2600명. 하루 관람객 기준으로 2007년 앤디 워홀(1928~1987) 전시 이후 최고 수준이다.

앤디 워홀이 오래전에 세상을 뜬 작가인 반면 서도호는 창작 활동이 활발한 생존 작가라는 점에서 서도호 파워를 미뤄 짐작하게 한다. 지난해 화제가 됐던 리움 기획전 '조선화원대전' 때도 막판에 하루 1700명이 몰렸을 뿐이다.

서도호에 쏠린 대중의 관심은 어디서 비롯된 것일까. 우선 2004년 개관한 리움에서 생존 작가로는 처음으로 서도호를 택해 개인전을 열었다는 점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서도호는 백남준 이우환에 이어 한국을 대표하는 작가로 해외에서 위세를 떨치고 있다.

기자는 지난해 9월 미국 첼시에 있는 리만 모핀(서도호 소속 화랑)을 방문해 그의 개인전 'home within home(집 속의 집)'을 관람한 적이 있다. 성북동 한옥이 뉴욕 주택에 충돌했을 때를 실감나게 재현한 설치물로 한편에는 한옥의 외벽이 고스란히 노출돼 있고, 다른 한편에는 부서진 주택 내부 공간을 보여주는 작품이었다.

책상 위에는 연필이 가지런히 놓여 있고, 드레스룸에는 방금 벗은 듯한 옷가지와 신발이 널브러져 있다. 실제 크기의 5분의 1로 정확하게 실측돼 재현해 놓은 작품이었다.

당시 갤러리에 들른 미국 중년 여성 여러 명도 정교하고 사실적인 작품에 넋이 나간 듯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서도호는 2003년 이후 9년간 국내에서 개인전을 열지 않다가 이번에 리움 개인전을 통해 대중과 만나게 됐다. 이 때문에 작품에 대한 호기심과 궁금증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여기에 집이라는 친숙한 소재를 어렵지 않게 접근한 점도 관람객을 끌어들이는 요소다. 특히 '떠도는 집'과 '유목민'이라는 개념은 세계화 흐름 속에 누구나 어렵지 않게 공감할 수 있는 주제다. 고정불변할 것 같은 집이라는 부동산적 가치가 발 달린 사람처럼 걸어다니고, 이동하는 것은 일종의 역발상인 셈이다. 집은 개인의 정체성인 동시에 문화의 키워드이기도 하다.

"유학을 떠나 낯선 공간에 빨리 적응하려고 줄자로 집 안을 재기 시작했어요. 우리는 길이를 잴 때 센티미터를 사용하지만 그들은 인치를 쓰잖아요. 거기에 익숙해지려고 길이를 재다가 동서양 건축에 관심을 갖게 됐죠."

그의 작품을 특징 짓는 최대 요소는 '천'으로 지은 '이동 가능한 집'이다. 전시장에는 그가 살았던 뉴욕 아파트와 베를린 아파트, 성북동 한옥 등 그가 거쳤던 집을 경험할 수 있다. 실제 집이 아니라 천을 재료로 삼아 섬세하게 손바느질로 '지은' 집이다.

관람객들은 붓과 물감이 아닌 손바느질이 자아내는 꼼꼼함과 정교함에 무릎을 치게 된다. 거대한 천으로 된 집뿐만 아니라 세면기와 스위치 손잡이 등과 같은 아주 작은 부분까지도 충실하게 재현했다.

서울대 미대를 나온 작가는 미국 로드아일랜드 스쿨오브디자인과 예일대에서 회화와 조각을 전공했다. 2001년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작가에 선정됐으며 뉴욕 휘트니미술관과 런던 서펜타인갤러리, 도쿄 모리미술관 등에서 전시를 했다.

전시는 6월 3일까지(월요일 휴관), 관람료 일반 7000원. (02)2014-6900

[이향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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