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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벌써 초여름 날씨 … 서울 다산 성곽마을 나들이 어때요?

권오균 기자
입력 : 
2023-04-23 15:5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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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뭉텅 잘라 과거로 백투더퓨처
멍때리기 좋은 성곽나들이 인기몰이
갤러리 카페 등 핫플엔 MZ도 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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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 도성길 서울 중구청
파리에 몽마르트르 언덕이 있다면 서울에는 한양도성이 있다.

한양도성은 조선왕조와 함께 탄생했다. 한양을 둘러싼 성곽은 내사산의 산줄기인 북악산, 낙산, 남산(목멱산), 인완상 능선을 따라 축조됐다. 전 구간이 18.627㎞에 달하며 안과 밖을 연결하기 위해 4대문과 4소문을 두었다.

조선시대 성곽 주변은 산림 보호를 위해 도성 밖 일정 구간까지는 개발을 제한한 '성저십리'를 두었다. 오늘날로 치면 '그린벨트', 즉 개발제한구역이었다. 금장(禁葬)과 금송(禁松)이라는 제도로 운영됐다. 금장은 묘를 조성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고, 금송은 소나무를 베지 못하게 하는 것.

성 밖은 조선이 무너지고 서울로 사람이 몰리며 옹기종기 판자촌이 형성됐다. 판자촌이 빌라로 바뀌자 현대와 과거가 만나는 풍경을 만들어냈다.

4소문 중 하나인 광희문(光熙門)은 빛나는 문이라는 뜻과는 달리 무서운 사연을 간직한다. 서소문과 함께 사체를 옮기는 문이었다. 이 때문에 주변으로 신령이 많다는 소문이 따르고, 무당들이 몰려들어 신당동(神堂同)이란 지명에까지 영향을 줬다. 그런데 이 신기가 이제는 관광객을 홀리고 있다. 외국인도 와서 반할 정도로 매력적이다.

중구 토박이인 김종대 한양도성 해설사는 "외국인들이 다산성곽길에 올라 주택가와 밀집한 곳에 캐슬(castle)이 있다며 신기해한다"며 "걸으면서 성곽에서 서울을 내려보는 풍경에 대만족해했다"고 전했다.

성곽 안쪽으로는 숲 내음을 맡으며 숲길을 걸을 수 있고, 밖으로는 성벽을 동무 삼아 나무 데크길을 따라 오를 수 있다.

다산동 성곽길을 따라 10년 전만 해서 찾아볼 수 없었던 갤러리 카페가 들어섰다. 김 해설사는 "성곽이 있어 예술 창작에 영감을 준다"고 설명했다. 길이 가파르지 않아 엄마 손을 잡고 오는 아이들도 많다.

성곽길을 걷는 또 다른 재미는 각자성석(刻字城石) 관찰이다. 다산성곽길 성벽에는 드문드문 글자가 새겨져 있다. 축조한 날짜, 담당 군현, 축성 구간을 적어놓은 것으로 의령시면, 예천시면, 경사시면 등이 적혀 있다. 김 해설사는 "왜 내 고향은 없냐고 묻는 분들이 계시는데, 다산성곽길 구간은 주로 경상도 인력이 동원된 탓"이라고 말했다. 한양도성 북쪽 성곽의 각자성석에는 전라도 쪽 지명이 많이 발견된다고 한다.

숨이 차거나 햇살을 잠시 피하고 싶다면 다산성곽도서관에 들러도 좋다. 3층 위 옥상에 테라스와 텃밭이 조성돼 있다. 전망대로서도 손색이 없다. 3층 내부 공간에 걸터앉아 통유리를 통해서 보는 풍경도 아늑하다.

혹시 허기가 진다면 멀리 갈 필요는 없다. 동대입구역으로 내려가면 장충동 족발골목과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빵집인 태극당이 있으니 말이다. 평양냉면계의 양대산맥 중 하나인 평양면옥도 빼놓을 수 없겠다.

중구에서 운영하는 도보 관광 프로그램을 신청하면 해설사와 동반해 숨겨진 이야기를 들으며 시간여행을 떠날 수 있다.

중구는 도보관광 코스 9개를 운영하고 있다. 해설사와 함께하는 도보 탐방 프로그램 이용은 중구청 홈페이지나 서울시 공공서비스 예약 시스템에서 예약해 신청할 수 있다. 해설사 없이 나 홀로 여행을 즐기는 관광객을 위한 비대면 문화해설 도보 관광 프로그램도 있다. 서울 중구 스마트관광 전자지도 앱을 스마트폰에 내려받아 지도를 따라 탐방하면 된다. 코스를 완주하면 기념품도 준다.

[권오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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