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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 말 듣다 `남 차` 산다…찰떡궁합 `내 차`, 알뜰살뜰 사려면

최기성 기자
입력 : 
2021-02-25 06:01:01
수정 : 
2021-02-25 08: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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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산목록 2호인 자동차는 고르는 재미보다 골라야 하는 고민이 큰 제품이다.[사진 제공=케이카]
[세상만車-163] 회사원 김주저 씨(가명·35)는 10년 동안 타던 소형차를 팔고 좀 더 큰 세단이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사기로 마음먹었다. 코로나19로 해외 여행을 즐기지 못해 여유 자금이 생긴 데다 기존에 타던 차가 슬슬 문제를 일으키는 게 거슬렸기 때문이다. 김씨는 개별소비세 인하 혜택을 받기 위해 6월 이전에 구입할 예정이다. 김씨는 자동차 마니아인 친구들에게 어떤 차가 좋은지 물어보다 오히려 더 막막해졌다. 친구들마다 추천 차량도 추천 기준도 달랐기 때문이다. 동호회, 유튜브, 신차 영업사원 등을 통해 정보를 알면 알수록 구입 예산을 초과하는 차만 눈에 들어왔다. 눈 꼭 감고 구입하려는 순간 다른 차가 다시 눈에 밟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두 달을 보냈다.

차를 새로 산다는 설렘과 고르는 재미는 막상 차를 결정해야 하는 시점에서 골라야 하는 고민으로 바뀐다.

불과 10여 년 전만 하더라도 대부분의 소비자는 구입 예산에 맞는 세단과 SUV 중에서 한 차종을 결정한 뒤 3~4개 모델에서 선택하면 됐다.

요즘은 다르다. 세단, SUV는 물론 크로스오버유틸리티차량(CUV), 쿠페 SUV, 픽업트럭 등으로 다양해졌다.

차종만 결정한다고 끝이 아니다. 가솔린, 디젤, 하이브리드, 플러그드인하이브리드, 전기차, 수소전기차 등 사용 연료에 따라 고민이 또 생긴다.

비슷한 가격대에 살 수 있는 국산차와 수입차도 많아졌다. 구매자 개성과 라이프스타일도 다양해졌다. 차를 잘 안다는 주위 사람에게 물어봐도 정답을 찾기 어렵다.

차 고르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일 수밖에 없다. 안 그래도 집 다음으로 비싼 재산 목록 2호인데 "이왕이면 다홍치마"라며 유혹하는 '지름신'에게도 홀려 구입비와 유지비 부담에 생계를 걱정해야 하는 '카푸어(car-poor)'로 전락할 수도 있다.

남들이 권하는 차를 샀다가 자신의 성향이나 사용 목적에 맞지 않아 후회하기도 한다. '내 차'가 아니라 '남의 차'를 산 셈이다.


카푸어 예방-연봉 50% 넘지 않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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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내 차를 후회 없이 사려면 먼저 자신의 생활을 버겁게 만들지 않을 수준으로 구입 예산을 정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유지비도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인지 파악해야 한다. 생애 첫 차를 사는 20~30대 소비자 중에는 자기 연봉과 맞먹거나 초과하는 금액을 투자해 차를 샀다가 매달 꼬박꼬박 들어가는 할부·리스료, 기름값 등으로 지출 부담이 커져 카푸어로 전락하는 경우가 많다.

결혼 전에 좋은 차를 타보겠다는 욕심에, 미래 수입에 대한 지나친 장밋빛 전망에, 남들에게 무시당하고 싶지 않다는 자존심에 무리하게 차를 샀다가 1~2년 만에 중고차로 내놓는 20~30대도 종종 볼 수 있다.

20~30대가 선호하는 4000만~6000만원대 수입차의 중고차 가격이 상대적으로 낮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할부·리스료, 유지비 등에 허덕이지 않으려면 자신의 수입과 지출을 감안한 뒤 기본 가격 외에 옵션, 기름값, 세금 등을 한꺼번에 따져 후보 차종을 골라야 한다. 직장인이라면 연봉 50%를 넘지 않는 수준에서 차를 고르는 게 좋다.

연봉 50% 이상을 투자해 차를 사겠다면 옵션을 줄여 부담을 줄여야 한다. 폼 잡기 위해 무조건 풀옵션을 선택하지 말고 없어도 되거나 자주 사용하지 않는 사양이라면 과감히 포기하는 게 낫다. 다만 안전 사양은 되도록이면 선택하고 편의 사양은 줄이는 게 현명하다.

몇몇 옵션만 줄여도 200만~300만원은 쉽게 아낄 수 있다. 애프터마켓에서 저렴하게 달 수 있는 옵션도 있으므로 기본형 모델을 선택한 뒤 필요한 옵션을 따로 장착해 비용을 아끼는 방법도 있다.


남이 아닌 내가 탈 차를 골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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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라이프스타일, 사용 목적, 운행 지역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뒤 차종을 선택해야 한다. [사진 제공=쌍용차]
주위의 권유에 따라 자신이 탈 차를 최종 선택하는 소비자가 많다. 유튜브, 동호회 등에 나온 시승기나 차량 소개만으로 탈 차를 결정하기도 한다. 자신이 탈 차가 아니라 다른 사람이 좋아하는 차, 다른 사람에게 돈 되는 차를 고르는 것과 마찬가지다. 후회가 뒤따를 수밖에 없다. 조언은 참고사항일 뿐이다.

자신에게 맞는 차를 구입하려면 차를 어떤 용도로 사용할 것인지, 자신이나 가족의 라이프스타일과는 맞는지 따져봐야 한다. 도시에서 주로 출퇴근 용도로 사용한다면 세단, 가족 나들이가 많다면 SUV나 CUV를 고르는 게 일반적이다.

전기차도 주로 출퇴근 용도나 근교 나들이에 적합하다. 차량이 2대라면 전기차는 세컨드카로 제격이다.

1회 충전에 500㎞를 달릴 수 있는 전기차가 나오고 있지만 충전 인프라스트럭처가 아직은 부족하기 때문에 퍼스트카로 쓰려면 충전 불편은 감안해야 한다.

요즘 SUV가 대세라고 무턱대고 SUV를 고집할 게 아니라 해당 차종이 필요한 이유를 살펴봐야 한다.

함께 차를 이용할 가족의 체형도 고려해야 한다. 뒷좌석 공간이 넓은 차를 살 때는 덩치 큰 차만 고집할 필요는 없다.

덩치 작은 차가 오히려 덩치 큰 차보다 더 넓은 공간을 갖췄을 수도 있다. 눈으로만 확인하지 말고 직접 앉아서 느껴봐야 한다.

짐을 많이 싣고 다닌다면 트렁크 공간도 눈여겨봐야 한다. 차량 소개 자료에 나온 적재 용량은 참고 사항에 불과하다. 적재 용량은 경쟁 차종보다 크지만 폭이 좁거나 높이가 낮아 공간 활용도가 떨어지는 차도 있다.


차종 비교 땐 제원표가 해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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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원표를 비교해보면 차종 선택이 좀 더 쉬워진다. [사진 출처=기아]
2~3개 차종을 놓고 어떤 차가 나을지 모를 때는 크기, 엔진, 변속기 등을 기록한 제원표를 비교해본다. 차체 크기는 밀리미터(㎜)로 표기돼 있다. 길이(전장), 너비(전폭), 높이(전고)를 보면 크기를 비교할 수 있다. 길이는 앞 범퍼에서 뒤 범퍼까지 거리, 너비는 사이드미러를 제외한 폭, 높이는 노면에서 차의 가장 높은 곳까지 길이다.

휠베이스(축간)는 앞뒤 바퀴 중심축 사이 거리이고, 트레드(윤거)는 양쪽 바퀴 사이 거리다. 차종을 비교할 때 휠베이스가 길면 승차감이 상대적으로 좋고, 트레드가 길면 코너링 성능이 뛰어나다고 볼 수 있다. 휠베이스와 트레드가 길수록 차가 안정적이다. 반면 회전 반경이 길어져 민첩성은 떨어진다.

엔진 항목은 배기량(㏄·엔진 실린더 내부 총합), 마력, 토크(㎏f·m)로 구분돼 있다. 마력은 지구력이고 토크는 순발력이다. 마력이 좋은 차는 지구력이 우수하고 토크가 센 차는 순발력이 뛰어나다고 판단하면 된다.

변속기는 엔진 힘을 타이어에 전달할 때 그 힘을 속도에 맞게 조절해주는 기능을 한다. 일반적으로 단수가 늘어날수록 동력 효율성이 높아진다.

공차 중량은 차 무게다. 무게가 많이 나갈수록 주행 성능이 떨어지고 연료 효율성이 나빠지지만 마력과 함께 살펴봐야 좀 더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다. 공차 중량을 최고 출력으로 나눈 마력당 무게비가 덜 나가면 주행 성능과 연비가 우수하다.

제원표는 차의 성능을 알려주는 신상명세서다. 단, 차의 모든 것을 알려주는 절대 기준은 아니다. 제원표로는 알 수 없는 성능이 있고 실제 성능과도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다. <다음호에 계속> [최기성 매경닷컴 기자 gistar@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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