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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유`와 `소유`가 만났다…내차인듯 내차아닌 `차량 월간 구독`

최기성 기자
입력 : 
2018-12-17 06: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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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현대캐피탈, 제네시스
[세상만車-107] 자동차는 소유하는 기쁨 못지않게 소유하는 고통도 큰 제품이다. 이동의 자유와 편리함이 가장 큰 기쁨이자 혜택이다. 비싼 차를 타면 '폼'을 잡을 수도 있다. 사회적 지위도 간접적으로 높여준다.

대신 대가를 치러야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차는 집 다음으로 비싼 재산목록 2호다. 평범한 직장인이 월급만으로 차를 사려면 몇 년은 허리띠를 졸라매야 한다. 돈이 부족하면 금융사 대출도 받아야 한다.

차를 샀다고 지출이 끝난 것은 아니다. 매년 꼬박꼬박 자동차 세금과 보험료를 내야 한다. 기름값, 수리비, 주차비, 통행료 등 추가로 돈을 써야 할 곳도 많다. 교통난과 주차난도 감수해야 한다. 무엇보다 집과 달리 차는 시간이 지날수록 가치가 급격히 하락한다. 차종마다 다르지만 새 차를 산 뒤 5년 뒤면 가치가 절반 수준으로 떨어지는 게 일반적이다. 5000만원 주고 산 새 차를 5년 뒤 중고차로 팔 때 2500만원밖에 받지 못한다는 뜻이다.

카셰어링은 이동의 편리함은 원하지만 소유의 기쁨을 누리기보다 고통을 피하려는 소비자들을 위해 등장했다. 무소유 개념인 '공유'가 카셰어링의 핵심이다. 가진 돈이 부족한 젊은 소비자들은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10분 단위로 차를 저렴하게 빌릴 수 있는 카셰어링에 환호했다.

카셰어링 시장도 급성장하고 있다. 카셰어링 업계에 따르면 국내 도입 초기인 2011년에는 시장 규모가 6억원에 불과했지만 2015년에는 900억원, 2016년에는 1500억원으로 커졌다. 올해는 3000억원을 넘어서고 2020년에는 5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차량 대수도 2011년에는 400여 대에 불과했지만 올해에는 1만8000여 대로 증가했다. 쏘카, 그린카(롯데렌탈)에 이어 딜카(현대캐피탈)도 진출하는 등 업체도 증가했다. 이용자도 2011년 7만명 수준에서 올해는 500만명 이상으로 증가했다.

카셰어링은 소유의 고통을 없애주면서도 이용의 편리함은 추구해 인기를 끌고 있다. 그러나 한계도 있다. 소유하지 못해 발생하는 불편함을 완전히 해소해주지는 못해서다. 우선 차를 빌리거나 반납하려면 정해진 장소로 가야 한다. 이용자가 원하는 곳으로 차를 가져다가주고 가져가는 탁송 서비스도 있지만 이용에 제한이 있고 비용도 추가적으로 발생한다.

차종 선택권도 제한됐다. 카셰어링 업체들은 경차, 소형차, 준준형차, 중형차, SUV, 전기차 등 30여 종의 차를 대여해준다. 그러나 차고지 공간 문제 때문에 이용자들이 빌릴 수 있는 차종은 주로 경차다. 이용자가 많을 때는 빌리고 싶어도 빌릴 수 없다.

'무소유'로 발생하는 이 같은 한계를 해결하기 위해 '소유'와 '공유'가 만났다. 차량 구독(Subscription) 서비스다. 이 차 살까, 저 차 살까 고민할 필요 없이 월간지를 정기 구독할 때처럼 매월 일정 금액만 내면 원하는 차를 매월 또는 월 2~3회 바꿔 탈 수 있는 서비스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으로 차종을 선택하고 교체할 수 있는데다 이용자가 원하는 시간과 장소로 차량을 가져다주고 가져가 편리하다.

차량 구독 서비스는 주로 프리미엄 차량을 대상으로 실시된다. 미국에서는 볼보가 '케이 바이 볼보', 캐딜락이 '북 바이 캐딜락', 포르쉐가 '패스포트'를 내놨다. 월 구독비는 각각 600달러, 1200달러, 2000달러다.

메르세데스-벤츠는 고성능 AMG 모델까지 탈 수 있는 '벤츠 컬렉션', BMW는 BMW M을 골라 탈 수 있는 'BMW 엑세스'를 선보였다. 현대캐피탈아메리카도 월 279달러만 내면 현대차 아반떼(현지명 엘란트라), 쏘나타, 투싼, 싼타페를 바꿔가며 탈 수 있는 '현대 플러스'를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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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에피카
국내에서는 프리미엄 커넥티드 카 플랫폼 서비스 기업인 에피카가 12월부터 프리미엄 소형차 브랜드 미니(MINI)와 손잡고 차량 구독 서비스 '올 더 타임 미니'를 판매 중이다.

서비스 이용자는 미니 3도어, 컨버터블, JCW 등 모든 라인업을 바꿔가며 탈 수 있다. 전용 라운지, 쇼룸 등 미니 프리미엄 서비스도 제공받는다.

멤버십은 레귤러(Regular)와 트라이얼(Trial)로 구성됐다. 레귤러는 1년 단위 정규 멤버십으로 1년 중 최대 6개월 동안 원하는 달에 원하는 차량을 골라서 탈 수 있다. 트라이얼은 정규 멤버십을 이용하기에 앞서 서비스를 빠르게 체험해보고 싶은 이용자가 대상인 체험판 멤버십이다. 3개월 동안 2주 간격으로 차량을 경험해볼 수 있다.

가입 비용(부가세 별도)은 레귤러가 179만9000원, 트라이얼이 45만원이다. 월 구독료는 별도다. 구독료는 기본 모델을 기준으로 레귤러는 89만9000원, 트라이얼은 44만9500원이다.

현대차 프리미엄 브랜드인 제네시스도 현대캐피탈 카세어링 '딜카', 중소 렌터카 회사들과 손잡고 제네시스 모든 라인업을 바꿔가며 탈 수 있는 '제네시스 스펙트럼'을 12월부터 10개월 동안 운영한다.

매월 구독료 149만원(부가세 포함)원을 내면 매월 두 번씩 G70, G80, G80스포츠 3개 모델을 바꿔 탈 수 있다. 제네시스 플래그십 모델 G90도 매월 48시간 이용할 수 있다.

월 구독료에는 각종 세금과 보험료, 기본 정비료가 포함돼 있다. 중도 해지하더라도 별도의 수수료가 없다. 장기 렌트와 리스 상품과 달리 운행거리(마일리지) 제한도 없다.

공유와 소유를 결합한 장기렌터카 상품도 나왔다. 현대캐피탈 '장기렌터카-비용분담형'은 차 한 대를 2~3명이 함께 공유하면서 약정한 분담률에 따라 납입금을 나눠 내는 상품이다.

자동차 금융에 '더치페이' 개념을 적용한 셈이다.

장기렌터카-비용분담형을 통해 두 명이 각각 분담률 50%로 그랜저IG 2.4 모던(차량가 3150만원)을 이용할 경우 월 납입금은 16만원이다. 일반적인 장기렌터카보다 비용은 절반으로 줄어든다.

차량을 나눠 타길 원하는 경우 가족이나 이웃 등 관계와 상관없이 이용할 수 있고 최대 3명까지 비용을 분담할 수 있다. 분담 비율도 이용자들이 자유롭게 정할 수 있다.

[최기성 디지털뉴스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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