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옵션은 2000만원, ‘싼차’ 아냐
3060대, 남 시선 의식않고 구입
“돈 없는 20대가 싼 맛에 사는 차 아닌가요?”
경차는 20대가 생애 첫차로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격이 저렴한데다 유지비도 적어 모아둔 돈이 적은 대학생이나 사회초년생 등에게 제격이라는 세간의 평가 때문이다.
또 여성은 남성보다 운전을 못한다는 편견에 힘입어 20~30대 여성에게 차체가 작은 경차를 추천하는 경우가 많았다.
실상은 달랐다. 20대는 경차를 선호하지 않는 것으로 나왔다. 오히려 20대보다 경제적으로 여유있는 30~60대가 많이 샀다.
또 여성보다는 남성이 선호했다. 기아 쏘렌토나 현대차 그랜저처럼 ‘아빠차’ 역할까지 일부 담당하고 있다.
6일 매경닷컴이 기아와 카이즈유 데이터연구소가 국토교통부 통계를 바탕으로 집계한 연령별·성별 경차 구매현황을 분석한 결과다.
올해 상반기(1~6월) 기아 모닝은 1만2877대, 기아 레이는 2만5816대 각각 판매됐다.
이달 상품성 개선 모델이 출시된 모닝의 경우 전년동기보다 10.4% 감소했다. 국산차 판매순위는 21위다. 레이는 전년동기보다 16.3% 판매가 증가하면서 9위를 기록했다. 경차 중 1위다.
개인 구매자(법인 제외)를 연령대별로 분석해보면 모닝의 경우 20대 비중은 8% 정도에 불과했다. 30대는 26%, 40대는 34%, 50대는 20%, 60대는 10%, 70대 이상은 2% 수준이다.
레이의 경우 20대는 7%, 30대는 11%, 40대는 21%, 50대는 34%, 60대는 22%, 70대 이상은 5% 정도다.
모닝은 30~50대, 레이는 40~60대 비중이 높았다. 전체 구매자 중 20대는 10명 중 1명도 되지 않았다.
성별로 살펴보면 모닝 구매자 중 54%가 남성, 46%가 여성이다. 레이도 비슷했다. 남성이 58%, 여성이 42% 정도다. 경차는 여성이 선호하다는 일반적 인식과 달랐다.
경차는 ‘싼 맛’에 타는 차라는 사실도 실제와는 달랐다. 오히려 비쌀수록 잘 팔렸다.
올해 6월 기준으로 모닝(밴 제외)의 경우 가장 비싼 트림인 시그니처 선택비율은 29%로 나왔다.
그 다음으로 비싼 프레스티지는 58%에 달했다. 모닝 중 가장 싸게 살 수 있는 스탠다드는 13%에 불과했다. 10명 중 8명 이상이 중·고가 트림을 선택했다.
레이의 경우 가장 저렴한 트림인 스탠다드 선택비율은 6% 미만이다. 프레스티지는 40%, 고급 트림인 시그니처는 50% 정도다.
최고급 트림으로 풀옵션 가격이 2015만원에 달하는 그래비티는 7%다. 가장 싼 트림인 스탠다드보다 더 많이 팔렸다.
국산차 업계 관계자는 “20·30대는 소유보다는 공유에 익숙해 차량이 필요할 때는 경차가 배정되는 카셰어링을 이용한다”며 “직접 차를 살 때는 캠핑이나 여행 등 레저활동에 적합한 SUV를 고르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돈을 좀 더 보태면 소형 SUV를 살 수 있을 정도로 가격이 비싸진 것도 20대의 경차 외면에 영향을 줬을 것”이라면서도 “경차 구매를 주저하게 만들었던 불안·불편을 안전·편의사양 강화로 없앤데다 차박(차+숙박)까지 가능해 30대 이상 구매자는 오히려 많아졌다”고 분석했다.
그는 아울러 “요즘에는 주변의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이나 필요에 따라 세컨드카는 물론 퍼스트카로 경차를 찾는 30~60대가 많아졌다”며 “30~40대 미혼남녀나 딩크족, 자녀가 1명뿐인 가족, 자녀와 따로 사는 60대 이상 등 큰 차가 필요없는 사람들이 주요 고객”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