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그룹의 인사 발령 뒤에는 신임 사장의 특이한 이력이 있었다. 스테판 드블레즈 르노코리아 신임 사장은 르노그룹 엔지니어 출신으로 준중형 세그먼트 신차 개발 프로그램 디렉터, 선행 프로젝트 디렉터 등을 역임한 인사다.
드블레즈 사장이 이끄는 르노코리아는 젊어질 예정이다. 그는 새로운 사명과 로고를 공개하는 현장에서 “르노코리아는 새 이름·로고로 지금까지는 없었던 역동적 새 시대를 향한 여정을 시작한다”고 말했다. 당시 그는 “국내 소비자들의 높은 안목에 부합하는 친환경차 라인업을 중심으로 르노코리아의 미래를 개척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르노코리아의 신임 대표이사는 프랑스 스트라스부르대학 및 IFP 스쿨에서 공학을 전공하고 인시아드에서 MBA를 취득했다. 드블레즈 신임 대표는 르노 남미시장 차량 개발 총괄 엔지니어, C(준중형)·D(중형) 세그먼트 신차 개발 프로그램 디렉터 등을 거쳐 르노코리아로 왔다.
드블레즈 사장은 “르노코리아는 길리와 함께하는 신차 프로젝트를 주도적으로 이끌어 한국 시장에 가장 적합한 차를 개발하고 수출 기회를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대주주로 떠오른 길리가 경영에 참여하게 되지 않겠느냐는 우려에 대해선 “파트너십을 맺기까지 길리와 많은 논의를 했고, 길리는 절대로 르노코리아 경영에 참여하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아울러 그는 볼보 폴스타, 스마트 등 길리그룹과 성공적인 파트너십을 맺은 완성차들의 사례를 들며 “이들의 파트너십은 길리가 경영에 참여하지 않았기 때문에 성공했다”면서 “르노코리아도 같은 성공을 거두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한국에는 좋은 수출 플랫폼이 있고 르노코리아에게는 길리와 르노, 두 다리가 있다”고 덧붙였다.
그가 돌아본 지난 2년은 르노코리아에게 가혹했다. 2017년 10만대가 넘는 내수를 기록했던 르노코리아는 2020년 9만5939대, 2021년에는 6만1096대 내수 판매에 그쳤다. 2021년은 2020년 대비 36.3%나 감소한 실적을 거뒀다.
그는 실패를 비관적으로 바라보지 않는다. 그는 도전적인 남미시장에서 현지 전략형 차량 개발을 총괄할 당시 경험을 공유하고 “실패를 실패로 남길 게 아니라, 게임을 더욱 흥미롭게 만드는 요소로 해석한다면 어려움이 없는 게임은 재미도 없다는 걸 알 수 있다”며 “우리의 손으로 새 미래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더불어 르노-닛산-길리의 지원까지 있음도 강조하며 “한국시장에서 르노코리아가 현대차·기아의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날 새 디자인을 접할 수는 없었다. 드블레즈 사장은 “신차 개발에는 평균 3년이 소요되는데 지난 2년간의 실적이 좋지 않았기 때문에 올해나 내년에 신차를 출시할 수 없게 됐다”면서 “2024년에 신차를 출시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다행”이라고 씁쓸하게 웃었다.
그는 “올해 말 XM3 하이브리드를 시작으로 2024년에 신규 하이브리드 차량을 출시, 2026년에 전기차를 출시하는 단계를 밟아나가겠다”며 “나는 이 오로라 프로젝트에 사활을 걸겠다, 르노코리아가 빛을 볼 수 있도록”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2026년 BEV(전기차) 출시는 아주 완벽한 타이밍”이라고 전망했다.
중국 브랜드에 대한 국내 소비자 신뢰도가 높지 않다는 지적에 드블레즈 사장은 “CMA 플랫폼을 쓰는 이유는 비용이 아니라 사이즈 때문”이라고 답했다. D·E세그먼트의 한국시장 점유율이 55%에 달하기 때문에 내수와 더불어 대형차를 선호하는 국가에 대한 수출까지 고려해 CMA 플랫폼을 채용한 차량을 생산한다는 전략이다.
그는 “한국은 연산 150만대의 자동차 시장이고 우리의 목표 점유율은 10%”라면서 “내수를 위한 적정 생산량은 15만대로 보고 있는데, 수출까지 고려하면 부산공장의 최대 연산 규모인 25만~30만대까지 가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끝으로 “국내 추가 생산기지를 설립할 계획은 없다”고 단언하면서도 “르노코리아에 수혈이 필요한데, 주변에 좋은 인재가 있으면 소개 좀 해 달라”며 유연한 태도로 인터뷰를 맺었다.
[박소현 매경닷컴 객원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