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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노코리아 사장 “두 다리 `르노·길리`로 달려 현대차·기아 대안 되겠다”

박소현 기자
입력 : 
2022-06-13 08:30:02
수정 : 
2022-06-13 08:3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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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판 드블레즈 르노코리아 대표이사 겸 최고경영자(CEO) [사진제공=르노코리아]
대표·사명·로고까지 다 바꿨다. 르노코리아자동차가 올해 3월을 기점으로 변혁을 추진하고 있다. 기존 사명이 르노삼성자동차였던 르노코리아는 지난해 삼성카드가 지분(19.9%) 정리에 들어가면서 사실상 삼성과 결별했다. 상표권 계약 만료 후 올해 중순까지 유예기간이 주어진 가운데, 르노코리아는 지난 3월 사명·로고는 물론 대표이사까지 새롭게 바꾸며 삼성과의 재결합설을 잠재웠다. 프랑스 르노그룹은 르노코리아를 이끌 새로운 대표이사 겸 최고경영자(CEO)로 스테판 드블레즈 르노그룹 선행 프로젝트 및 크로스 카 라인 프로그램 디렉터를 임명했다. 한국에 부임한 지 102일째 되던 날인 지난 10일, 첫 공식 인터뷰에서 그는 “나는 르노코리아를 흔들어서 대한민국 자동차 시장을 흔들겠다”며 “르노코리아가 현대차·기아의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자신감을 보였다.

르노그룹의 인사 발령 뒤에는 신임 사장의 특이한 이력이 있었다. 스테판 드블레즈 르노코리아 신임 사장은 르노그룹 엔지니어 출신으로 준중형 세그먼트 신차 개발 프로그램 디렉터, 선행 프로젝트 디렉터 등을 역임한 인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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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는 스테판 드블레즈 르노코리아 대표이사 겸 최고경영자(CEO) [사진제공=르노코리아]
■ “안녕하세요, 저는 49살 스테판 드블레즈입니다”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르노코리아 디자인센터에서 만난 드블레즈 사장은 본인의 나이를 화두로 꺼냈다. 묻지 않아도 나이를 소개하는 외국인을 만난 것은 처음이라 당황하던 차에, 그의 의도를 어렵지 않게 파악할 수 있었다. 그는 르노삼성 시절 르노코리아의 전임 사장인 도미닉 시뇨라와 차별화를 두려 한다. 56세의 시뇨라 전임 사장은 지난 2월에 4년여간의 임기를 마친 바 있다.

드블레즈 사장이 이끄는 르노코리아는 젊어질 예정이다. 그는 새로운 사명과 로고를 공개하는 현장에서 “르노코리아는 새 이름·로고로 지금까지는 없었던 역동적 새 시대를 향한 여정을 시작한다”고 말했다. 당시 그는 “국내 소비자들의 높은 안목에 부합하는 친환경차 라인업을 중심으로 르노코리아의 미래를 개척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르노코리아의 신임 대표이사는 프랑스 스트라스부르대학 및 IFP 스쿨에서 공학을 전공하고 인시아드에서 MBA를 취득했다. 드블레즈 신임 대표는 르노 남미시장 차량 개발 총괄 엔지니어, C(준중형)·D(중형) 세그먼트 신차 개발 프로그램 디렉터 등을 거쳐 르노코리아로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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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판 드블레즈 르노코리아 대표이사 겸 최고경영자(CEO) [사진제공=르노코리아]
■ “르노코리아에겐 두 다리가 있다, 르노 그리고 길리” 최근 르노코리아의 기존 2대 주주였던 삼성카드를 중국 최대 민영 완성차 업체 길리그룹이 제쳤다. 지난달 길리그룹 산하 길리오토모빌홀딩스가 르노코리아 지분 34.02%를 확보하면서 2대 주주가 됐다. 르노코리아는 신규 투자자인 길리홀딩스와 협력해 내수·수출용 친환경 신차를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드블레즈 사장은 “르노코리아는 길리와 함께하는 신차 프로젝트를 주도적으로 이끌어 한국 시장에 가장 적합한 차를 개발하고 수출 기회를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대주주로 떠오른 길리가 경영에 참여하게 되지 않겠느냐는 우려에 대해선 “파트너십을 맺기까지 길리와 많은 논의를 했고, 길리는 절대로 르노코리아 경영에 참여하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아울러 그는 볼보 폴스타, 스마트 등 길리그룹과 성공적인 파트너십을 맺은 완성차들의 사례를 들며 “이들의 파트너십은 길리가 경영에 참여하지 않았기 때문에 성공했다”면서 “르노코리아도 같은 성공을 거두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한국에는 좋은 수출 플랫폼이 있고 르노코리아에게는 길리와 르노, 두 다리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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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노코리아 ‘임직원 아이디어 공모전’ 시상식에 참여한 드블레즈 사장(가운데) [사진제공=르노코리아]
■ “지난 2년간의 실적 부진 반성…모든 걸 바꾸겠다” 드블레즈 사장은 “지난 2년간 르노코리아는 국내 시장에서 상대적인 경쟁우위를 잃었다”면서 “나는 르노코리아를 흔들어 깨워서 다시 경기에 복귀시키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르노코리아가 마땅히 있어야 할 경기장으로 보내겠다는 명확한 목표가 있다”고도 했다. 그는 담담히 실패를 인정하고, 일어설 수 있다는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가 돌아본 지난 2년은 르노코리아에게 가혹했다. 2017년 10만대가 넘는 내수를 기록했던 르노코리아는 2020년 9만5939대, 2021년에는 6만1096대 내수 판매에 그쳤다. 2021년은 2020년 대비 36.3%나 감소한 실적을 거뒀다.

그는 실패를 비관적으로 바라보지 않는다. 그는 도전적인 남미시장에서 현지 전략형 차량 개발을 총괄할 당시 경험을 공유하고 “실패를 실패로 남길 게 아니라, 게임을 더욱 흥미롭게 만드는 요소로 해석한다면 어려움이 없는 게임은 재미도 없다는 걸 알 수 있다”며 “우리의 손으로 새 미래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더불어 르노-닛산-길리의 지원까지 있음도 강조하며 “한국시장에서 르노코리아가 현대차·기아의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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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판 드블레즈 르노코리아 대표이사 겸 최고경영자(CEO) [사진제공=르노코리아]
■ “하이브리드 신차는 2024년, 전기차는 2026년에 국내 출시” 아직은 르노코리아가 무엇을 바꿨는지 모르겠다는 분위기다. ‘로장주’가 아닌 ‘태풍’ 디자인 로고가 다시 채택됐고, SM6·QM6는 완전변경 시기가 지났음에도 여전히 같은 얼굴이다. 이번 만남이 르노테크놀로지코리아 디자인센터에서 성사됐고, 소지한 전자기기마다 씰을 붙여야 출입이 가능했다는 점 때문에 기자들 사이에선 새로운 디자인 티저라도 공개되지 않겠느냐는 기대감이 있었다.

하지만 이날 새 디자인을 접할 수는 없었다. 드블레즈 사장은 “신차 개발에는 평균 3년이 소요되는데 지난 2년간의 실적이 좋지 않았기 때문에 올해나 내년에 신차를 출시할 수 없게 됐다”면서 “2024년에 신차를 출시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다행”이라고 씁쓸하게 웃었다.

그는 “올해 말 XM3 하이브리드를 시작으로 2024년에 신규 하이브리드 차량을 출시, 2026년에 전기차를 출시하는 단계를 밟아나가겠다”며 “나는 이 오로라 프로젝트에 사활을 걸겠다, 르노코리아가 빛을 볼 수 있도록”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2026년 BEV(전기차) 출시는 아주 완벽한 타이밍”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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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는 스테판 드블레즈 르노코리아 대표이사 겸 최고경영자(CEO) [사진제공=르노코리아]
■ “내수 우선, 다음이 수출이다…목표 점유율은 10%” 르노코리아가 2024년 출시를 준비 중인 친환경 신차는 르노그룹 및 길리홀딩그룹과 함께 한국 시장을 위해 선보이는 하이브리드 합작 모델이다. 길리그룹 스웨덴 R&D센터에서 개발한 CMA 플랫폼과 차세대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기반으로 르노코리아 연구진들이 국내 소비자의 수요를 반영한 신차를 선보일 예정이다.

중국 브랜드에 대한 국내 소비자 신뢰도가 높지 않다는 지적에 드블레즈 사장은 “CMA 플랫폼을 쓰는 이유는 비용이 아니라 사이즈 때문”이라고 답했다. D·E세그먼트의 한국시장 점유율이 55%에 달하기 때문에 내수와 더불어 대형차를 선호하는 국가에 대한 수출까지 고려해 CMA 플랫폼을 채용한 차량을 생산한다는 전략이다.

그는 “한국은 연산 150만대의 자동차 시장이고 우리의 목표 점유율은 10%”라면서 “내수를 위한 적정 생산량은 15만대로 보고 있는데, 수출까지 고려하면 부산공장의 최대 연산 규모인 25만~30만대까지 가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끝으로 “국내 추가 생산기지를 설립할 계획은 없다”고 단언하면서도 “르노코리아에 수혈이 필요한데, 주변에 좋은 인재가 있으면 소개 좀 해 달라”며 유연한 태도로 인터뷰를 맺었다.

[박소현 매경닷컴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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